<공범자들> 영화 포스터

▲ <공범자들> 영화 포스터 ⓒ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무비 저널리즘'은 2011년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이 개봉한 후에 등장한 용어다. 사실이나 사건에 파고드는 영화를 일컫는 무비 저널리즘은 <트루맛쇼><맥코리아><MB의 추억><탐욕의 제국><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천안함 프로젝트><다이빙벨><명령불복종 교사><쿼바디스><업사이드 다운><탐욕의 별><슬기로운 해법> 등 다큐멘터리 영화와 <도가니><부러진 화살><남영동 1985><또 하나의 약속><카트><도가니><제보자><소수의견> 등 사회 고발성 극영화를 아우른다.

무비 저널리즘이 활발한 배경은 무엇일까? 저널리즘을 담당하던 공영방송 KBS와 MBC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08년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편이 촉발한 대규모 촛불 집회로 궁지에 몰렸던 이명박 정권은 그해 8월 8일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며 방송 장악을 기도한다. 이어 MBC도 권력에 짓밟혔다.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은 철저히 무너졌다.

공영방송 몰락기

영화 <공범자들>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집권할 동안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그들과 결탁한 공범자들이 저지른 만행을 고발한다. <공범자들>이 언론과 공영방송을 이야기한 첫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했던 보수 언론(이들 뒤엔 사학, 재벌, 거대 종교 세력이 위치한다)의 실체를 추적한 <슬기로운 해법>이 있었고, 2008년 YTN 기자 해직과 2012년 MBC 파업을 담은 <7년-그들이 없는 언론>도 있었다. <공범자들>은 <7년-그들이 없는 언론>과 마찬가지로 언론 탄압의 역사를 하나씩 복기한다. 그리고 더욱 깊이, 한층 날카롭게 파헤친다.

<공범자들> 영화의 한 장면

▲ <공범자들> 영화의 한 장면 ⓒ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공범자들>은 KBS 정연주 사장이 물러난 2008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10년간 KBS와 MBC의 구성원들이 권력의 압박에 어떻게 맞섰는지 보여준다. 최승호 PD, 김경래 기자, 김보슬 PD, 이용마 기자, 김연국 기자, 성재호 기자, 김민식 PD 등 언론을 지키기 위해 싸운 MBC, KBS 구성원들은 좌절하고 분노하며 눈물을 흘린다. 권력에 협력한 김장겸 MBC 사장, 고대영 KBS 사장, 김재철 전 MBC 사장, 안광한 전 MBC 사장, 백종문 MBC 부사장, 박상후 MBC 보도국장, 길환영 전 KBS 사장은 침묵과 뻔뻔함으로 일관한다.

영화는 점령, 반격, 기레기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연출을 맡은 최승호 감독은 "10년 동안 MBC, KBS에서 벌어진 일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일어난 일들"이라며 "관객들에겐 그렇게 설명할 수는 없어서 큰 덩어리로 이야기를 나눠서 흐름을 정리해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고 부연한다.

맥락에 맞게 재배치된 <공범자들>은 공영방송이 어떻게 권력에 점령되었고(점령), MBC와 KBS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어떤 식으로 저항했으며(반격), 권력의 손아귀에 들어간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는(기레기) 과정을 상세히 추적한다.

<공범자들> 영화의 한 장면

▲ <공범자들> 영화의 한 장면 ⓒ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공영방송이 망가지게 만든 장본인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정말 아무 짓도 한 적 없다는 듯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책임을 회피한다. 이들의 당당함이 보는 이를 어처구니없게 한다면 하수인이었던 자들은 너무 찌질하여 당황스럽다. 한 공범자가 최승호 감독에게 "방송의 미래를 망치지 마"라고 도리어 호통치는 장면에선 허탈함마저 든다. 최승호 감독은 "그들이 한때 방송사 사장이었는지 기자였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입을 막고 도망친다"며 "도대체 이런 정도의 인물들이 한 국가의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나 깊은 좌절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최승호 감독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공범자들>을 만든 이유를 두 가지로 말했다. 공영방송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방송사 내부에서 큰 희생을 치르며 진정성 있게 싸운 과정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기대를 하게 만들고, 권력이 언론을 장악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김성욱 영화평론가는 <두 개의 문>을 "다큐멘터리 장르를 넘어 기억의 박물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용산참사에 관한 영화로 재구성된 일종의 박물관을 방문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공범자들>은 언론 역사의 기록물로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언론인들의 저항이 새겨진 박물관 <공범자들>은 그들의 노력을 되새기게 한다.

질문하는 자

<공범자들> 영화의 한 장면

▲ <공범자들> 영화의 한 장면 ⓒ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공범자들>에서 최승호 감독은 외친다.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 과거 MBC의 <PD수첩>, KBS의 <추적 60분>, YTN의 <돌발영상>은 질문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언론에 재갈을 물린 정권은 마음껏 권력을 누렸다. 그 결과가 자원 외교 비리, 4대강 비리, 세월호 오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다. <공범자들>은 지금의 우리와 미래의 권력에 반면교사로 기능한다.

현재 김장겸 MBC 사장은 2020년 2월, 고대영 KBS 사장은 2018년까지 임기가 남은 상태다. 두 사람을 해임할 수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회는 친 박근혜 사람들이 다수 포진한 상황이고,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법(일명 언론장악금지법)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최승호 감독이 정의한) '저항의 기록이며 앞으로의 권력에 보내는 메시지' <공범자들>은 우리가 행동에 나설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많은 사람이 <공범자들>을 본다면 잘못된 공영방송을 바로 잡는 시간이 앞당겨 질 것이다. 모두 <공범자들>을 보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자. 공범자들이 죗값을 치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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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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