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자들' 공영방송 살리기 위한 저항자들 최승호 감독, 김민식 MBC PD, 김연국 MBC 기자, 성재호 KBS 기자가 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현재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공범자들>은 <자백>을 제작한 최승호 감독의 신작으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공범자들의 실체를 다룬 기록영화다. 17일 개봉 .

▲ '공범자들' 공영방송 살리기 위한 저항자들 최승호 감독, 김민식 MBC PD, 김연국 MBC 기자, 성재호 KBS 기자가 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현재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공범자들>은 <자백>을 제작한 최승호 감독의 신작으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공범자들의 실체를 다룬 기록영화다. 17일 개봉 . ⓒ 이정민


최승호 피디 스스로도 "예상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을 내놓을 당시에도 이처럼 처절한 공영방송 몰락 연대기를 그릴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이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등장했고, 공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17일 개봉에 앞서 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언론에 선 공개된 자리에 연출을 맡은 최승호 피디와 영화 속 주역 김민식 MBC 피디, 김연국 MBC 기자, 그리고 성재호 KBS 기자가 참석했다.

주연 배우가 빠진 영화?

"지난 정권들이 어떻게 공영방송을 장악했는지 그걸 기록한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한 최승호 피디는 "새 정부 탄생하면 사회의 많은 부분이 바뀔 텐데 현 상태에선 KBS나, MBC의 방송장악자들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공영방송을 회복시키기 위해선 시민들에게 호소해야 했고, 그 수단이 영화였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최승호 감독, '공범자들'에 맞선 저항자! 최승호 감독이 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공범자들>은 <자백>을 제작한 최승호 감독의 신작으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공범자들의 실체를 다룬 기록영화다. 17일 개봉.

▲ '공범자들' 물러나라! 영화 <공범자들> ⓒ 이정민


그만큼 영화에는 지난 9년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차원에서 공영방송사에 가한 다양한 형태의 압력과 그 결과물이 자세하게 담겨 있었다. 최근 상암동 MBC 사옥에서 '김장겸(사장)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SNS 공개방송을 한 김민식 피디는 "이 자리에 오지 못한 더 큰 역할을 한 선배들, (언론 장악 주범인) 백종문 부사장이나 김장겸 사장도 있는데 제가 나와 부끄럽다"고 재치 있게 소감을 전했다.

그의 미소는 다음과 같은 말에 비장함으로 바뀌었다. 그 구호 덕에 시민들에게 여전히 MBC 구성원들이 저항하고 있음을 알렸다는 기자의 질문에 "부끄러웠다"고 운을 뗀 김민식 피디는 "이 영화의 구도는 공범자와 저항자"라며 "과연 내가 저항자였을까 자문하면 (그게 아닌) 공범자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2년 그때 170일 간 파업하고 이후 대응을 정하던 그날 밤, 노조 집행부 안에서 격한 논쟁이 있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상황이니 파업을 그만하자는 쪽과 해직된 이들이 있으니 계속 가야한다는 쪽으로 말이다. 이용마 기자가 파업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고됐다. 강경파였거든. 노조 내부에 온건파와 강경파가 있었다. 그리고 외부에 공개는 안 됐지만 (잠시 침묵) 제가 회군을 말한 온건파였다. 제가 노조 부위원장으로 들어간 게 예능, 드라마 피디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인데 <무한도전>이 6개월 결방할 때였다. 그 결방이 길어지면 프로그램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걱정이 노조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용마 기자와 많이 싸웠다. 파업을 접고 복귀하자고 했던 제가 다시 싸우는 이유는 (눈물을 삼킨 뒤) 이용마 기자가 아프다는 소식 때문이다. 용마는, 보도국 기자들이 어떻게 당하는지 봐 왔거든. 물러나면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온다는 걸 안 거지. 그 과정에서 그 친구는 속이 썩어갔고, 전 그냥…. 그냥 잘 살아왔다. 드라마도 연출했고, 잘 살았다. 정말 부끄럽다. 영화 보면서 제가 정말 저항자일까. 용마가 아프다는 말에 너무 미안했다. '내가 그의 말대로 끝까지 같이 싸웠으면 이렇게까지 MBC가 망가졌을까' 이 생각을 항상 하고 산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죄 갚는 심정으로 그렇게 한 거다."

이 발언 중 김민식 피디는 통곡하다시피 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김연국 기자는 "그렇지 않다"며 "김민식 피디는 MBC 측이 만든 블랙리스트에서 1등급이었고, 지난 1년 간 연출일 도 못했다. 노조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이다. 그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재 언론노조 KBS본부장을 맡고 있는 성재호 기자 역시 "동아투위사건, 80년대 언론인 해직 사건도 있었지만 21세기 우리가 겪은 해직은 퇴행이었다"며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었는데 제대로 못했다. 우리 전체가 사실 공범자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반성어린 말을 했다.

'공범자들' 김민식 PD, 죄갚는 심정으로... 김민식 MBC PD가 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암 투병 중인 이용마 해직기자 이야기와 파업 당시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범자들>은 <자백>을 제작한 최승호 감독의 신작으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공범자들의 실체를 다룬 기록영화다. 17일 개봉.

▲ '공범자들' 김민식 PD, 죄갚는 심정으로... 김민식 MBC PD가 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암 투병 중인 이용마 해직기자 이야기와 파업 당시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범자들>은 <자백>을 제작한 최승호 감독의 신작으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공범자들의 실체를 다룬 기록영화다. 17일 개봉. ⓒ 이정민



'공범자들' 성재호 KBS 기자 성재호 KBS 기자가 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범자들>은 <자백>을 제작한 최승호 감독의 신작으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공범자들의 실체를 다룬 기록영화다. 17일 개봉.

