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누구나 때론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가 있다. 가령 기업가라면 어느 시기에 도달하면 지금 잘 해오던 사업을 다른 업종으로도 확장하느냐, 아니면 기존 하던 것에만 충실하느냐를 두고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한장 한장 노력이 더해진 음반이 쌓일 수록 다음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한 일. 어느 누구는 애초에 해왔던 음악 대신 다른 장르로 선회를 하고 또 다른 이는 그냥 기존의 틀을 고수하며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 성공적으로 나온다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상황으로 나온다면 이런 저런 뒷말, 비판 등이 이어지기 일수다.

과연 변신해야 할 것인가? Vs 그냥 유지할 것인가?의 선택은 음악 활동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 중 하나다.

위너, 다채로운 변신으로 승부를 건다

 4인조로 재편된 위너는 올해들어 트로피컬, 디스코 등 다채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4인조로 재편된 위너는 올해들어 트로피컬, 디스코 등 다채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 YG엔터테인먼트


핵심 멤버 탈퇴, 장기간의 공백기 등 만만찮았던 어려움을 겪었던 위너는 지난 4월 컴백 싱글 < FATE NUMBER FOR > 수록곡 'Really Really'로 당초 예상을 뛰어 넘는 멋진 컴백을 이뤄냈다. 트로피컬 사운드가 듣는 이의 귀를 상큼하게 사로 잡았던 이 곡의 큰 인기로 위너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불과 4개월만에 공개된 또 다른 싱글 < OUR TWENTY FOR > 역시 전작의 연장선상에 놓인 'Island'를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좀 더 큰 반향을 얻고 있는 곡은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디스코 장르의 'Love Me Love Me'다. 하나의 틀에 얽메이지 않고 자신들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다채로운 장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건 4인조 위너에겐  큰 무기가 되어줬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곡으로 일궈낸 성공은 향후 또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고 나오더라도 대중들에게 거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나름의 좋은 환경도 조성했다. 이쯤되면 위너에게 "변신"은 새로운 전성기의 시작을 열어준 탁월한 선택이 된 셈이다.

"내 갈 길 계속 가련다"... 버즈-윤종신의 발라드 반란

지난 2014년 원년 멤버로 재결성, 컴백한 버즈는 '겁쟁이', '가시' 등 이들의 곡 한번 안불러본 남성이 없을 만큼 2000년대 이후 노래방을 장악했던(?) 대표적인 팀 중 하나였다.  지난달 데뷔 14년만에 나온 첫 미니 음반 < Be One >은 지독하리만큼 과거 2000년대 우리가 기억하는 버즈의 음악을 그대로 담아냈다.

 5인조 록밴드 버즈는 노래방에서 크게 사랑받았던 대표적인 음악인 중 하나다.

5인조 록밴드 버즈는 노래방에서 크게 사랑받았던 대표적인 음악인 중 하나다. ⓒ 산타뮤직, 인넥스트트렌드


현악기의 서정적인 멜로디, 기승전결 뚜렷한 곡의 전개부터 격한 감정을 녹인 민경훈의 애절한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칫 "올드하다"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버즈의 음악은 이래야 제 맛이 아니던가? 한참 어린 후배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신곡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이 선전을 펼치는 건 특유의 고집스러움이 대중들에게 통했기 때문임을 몸소 증명해줬다.

 가수, 예능인, 음악PD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종신

가수, 예능인, 음악PD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종신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월간 윤종신> 시리즈로 다양한 실험을 펼치던 윤종신은 의외의 곡 '좋니'로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자신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엔 흔히 들을 수 있었던, 하지만 최근엔 어느 순간 주변에서 사라진 웅장한 선율의 발라드로 하루하루 주인공이 바뀌는 음원 순위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지코, 세븐틴, 위너, 빈지노 등 후배들과의 협업으로 최신 트랜드의 음악도 거침없이 들려줬던 윤종신임을 감안하면 아직도 대중들은 예전 감성을 얹은 그의 발라드에 오랫동안 목 말라 있었던 모양이다.

여자친구-에이핑크, 잠깐 동안의 변신... 다시 제자리로

지난 1일 발매된 여자친구의 다섯번째 미니 음반(E.P) < PARALLEL >과 신곡 '귀를 기울이면(LOVE WHISPER)'은 예전으로의 회귀, 정확히는 2년전 이맘때 나온 히트곡 '오늘부터 우리는'을 배출한 두번째 E.P < Flower Bud > 당시의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인기 걸그룹 여자친구.  자신들의 장기이자 특징인 청순 컨셉으로 회귀한 '귀를 기울이면'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 걸그룹 여자친구. 자신들의 장기이자 특징인 청순 컨셉으로 회귀한 '귀를 기울이면'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쏘스뮤직


지난 3월 여전사 + 걸 크러쉬 이미지를 선보인 네번째 E.P < THE AWAKENING >과 머릿곡 '핑거팁'은 "여자친구의 제2막 시작, 변신, 성장"이라는 보도자료 속 문구처럼 복고풍 사운드를 중심으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드러낸 작품이었지만 의도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아직 대중들은 여자친구의 달라짐을 원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5개월만의 신작은 예전 성공 방식을 다시 한번 선택했고 음반,  음원, 유튜브 조회수, 방송 순위 등에서 대체적으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으로선 "여자친구답다"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지만 "기존 성공작의 답습"라는 일부의 견해는 한편으론 곱씹어볼 대목이다.

 지난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에이핑크는 신곡 'Five'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에이핑크는 신곡 'Five'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지난 6월말 통산 여섯번째 E.P < Pink Up>과 머릿곡 `Five`로 돌아왔던 에이핑크 역시 비슷한 선택을 했다. 지난해 10월 정규 3집 < Pink Revolution >에선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블랙아이드필승(트와이스의 주요곡 담당)과 손잡고 성숙한 이미지의 '내가 설렐 수 있게'를 내밀었지만 의외로 대중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았다.

결국 이번 신작에선 기존 히트곡 'No No No', '리멤버', 'LUV'등을 합작했던 신사동호랭이의 곡을 다시 한번 전면에 내세웠다. 음반 발매 전후론 <아는 형님>, <주간아이돌>, <런닝맨>, < SNL코리아 >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등 거의 살인적인 일정의 홍보를 펼치며 잠시 그녀들을 시야 밖에 뒀던 대중들의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했다. 여자친구와 에이핑크의 음악적 "회귀"는 그만큼 변신이라는게 말처럼 쉽지 않음을 몸소 보여준 사례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쪼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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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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