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약물 사용 전력을 가진 KIA 헥터*와 두산 김재환*

금지 약물 사용 전력을 가진 KIA 헥터*와 두산 김재환* ⓒ 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


지난 6일(한국 시각) '육상 황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이 9초 92로 우승을 차지했다. 은퇴 무대에 선 볼트는 9초 95로 3위에 그쳤다. 

하지만 게이틀린의 우승은 전 세계적으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가 볼트의 은퇴 무대를 망쳤기 때문이 아니다. 무려 두 차례나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된 그의 과거 탓이다. 게이틀린은 2001년에는 암페타민 복용 사실이, 2006년에는 테스토스테론 성분의 과다 검출이 적발된 바 있다.

게이틀린은 우승을 하고도 현장의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반면 3위에 그친 볼트를 향해서는 관중들이 마지막까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정정당당한 패자'에 대한 격려를 보냈다.

그렇다면 우리 스포츠계의 사정은 어떨까? 수영 스타 박태환은 2008 베이징 올림픽 400m 자유형 우승으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올림픽 수영 금메달을 차지하며 국민스타로 성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2015년 1월 금지 약물 테스토스테론 복용이 적발되어 18개월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박태환은 4위에 올랐다. 한국 언론들은 그가 '역경을 딛고 부활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금지 약물 복용은 엄연히 선수 본인의 잘못이며 스포츠정신이 근본을 뒤흔드는 '절대 금기'임에도 이를 마치 외부적 요인인 '역경'인 것처럼 규정하는 대다수 언론의 태도는 우승자 게이틀린에게 가차없는 야유를 보낸 관중들의 인식에 미치지 못한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기저에 깔려있다.

명실공히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올시즌 1위 KIA 타이거즈와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의 전력 핵심에는 유감스럽게도 금지 약물 전력을 가진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두산과 KIA  타선의 핵심전력인 김재환과 헥터. 이 둘의 맞대결은 여러가지 의미로 주목을 받았다. 출처: [야매카툰] 김재환 vs 헥터, 누가 더 셀까

두산과 KIA 타선의 핵심전력인 김재환과 헥터. 이 둘의 맞대결은 여러가지 의미로 주목을 받았다. 출처: [야매카툰] 김재환 vs 헥터, 누가 더 셀까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KIA 선발진의 에이스 헥터*는 2006년 루키 리그 소속이던 19세에 경기력 향상 약물(Performance-Enhancing Drugs, PED) 복용 적발로 5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은 2011년 10월 야구월드컵 국가대표로 선발되었지만 사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S1 동화작용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가 검출되어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함께 1군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 KIA 헥터* 최근 2시즌 주요 기록
 KIA 헥터* 최근 2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IA 헥터* 최근 2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올 시즌 헥터*는 15승 2패 평균자책점 3.33으로 KIA의 선두 질주에 혁혁한 기여를 하고 있다. 다승은 팀 동료 양현종과 함께 리그 공동 1위이며 승률은 0.882로 2위, 평균자책점은 6위를 기록 중이다.

# 두산 김재환*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두산 김재환*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두산 김재환*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김재환*은 타율 0.359 29홈런 85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1.089를 기록 중이다. 타율은 리그 4위, 홈런은 공동 2위, 타점 3위, OPS 3위로 타격 주요 부문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이후 8일 경기까지 3경기 연속 결승 홈런을 터뜨리는 괴력을 과시하며 두산의 파죽의 8연승을 견인했고 연속 타점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헥터*와 김재환*에 대한 대다수 보도는 우호적이다. 특히 김재환*은 기자단이 투표하고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선정하는 7월 월간 MVP를 양현종과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김재환*의 활약은 연일 대서특필된다. 2008년 데뷔한 그가 역경을 딛고 뒤늦게 빛을 보았다며 '인간 승리의 주인공'처럼 미화하는 보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헥터*와 김재환*이 스포츠맨으로서 금기를 어긴 선수라는 사실을 현재 성적에 대한 참사로 덮어서는 안 된다. '금지약물 전력'은 그들의 선수 생활이 회자되는 한 영원히 따라다닐 수 밖에 없는 꼬리표고 매번 상기되어야 한다.

이들에 대한 무분별한 관심과 찬사가 위험한 이유는 다른 선수들이 금지 약물 사용의 유혹에 빠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해 보자. 프로선수로서 벽에 부딪힌 유망주가 금지 약물의 힘을 빌려 리그 정상급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면 이후 연봉은 급상승하고 대형 스타로 도약하게 된다. 혹여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되더라도 현 규정대로면 반 시즌 출장 정지만 감내하면 된다. 복귀 후 성적만 잘내면 야구를 통해 속죄하고 역경을 극복한 인간 승리로 포장될 수도 있다.

징계만 받고 나면 KBO가 공식 시상하는 월간 MVP로 선정될 수도 있고 팬들이 뽑는 올스타전에 출전할 수 있으며 포지션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 더 나아가 MVP라는 명예도 얻을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위기'라는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 대회의 저조한 성적, 지나칠 정도의 타고투저 현상, 선수 개개인의 추문, 그리고 심판에 대한 구단 고위 관계자의 금품 제공 및 이를 은폐하려 한 KBO의 행태 등 부정적 요인과 사건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와중에 금지약물 전력 선수들이 리그를 주름잡게 된다면 결국 팬들은 KBO리그로부터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약물 사용 선수 때문에 응원팀이 졌다'며 분노한 팬들이 어느 순간 프로야구 자체를 외면하게 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한국 사회에는 적폐 청산이라는 거센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반칙이 통용되던 일그러진 사회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KBO리그 역시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적폐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지 약물 전력자들에게 보기 민망한 찬사나 명예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그 첫 걸음일 수 있다.

(관련 기사: '금지약물' 경각심 없는 언론이 더 문제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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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필진/감수: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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