▲ '공범자들' 성재호 KBS 기자 영화 <공범자들> 성재호 KBS 기자 ⓒ 이정민


마지막 전쟁

기자간담회 진행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2012년 MBC 파업에 참여했던 박혜진 아나운서가 맡았다. 박 아나운서는 이후 MBC를 퇴사해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다. 현장에선 동료로서 <공범자들>을 본 심경을 그에게 묻는 질문이 나왔다.

"저도 파업 현장에 있었고, 내부자였기에 영화를 보고 몇몇 장면에서 웃으면서도 그 끝이 쓰고 아팠다. 힘든 시간을 보내며 사실 굉장한 무기력감을 느꼈다. 아나운서로서 존재가치를 부정당한 시간이었다. 자의로 전 프리랜서를 택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한 1인일지도 모른다. 그 이후 친정(MBC)을 비롯해 공영방송이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제 선후배 동료의 아픔을 보면서 분노하고 마음이 아팠다. 전 나왔지만 제가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오늘 간담회도 요청이 왔기에 선뜻 한다고 했다." (박혜진 아나운서)

참석자들은 숙연하면서 결연하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김연국 기자는 "2005년 최승호 선배가 <피디수첩> 때 한  '우리가 능력이 부족해 고발하지 못한 적은 있어도 외압 때문에 고발 못한 적은 없었다'는 말이 기억 난다"며 "공영방송 종사자라면 가슴에 새겼을 말인데 어느 순간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 영화가 언론 자유와 공영성을 회복시키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장이기도 한 김 기자는 "공영방송을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해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방송 제작 거부 이상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기자들 평은 좋은 편이었다. '스펙터클하다'는 한 기자의 말에 "감독으로서 마음이 좀 놓인다"고 답한 최승호 피디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만들어낸 스펙터클" 이라며 "저 역시 당사자였고, 파업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라 스스로도 믿기 힘든 순간들이 꽤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편집 과정 자체가 힘들었다. 9년간 겪은 일과 트라우마 같은 기억을 다시 꺼내야 하니까. 화면 속 동료들이 죽어라고 싸우는데 난 그 싸움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잖나. 2012년 170일 간 파업을 했는데 한겨울에 시작한 걸 한여름에 끝낼 수밖에 없었던 그때 말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들 틈에 들어가서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최승호 피디)

'공범자들' 박혜진 아나운서  박혜진 아나운서(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공범자들>은 <자백>을 제작한 최승호 감독의 신작으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공범자들의 실체를 다룬 기록영화다. 17일 개봉.

▲ '공범자들' 박혜진 아나운서(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 영화 <공범자들> 박혜진 아나운서(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 ⓒ 이정민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

현재 MBC와 김재철, 안광한 전 사장 등은 <공범자들>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이유가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개봉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인데 이에 대한 법원의 재판이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최승호 피디는 "영화 안에서 보이는 그 분들에 대한 비판의 증거는 이미 여러 형태의 기사와 증언으로 제시돼 있다"며 "재판 결과를 침착하게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연국, 성재호 기자 등도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기사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MBC의 블랙리스트가 공개됐다. 사측은 일로 사람을 평가한 게 아니라 파업에 관여했는지, 회사에 충성했는지로 판단했다. 우릴 분리시키고 배제시켰다. 박혜진 아나운서도 피해자다. 아나운서 50명 중 절반이 쫓겨났다. 그런 과정이 벌어지며 MBC는 편파 보도하는 방송사가 됐다. 정권은 바뀌었으나 방송사가 바뀐 건 없다. 김장겸 사장 임기가 2020년까지다. 물론 공영방송사 사장 임기는 보장되는 게 맞지만 구성원들이 억압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우산이 돼줘야 하는 게 사장이다. 김장겸 사장은 오히려 구성원들을 분리하고 격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상황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김연국 기자)

"7주째 KBS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장 얼굴을 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못 보고 있다. 어느 날은 퇴근 때 주차장에서 기다렸는데 화물 엘리베이터로 도망갔더라. 이렇게 숨바꼭질 하며 싸우고 있다. 곧 집단 움직임을 보일 거다. MBC가 준비하듯 우리도 비슷한 시기에 결심을 할 거다" (성재호 기자)

"기본적으로 전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지 스포츠 관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응원해도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길 확률이 절반이잖나. 영화는 악당이 아무리 강해도 결국 선이 이긴다. <공범자들>은 관객 한 명 한 명이 악당을 물리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실에 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거다. 이 영화를 100만이 보고, 200만이 보면 김장겸 사장 사퇴도 빨라질 거다. 300만이 넘는 데도 안 물러나면? 그 분을 병원으로 모셔야지(웃음). 우리 싸움의 취지를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 (김민식 피디)

상영금지가처분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공범자들>의 개봉 조건은 꽤 좋은 편이다. 배급을 맡은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는 "<자백> 때보다 많은 스크린을 예상한다"며 "시사회에서 보신 분들의 반응이 좋다. 멀티플렉스 3사에 요청한 수를 놓고 보면 200개 정도 스크린이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공범자들' 물러나라! 최승호 감독, 김민식 MBC PD, 김연국 MBC 기자, 성재호 KBS 기자가 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구호를 외치며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공범자들>은 <자백>을 제작한 최승호 감독의 신작으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공범자들의 실체를 다룬 기록영화다. 17일 개봉.

▲ '공범자들' 물러나라! ⓒ 이정민



공범자들 이명박 박근혜 최승호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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