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2사 1루, 넥센 이정후가 좌익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2사 1루, 넥센 이정후가 좌익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KBO리그 신인 선수들 중 가장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선수를 지목하라면 단연 이정후(넥센 히어로즈)를 들 수 있다. 드래프트 지명 순간부터 '바람의 아들' 이종범(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아들로 큰 관심을 모았던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이미 학창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경기력으로 프로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드래프트 지명 당시에도 다른 대다수의 신인들이 그랬듯이 프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예상은 있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프로 첫 시즌을 맞이하자마자 슈퍼 루키를 넘어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하고 있다. 팀이 치른 107경기에 100% 출전(선발 출전 98경기)했으며 136안타를 기록하며 '고졸 루키'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현재 넥센은 37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이정후가 부상만 없으면 장정석 넥센 감독은 이정후의 시즌 144경기 출전 가능성도 시사했다. 물론 선발 출전 100%는 힘든 터라 체력 관리 차원에서 가끔씩 교체 출전이 포함되겠지만 경기 상황에 따른 각종 활용도가 높은 이정후이기에 전 경기 출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이종범이 국가대표 외야 및 주루코치로 선임됐다. 대표팀 전임 감독제가 정식 시행되면서 감독에 선동열, 투수코치에 이강철이 선임되면서 이종범까지 해태 타이거즈의 최전성기를 풍미했던 3명의 선수가 모두 국가대표팀에 모이는 진기한 순간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가 국가대표에 선발될 가능성과 선발될 경우 이뤄지게 될 각종 기록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

아버지가 세운 기록, 아들이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은 데뷔 시즌인 1993년 시즌 126경기에 모두 출전한 기록을 갖고 있으며, 신인으로 첫 시즌 100% 출전 기록을 보유한 마지막 선수는 이병규(현 SKY스포츠 해설위원)의 1997년 기록이다. 당시 이종범은 아쉽게 신인상을 놓쳤지만(당시 양준혁 수상), 이병규는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이종범과 이병규의 기록은 정규 시즌이 팀당 126경기일 때 나왔던 기록이고, 두 선수 모두 대학 출신(이종범 건국대, 이병규 단국대)이었다. 이들과 비교하면 이정후는 휘문고등학교 3학년 시절 연고지 우선지명으로 졸업을 한 학기 이상 남겨두고 넥센 입단을 확정지은 상태였다. 또한 현재 KBO리그 정규 시즌은 126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어났다.

게다가 이정후는 107경기를 출전한 상황에서 이미 136안타를 기록하며 종전의 고졸 신인 최다 안타 기록(김재현 134안타)을 갈아치웠다. 현재의 안타 페이스로 정규 시즌 경기를 모두 출전하면 144경기 186안타(소숫점 반올림) 페이스다. 일단 올 시즌 KBO리그 신인상 경쟁에서는 이정후가 가장 우위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의 페이스로 보면 아버지가 세웠던 단일 시즌 196안타 기록(1994년)과 팀 선배 및 주장을 맡고 있는 서건창의 201안타(2014년) 페이스에는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다. 당시 기록을 세울 때 이종범의 타율은 0.393이었으며, 서건창의 타율은 0.370이었다. 이는 이종범(1994년 124경기)에 비해 서건창(2014년 128경기)의 출전 기회가 더 많았기 때문에 나온 기록의 차이다.

아버지나 서건창에 비하면 안타 페이스가 다소 느리긴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입단하여 첫 해부터 풀 시즌을 치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정후의 페이스는 놀랍기만 하다. 8월 10일까지 기준으로 이정후는 시즌 타율 0.341로 리그 타율 9위를 기록, 서건창(0.339)보다도 더 높은 순위에 올라있다.

현재 이정후보다 타율 순위에서 더 높은 곳에 올라있는 선수들은 김선빈(KIA 타이거즈 0.383), 나성범(NC 다이노스 0.371), 최형우(KIA 타이거즈 0.364), 박용택(LG 트윈스 0.359) 등 베테랑이 1~4위에 올라있다. 박건우(두산 베어스 0.357), 김태균(한화 이글스 0.345),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0.342) 등이 이정후의 윗 순위(6~8위)에 있다.

