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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캅스> 시리즈로 대표되는 한국형 버디 무비는 최근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꾀하였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와 <탐정: 더 비기닝>이 영화 <셜록 홈즈> 시리즈와 드라마 <셜록> 시리즈에 영향을 받은 '추리형' 버디 무비라면, <검사외전>은 <부당거래><베테랑><내부자들> 같은 정치적 문제와 남성을 결합한 일련의 영화들과 관계가 깊은 '사회성' 버디 무비였다. <극비수사>는 마치 <살인의 추억>처럼 그때 그 시절을 조명한 '시대형' 버디 무비로 볼 수 있고 <공조>는 분단의 아픔을 판타지의 색채로 소화한 '남북' 버디 무비로 구분할 수 있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경찰대생 기준(박서준 분)과 배운 대로 행동하는 경찰대생 희열(강하늘 분)을 주인공으로 삼은 <청년경찰>은 코미디와 수사를 버무린 버디 무비다. 영화는 기준과 희열이 외출을 나왔다가 우연히 윤정(이호정 분)이 납치되는 광경을 목격하고 학교에서 배운 대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복잡한 절차와 부족한 증거로 수사가 진행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두 사람은 직접 수사에 뛰어든다는 내용을 다룬다.

버디 무비의 계보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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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구성은 <나쁜 녀석들><러시 아워><21 점프 스트리트>의 빚을 지고 있다. 영화는 여기에 <덤 앤 더머>를 떠오르게 하는 바보스러움을 듬뿍 가미했다. 범죄 현장에 떨어진 증거로 추리하곤 스스로 "X나 과학수사!"라고 외친다거나 범죄 조직과 한판 대결을 벌인 후에 "쩐다"며 흡족해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 외에 매설된 웃음은 곳곳에서 빵빵 터진다.

<청년경찰>의 익숙한 버디 무비 또는 코믹 콤비와 차별을 형성하는 지점은 '청춘'이란 위치와 그들이 지닌 건강한 '정신'에 있다. 연출을 맡은 김주환 감독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청년경찰>을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경찰대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나는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관한 존재학적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성장영화"라고 설명했다. 코미디와 성장을 합한 <청년경찰>에겐 자연스레 <스물>(아마도 강하늘 배우의 영향이 크지 싶다)의 청춘이 겹쳐진다. <청년경찰>은 '청춘형' 버디 무비인 셈이다.

영화 속에서 다른 경찰대생은 정의로움을 강조하며 경찰에 지원했노라 말한다. 반면에 기준은 학비가 무료라는 이유를 대고 희열은 특이하게 보이기 위해 경찰대학에 입학했다고 말한다. 경찰대학 2학년에 재학하고 있지만, 별다른 목표의식이 없던 둘은 클럽에서 만난 여성에게 "돈 못 버는 경찰을 왜 하세요?"란 핀잔을 듣고는 "우리가 경찰이 되는 게 맞는 건가?"란 고민에 빠진다.

<청년경찰>에서 기준과 희열은 아직은 정식 경찰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찰이 아닌 것도 아닌 애매한 신분이다. 이것은 사회에 나왔으나 완전한 사회인도 아닌 대학생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영화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두 사람이 납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다루면서 이들이 '대학생'이란 점을 십분 활용한다.

청춘의 기상

경찰대생인 두 사람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수사하려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맞닥뜨린 모습은 강의실에서 배우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통계학적으로 납치된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시간 '크리티컬 아워'나 경찰이 사건을 먼저 파악하여 수사하는 '인지 수사'는 서장의 지시가 내려와 다른 사건을 먼저 수사한다거나 현재 업무량이 많다는 이유로 무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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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학교의 양교수(성동일 분)는 학생들에게 수사의 3가지 방법은 피해자 중심, 물품 중심, 현장 중심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기준은 시험을 볼 적에 수사의 3가지 방법을 열정, 집념, 진심이라고 적는다. 영화는 기준의 오답을 빌려 현장의 경찰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목소리는 경찰에게만 해당하는 비판이 아닌, 교과서로 가르친 것을 정작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한 일침이기도 하다.

김주환 감독은 장편 데뷔작 <코알라>에서 햄버거 가게를 창업하는 청춘의 도전을 그린 바 있다. <코알라>엔 "넌 꿈이 뭐야?"란 대사가 나온다. 그리고 "해보자"는 외침이 울린다. <청년경찰>은 인물, 장르, 규모는 다를지언정 <코알라>에서 묘사했던 청춘의 고민과 좌충우돌의 연장선에 서 있다.

<청년경찰>의 기준과 희열도 "우리 둘이 잘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선다. 그들은 시민이 위기에 처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선다. 영화는 코알라의 웃음처럼 해맑게 웃는 둘을 보여주며 청춘을 노래하고 미래를 긍정한다. 마지막에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기준과 희열, 경찰대학교의 플래카드로 걸린 "청년경찰이여, 늘 푸른 그 모습으로 영원하라"는 문구 속엔 영화가 예찬하는 청춘, 염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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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경찰>은 청춘의 기상을 화끈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코미디와 열혈로 뭉친 박서준과 강하늘이란 근사한 콤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독립 영화 <코알라>와 상업 영화 <청년경찰>에서 청춘의 빛과 그늘을 능숙하게 소화한 김주환 감독의 역량도 단단히 한몫했다. 박서준, 강하늘의 다음 연기, 김주환 감독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물론 가장 보고 싶은 건 이들이 다시 힘을 모은 <청년경찰>의 속편이다. <청년경찰>은 한국 영화의 소중한 자산을 남겼다.

청년경찰 김주환 박서준 강하늘 성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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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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