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다시 국민 품으로!" 기자 81명 제작거부 선언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보도국 기자 81명이 공정보도 보장과 김장겸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보도국 기자 81명이 공정보도 보장과 김장겸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 권우성


11일 오전 8시를 기점으로 MBC 보도국 취재 기자 81명이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취재 기자들의 제작 거부는 10일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보도국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됐다.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제작진, 영상기자회와 콘텐츠제작국에 이은 다섯 번째 제작 거부 선언이다.

11일 오전 11시, 서울 상암 MBC 앞에서는 MBC 취재기자들의 제작 거부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MBC 윤효정 기자는 ▲정부 비판 뉴스 삭제 요구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비난 리포트 제작 지시 ▲태극기 집회 미화 보도 지시 ▲촛불 집회 폄하 보도 지시 등 보도국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를 폭로하며 "지금까지 보도관련 부당 사례를 이 자리에서 다 언급할 정도로 많고 부끄럽다"며 기자들이 제작 거부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이정신 기자는 "세월호 유가족을 비웃고, 촛불 혁명은 외면하고, 태극기 부대는 과장했다. 국가정보원의 불법 국내 정치 개입은 못 본 체하고, 저잣거리 뜬소문에는 광분했다. 사실에 눈감고 진실에 입 닫았다"면서 "지난 9년간 MBC 저널리즘은 처참하게 부서지고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MBC 보도국 취재 기자 81명은 "MBC 저널리즘의 재건과 복원은 뉴스 제작의 최전방인 보도국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왜곡·편파로 점철된 김장겸 일파의 뉴스 장악에 종지부를 찍고 MBC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험난하지만 정의로운 여정에 앞장서겠다"면서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보도국 47% 제작 거부 동참... 낮 뉴스 파행


"MBC를 다시 국민 품으로!" 기자 81명 제작거부 선언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보도국 기자 81명이 공정보도 보장과 김장겸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김장겸 뉴스 제작, 김장겸 체제 업무 중단"을 선언하고 있는 MBC 보도국 소속 취재기자들. ⓒ 권우성


"MBC를 다시 국민 품으로!" 제작거부 조합원 피켓시위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서 공정방송 보장과 김장겸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돌입한 PD와 기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서 제작거부에 참여한 전 조합원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권우성


현재 MBC 보도국 기자 수는 약 250명으로, 9일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간 영상 기자 37명을 포함하면 전체 인원의 약 47%인 118명이 제작 거부에 동참하는 셈이다. 하지만 당장 <뉴스데스크>에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MBC는 2012년 파업 이후 시용 기자와 경력 기자를 대거 채용했고, 이들 대부분이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기자들이 메인 뉴스에서 배제돼 낮 뉴스에 대거 배치돼 있었던 만큼, 오전 뉴스와 낮 뉴스, 마감 뉴스는 파행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11일 4시 뉴스인 <뉴스M>, 마감 뉴스인 <뉴스 24>의 결방이 결정됐으며, 5시 <이브닝 뉴스>는 30분 축소 편성될 예정이다.

제작 거부 돌입 직전 방송된 마지막 뉴스는 MBC <뉴스투데이>(오전 6시 방송)다. 박재훈 앵커는 클로징 멘트에서 "오늘부터 더 좋은 뉴스 하자는 MBC 기자들의 행동에 함께 한다"면서 "당분간 못 뵐 것 같다.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를 조명하는 그런 뉴스 할 수 있는 날 돌아오겠다"며 제작 중단 동참을 선언했다.

한편 MBC 사측은 기자들의 제작 거부 움직임에 '경력 기자 채용'으로 맞섰다. 11일 MBC는 홈페이지 채용란을 통해 경력 취재 기자 채용 공고를 냈다. 2012년 총파업에 '대체 인력 채용'으로 대응했던 것과 비슷한 조치다.

경력 기자 채용으로 맞서는 사측

이와 관련 MBC 기자협회 왕종명 회장은 "사측이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고, 알량한 인사권만 가지고 대응책을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현 시간에도 김장겸 뉴스 체제에 동참하고 있는 기자들과, 경력 기자 채용 공고를 눈여겨보고 있을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회사원이 되지 말자. 언론인이 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 경력 기자 채용 절차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기자들의 수습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김장겸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면서 "MBC 뉴스가 정상화 된 후에 당당하게 우리와 어깨를 걸고 함께 나아가자. 현명한 판단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같은 날 오전 9시에는 사내에서 "김장겸은 퇴진하라"를 외치고 페이스북 중계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김민식 PD의 인사위원회가 열렸으나, 결과 발표는 2주 뒤로 다시 한번 연기됐다. 지난 13일 열린 인사위원회는 김민식 PD가 A4 55장 분량의 소명자료를 읽는 '소명 필리버스터'를 하자 30분 만에 정회된 바 있다. 김 PD는 이날 다시 소명을 요청했으나 인사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서면 제출을 요구했다.

김 PD는 서면 제출 요구에 125장 분량의 자료를 제출했으며, 이후 기다리고 있던 노조원 등에게 "인사위원들이 서면으로 내라고 했으니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겠다. 다음 인사위원회 때 퀴즈를 낼 테니 준비하시라고 이야기했다"고 외쳐 동료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11일 인사위원회를 마치고 나온 김민식 PD. 김 PD는 사내에서 "김장겸은 퇴진하라"를 외치는 모습을 페이스북 중계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11일 인사위원회를 마치고 나온 김민식 PD. 김 PD는 사내에서 "김장겸은 퇴진하라"를 외치는 모습을 페이스북 중계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 언론노조 MBC본부



MBC 제작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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