타율 5위 김재환(두산 베어스 0.358)의 경우는 2011년 금지 약물 적발 이력(프로테스테론)이 있다. 2011년의 복용 이력이 당장 2017년 시즌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타격감 상승에도 불구하고 장차 커리어의 오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별도로 구분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 첫 시즌을 풀 타임으로 치르는 선수가 이러한 각종 부문에서 타이틀을 휩쓰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설사 그러한 페이스에 도전하더라도 자신의 페이스를 너무 무리해서 뛰어넘다 보면 이후 소포모어 징크스를 포함하여 한 순간 반짝하고 사라지는 수많은 선수들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이정후가 타율과 안타 등에서 첫 해에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은 무리일지라도, 장차 성장하면서 대기록에 도전할 순간이 언젠가는 올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고졸 신인으로서 첫 시즌에 풀 타임 주전 외야수로 출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이정후는 올 시즌 충분히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국대 코치' 아버지와 '국대 선수' 아들, 최초 사례 만들까

 지난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7회말 2사 1,2루, 넥센 김하성의 내야안타 때 2루주자 이정후가 3루를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7회말 2사 1,2루, 넥센 김하성의 내야안타 때 2루주자 이정후가 3루를 향해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1982년에 시작된 KBO리그는 올해로 36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켄 그리피 시니어와 켄 그리피 주니어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선수로 함께 출전한 사례도 있지만, KBO리그에서는 아직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에서 같은 선수로 뛴 사례는 없다.

물론 아버지가 감독이나 코치를 맡고, 아들이 선수로 한 팀에서 같이 뛴 사례는 있다. 2012년에 송진우가 한화 이글스 2군 투수코치를 맡았고, 아들 송우석이 이글스 육성선수(당시 용어 신고선수)로 함께 뛴 사례는 있었다. 아직 1군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 유니폼을 입고 같이 활약한 사례는 없다.

아직 국가대표팀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뛴 사례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일단 아버지 이종범은 국가대표팀의 외야 및 주루코치를 맡게 됐다. 전임 감독제가 시행된 뒤 처음으로 꾸리게 되는 국가대표팀의 첫 번째 대회는 올해 11월에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리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회이다.

이 대회에는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리그 입단 3년차 이하의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다. 이 조건을 초과하는 선수들의 경우 와일드 카드로 3명이 참가할 수 있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둘 다 올해 대표팀 감독을 새로 선임했고, 두 감독 모두 데뷔전에서 서로 맞붙게 됐다.

이러한 만큼 대표팀 구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이슈가 됐다. 특히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슈퍼 루키 이정후의 대표팀 선발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일단 또래 뿐만 아니라 KBO리그의 젊은 외야수 자원들 중 이정후에 버금가는 기량을 지닌 선수를 찾는 것부터가 어렵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정후의 기량은 학창 시절부터 KBO리그 실전까지 검증을 충분히 거치고도 남았다. 꼭 만 24세 이하 대표팀이 아니더라도 장차 2018년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 대표팀, 2020년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 대표팀에 있어서도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점에서 이정후는 장기적인 대표팀 세대 교체에 꼭 필요한 외야수 자원이다.

이정후가 국가대표팀에 선발될 경우 아버지와 아들이 최초로 같은 대회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것 이외에도 이종범과 이정후 사이에 처음으로 야구와 관련한 교류가 생긴다. 이종범은 아들 이정후의 야구 교육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직접 가르치지 않고 학교 교육에 맡겼기 때문에 은퇴 후 야구 교육을 위해 광주에서 서울로 이사했을 정도다.

그러나 한 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만나게 될 경우 이종범과 이정후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가 아니라 지도자와 선수 입장으로 야구와 관련한 비법 전수 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공식적인 훈련 및 미팅 자리에서 이정후는 만일 대표팀에 선발될 경우 '선수'로서 '코치' 이종범의 지시에 따를 것을 밝힌 상태다.

대표팀 명단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이 최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코치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를 국가대표 외야수의 한 축으로 선발해야 할 필요성은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 이정후가 남은 시즌 페이스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부상이 없는 한 대표팀 선발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아버지와 아들이 대표팀에서 함께 뛰는 순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대표팀야구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이종범대표팀코치 이정후대표팀선발가능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