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일렛> 시놉시스

영화 <토일렛> 시놉시스 ⓒ 스토리제이


'모든 것은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 때문이었다.

명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술집에 모인 친구 상협과 현태. 때마침 옆 테이블의 혜정과 미진의 미모가 눈에 들어온다. 상협은 늦게 온 벌칙으로 그녀들에게 다가가 작업을 걸지만 거부당하고 자리에 돌아온다. 잠시 후, 담배를 피우러 나갔던 상협과 현태는 먼저 나와 골목 한쪽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미진과 혜정의 험담을 듣게 되고 순간, 분노한다. 뒤이어 술집을 나오는 미진과 혜정을 미행해 건물 안 여자 화장실로 들어간 상협과 현태는 여자들을 칼로 위협하며 겁탈을 시도하는데...'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됐다고 알려진 영화 <토일렛>이 SNS상에서 상영 반대에 부딪히며 논란을 낳고 있다.

10일 오전 영화 <토일렛>의 포스터와 홍보 문구, 시놉시스가 공개되자 인터넷 상에서 큰 비판이 일었다. SNS 상에서는 누리꾼들이 10일 오전부터 '#토일렛_상영_반대'라는 해시태그로 영화 상영에 반대하면서 비판 의견을 꾸준히 게시하고 있다.

영화 <토일렛>의 시놉시스에 따르면 이 영화는 두 명의 남성이 여성들에게 작업을 걸고 거절당한 원한으로 여성 두 명을 미행하고 화장실에 따라 들어가 칼로 위협을 한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또한 <토일렛>은 포스터 문구로 이 두 남성의 위협을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두 남성이 원한을 갖고 미행을 한다는 점에서 두 남성의 행동을 '우발적'이거나 '즉흥적인 분노'라고 설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 설명이 두 남성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인 설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 <토일렛> 홍보문구

영화 <토일렛> 홍보문구 ⓒ 스토리제이


또 여성들이 두 남성을 거부하고 험담을 한다는 동기를 추가해 마치 남성들이 여성을 살해해도 정당하다는 듯한 동기를 가져다준다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누리꾼이 분노하고 있다. '여성혐오'로 가해자가 불특정 여성을 살해한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영화의 모티프라고 언급하는 게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여성영화 전용 스트리밍 서비스 앱 퍼플레이를 준비하는 프로그래머 심보영씨는 10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관객들이 즐길 만한 스릴러 영화로 만들었다는 자체가 창작자의 윤리나 책임감, 인권 의식의 결여"라며 "아직 피해자 가족들이 살아있고 목격했던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는데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그저 하나의 소재로 활용했다는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이 단순 모티프 정도로 활용됐다고 해도 지금 이 시점에서 화장실을 배경으로 여성을 살해하는 영화는 (이 사건을 연상시킬 수 있으므로) 개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스트 영화인 단체 '찍는페미'는 10일 성명서를 내고 "강남역 살인사건은 가해자의 여성혐오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명명한 뒤 "<토일렛>의 제작진은 영화의 홍보문구가 강남역 살인사건의 여성혐오적 맥락을 부정하고 이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강남역 여자화장실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고 전면에 내세운 영화 <토일렛>의 메인 포스터.

강남역 여자화장실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고 전면에 내세운 영화 <토일렛>의 메인 포스터. ⓒ 스토리제이


제작사와 감독 "홍보 문구 탓... 강남역 살인사건과 상관없는 영화"

한편, 영화 <토일렛>의 제작사는 영화 <토일렛>이 "강남역 살인 사건에서 가져온 건 '화장실'이라는 장소밖에 없고 강남역 살인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토일렛> 제작사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홍보사에서 강남역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는 홍보 문구를 써서 논란이 되는 것 같은데 영화는 강남역 살인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영화를 제작한 이상훈 감독은 화장실,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밀실 스릴러 시리즈 제작을 계획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토일렛>"이라고 말했다. 그저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모티프로 따왔다는 말이다.

이어 "이상훈 감독 입장에서는 테러를 당하고 있는 셈"이라며 "강남역 살인 사건의 재구성도 아니고 그저 '화장실'이라는 단서 하나를 가져왔다"고 토로했다.

이상훈 감독 또한 개인 SNS를 통해 "강남역 사건과 전혀 무관한 영화"라며 "나 또한 누구보다 강남역 사건 범죄자를 지탄하는 사람이고 <토일렛>도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제작했다"고 밝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심보영 프로그래머는 이러한 감독의 해명에 대해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영화를 제작했다고 주장하는데 영화 시놉시스를 봤을 때는 과연 누구에게 경종을 울리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토일렛 강남 여성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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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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