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기자들과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이 8월 9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제작 거부 투쟁에 돌입했다.

MBC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기자들과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이 8월 9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제작 거부 투쟁에 돌입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


언론노조 MBC본부(아래 MBC 언론노조)가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문건을 공개한 가운데, MBC 카메라기자들과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이 9일 오후 12시를 기점으로 제작 거부 투쟁에 돌입했다. 9일 서울 상암동 MBC 로비에서는 150여 명의 노조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들의 제작 거부 선언 집회가 열렸다.

지난 8일,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3년 작성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파일 두 건을 공개했다. MBC에 재직 중인 카메라기자 65명을 성향, 파업 가담 여부, 충성도 등을 4등급으로 분류돼 있었으며, 개별 기자들의 이름 옆에는 '게으른 인물', '영향력 제로', '존재감 없음', '이용 가치가 있는 인물', '변절할 인물' 등의 평가가 기재되어 있었다.

특히 '요주의 인물 성향' 문서에는 '노조의 강경책을 그대로 카메라기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주요 관찰 대상', '추후 보도국 이외로 방출 필요' 등 노골적인 관리 방안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3년 이 문건이 작성됐을 당시와 지금 카메라 기자들을 비교해봤을 때, 실제 부서배치와 승진 등 인사 조치의 대부분이 이 블랙리스트에 따라 이뤄졌다"면서 "사측이 이 문건을 실제 인사 평가와 인력배치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MBC 영상기자회는 8일, 'MBC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본격 투쟁을 시작했다. 노조는 'MBC판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대상은 MBC 법인과 김장겸 사장, 박용찬 논설위원실장, 문건을 작성한 카메라기자 1명이다. 김장겸 사장은 문건 제작 당시 보도국장이었고, 박용찬 실장은 보도센터장이자 보도국 부국장으로 카메라기자들을 담당하고 있었다.

MBC "진상조사위 구성하겠다" vs. 영상기자회 "김장겸 사장도 조사 대상" 

 MBC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기자들과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이 8월 9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제작 거부 투쟁에 돌입했다.

제작 거부 선언을 하고 있는 MBC 영상기자회 권혁용 회장. ⓒ 언론노조 MBC본부


앞서 사측은 노조의 블랙리스트 문건 공개 직후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며, 노조에 문서 입수 경위와 작성자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영상기자회의 집회 시작 직전, "구성원 내부의 화합을 해치고 직장 질서를 문란 시킨 중대한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하기로 했다"면서 영상기자회와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겠다"는 180도 바뀐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와 관련 권혁용 MBC 영상기자회장은 "사전 협의는커녕, 사측이 제안을 해온 적도 없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사측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는데, 진상조사의 대상에는 김장겸 사장이 포함돼 있다. 권력의 정점에 조사 대상을 앉혀두고 무슨 진상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냐"면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상기자회는 "오늘 30여 명의 회원이 제작 거부를 시작했고, 출입처에 나가있던 기자들은 내일 오전 합류할 예정"이라고 전하며 "내일 오전까지 약 48명의 기자들이 제작 거부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이는 전체 보도 영상 제작 인력의 80% 이상으로, 당장 <뉴스데스크> 등 제작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상기자회는 "휴가, 출장 등으로 당장 합류하지 못하는 카메라기자들이 많아 이후 제작 거부 참여 인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상기자회-콘텐츠제작국 제작 거부... 보도국 총회도 곧 열려

 MBC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기자들과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이 8월 9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제작 거부 투쟁에 돌입했다.

콘텐츠제작국 소속 한학수 PD가 블랙리스트 문건을 괴문서 취급하는 사측을 향해 "지난 9년간 파괴되고 유린당한 MBC 시사교양부문과 PD들이 바로 그 증거"라고 외쳤다. ⓒ 언론노조 MBC본부


콘텐츠제작국 역시 제작 거부 투쟁에 합류했다. 한학수 PD는 "블랙리스트 문건을 접하고 울화가 치밀었다"면서 "<PD수첩>은 3주째 방송이 중단되었지만, 경영진은 PD들의 상식적이고 당연한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왜곡하고 있다. 보도영상부문에서 드러난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또 어떠한가? 출처불명의 괴문서라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무엇이 괴문서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PD는 "지난 9년간 파괴되고 유린당한 MBC 시사교양부문과 PD들이 바로 그 증거"라면서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의 제작 거부 이유를 밝혔다.

현재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이 제작 거부 상태이며, 영상기자회, 콘텐츠제작국의 제작 거부가 시작됐다. 내일 보도국의 총회가 열릴 예정이며, 영상기자회의 건의로 곧 보도본부의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보도국과 보도본부의 총회에서 제작 중단이 결정되면, 사실상 본격적인 파업이 시작되는 셈이다.

김연국 본부장은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후, '등급 분류'의 대상이 된 카메라기자들은 물론, 전 MBC 구성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장겸 사장을 향해 "지금이라도 스스로 내려오라. 만약 스스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역사상 가장 처참하게 자리에서 끌려 내려올 것"이라고 경고하며 "노조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총파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9일, 'MBC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장겸 사장과 박용찬 논설위원실장, 문건 작성자 1명 등 총 3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9일, 'MBC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장겸 사장과 박용찬 논설위원실장, 문건 작성자 1명 등 총 3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



MBC 블랙리스트 제작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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