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련한 추억 속에 남아있는 음악은 어릴 때 본 애니메이션 <작은 눈의 요정 슈가>를 통해서 들은 주인공 사가가 치는 피아노 연주와 <달빛천사>를 통해 들은 주인공 루나의 음악이다. 내가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 최초로 호감과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이 두 작품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들은 따뜻한 음악은 어릴 적의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덕분에 나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학 생활과 꾸준히 해야 하는 본업인 글을 쓰는 일도 무척 힘든 일이지만, 피아노는 할 수 있으면 꼭 배우고 싶었다.

언제나 글과 말로 '언젠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희미한 바람을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해준 것도 애니메이션이 계기가 되었다. 그 애니메이션은 <4월은 너의 거짓말>이라는 작품이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일본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방영되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 ⓒ 일본 후지TV


<4월은 너의 거짓말>의 주인공은 피아니스트 아리마 코우세이(남)와 바이올리니스트 미야조노 카오리(여) 두 사람이다. 아리마는 어릴 적에 어머니를 잃은 사건으로 자신의 피아노 소리를 듣지 못하는 트라우마에 빠져 있었는데, 태양처럼 빛나며 자유롭게 연주하는 카오리를 만나 달라지기 시작한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을 통해 들은 피아노 연주는 작품 속 이야기와 어울리며 잔잔한 감동을 선물해주었다. 특히 아리마 코우세이가 천천히 다시 피아노를 마주하며 노력하는 모습은 '지금 나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면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이 가슴속에서 싹트게 했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을 보면서 '지금 당장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감정을 폭발시킨 건 아리마 코우세이를 이기기 위해 갈고닦은 연주를 보여준 이가와 에미(여)의 쇼팽 '겨울바람'이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처음 들었는데 곡의 웅장함과 거칠면서도 섬세한 매력이 너무나 놀라웠다.

 만화 4월은 너의 거짓말 (대원씨아이)

만화 4월은 너의 거짓말 (대원씨아이) ⓒ 노지현


그동안 들은 피아노 연주는 종종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정확한 지식 없이 들은 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4월은 너의 거짓말>을 통해 쇼팽이라는 작곡가의 '겨울바람'이라는 곡은 너무나 강렬하게 내 가슴에 들어왔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제대로 불을 지폈다.

절대 쉽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피아노 레슨을 시작하고 3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손이 미치지 않는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시 <4월은 너의 거짓말>을 통해 이가와 에미의 연주를 들으면서 나는 '저런 곡을 언제가 연주할 수 있게 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며 꿈꾸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대학 등록금 마련에 허덕이면서도 꾸준히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내가 꿈꾸는 것은 프로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이성에게 어필하 수 있는 피아노를 치는 남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을 통해 들은 쇼팽을 연주하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유치하거나 불순한 동기, 어쩌면 책임지지 못할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 덕분에 앞으로 살면서 이루고 싶은 소중한 꿈이 하나 더 생겼고,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 속에서 방황하는 대신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10년은 더 이렇게 피아노를 하고 싶다.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의 한 장면 ⓒ 일본 후지TV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쇼팽의 겨울바람 외에도 환상적인 엔딩 장면이라 칭송받는 아리마 코우세이의 쇼팽 발라드 1번 연주가 있다. 쇼팽의 피아노는 모두 하나같이 아름다우면서도 우리의 인생을 표현하고 있었다. 때로는 격렬하고, 때로는 평온한 분위기가 무척 놀라웠다.

지금의 나는 이제 겨우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의 마지막 장에 손이 도달했고,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BGM을 겨우 몇 곡 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쇼팽이 그린 악보의 그림자를 밟기에는 너무나 멀리 있지만, 나는 쇼팽의 악보를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BGM이 되어버린 <4월은 너의 거짓말> 애니메이션을 통해 들은 쇼팽의 겨울바람, 발라드 1번, 그리고 아직 이름조차 모르는 쇼팽의 곡들. 사람의 감동을 주는 것은 사소한 곳에 있고, 그 감동은 사람을 바꾸는 데에 충분하다는 것을 <4월은 너의 거짓말> 쇼팽을 통해 알았다.


덧붙이는 글 내 인생의 BGM 응모글입니다.
4월은 너의 거짓말 쇼팽 음악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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