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인권 침해와 노동 탄압이 가장 극렬했던 방송사로 기록될 것이다."

'MBC판 블랙리스트'를 폭로한 전국언론노조(아래 언론노조) MBC본부가 문건에 등장한 카메라 기자들과 함께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작성'은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자행한 패륜적인 범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MBC판 블랙리스트'의 책임을 묻고자 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가 폭로한 문건은 총 두 건이다. 이 문건은 '충성도'에 따라 자사 카메라 기자 65명을 총 4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가진 기자를 가장 최상위 등급에, 언론노조의 영향력 아래 있거나 지난 170일 파업을 주도한 기자들은 '회색분자'라거나 '현 체제의 붕괴를 원하는 이들'이라는 말과 함께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했다. (관련 기사: MBC판 블랙리스트, 기자들 성향 분류해 인사 불이익?) 반면, MBC는 이 문서가 실체가 없는 "유령 문건"이라면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영상기자회 "우리는 소고기가 아니다"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MBC판 블랙리스트'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신인수 변호사, 권혁용 영상기자회장,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위원장)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MBC판 블랙리스트'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신인수 변호사, 권혁용 영상기자회장,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위원장) ⓒ 언론노조MBC본부


권혁용 MBC 영상기자회장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며 "문건에 나온 우리 모두가 피해자"라며 "이 평가 전체에 대해 영상기자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피해자가 아닌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MBC 영상기자 블랙리스트는 인권의 문제"라며 "MBC 카메라 기자들은 등급을 매길 수 있는 소나 소고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카메라 기자들은 뉴스의 최일선에 있다"며 "윗선에서 뉴스를 의도를 갖고 왜곡하려 할 때 현장에서 카메라 기자들을 제어하지 못하면 자기들 의도대로 뉴스를 왜곡하기 어렵다"고 시사했다. 또 "이런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가진 분들을 그대로 두고서 사측 입맛에 맞는 뉴스를 생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MBC 카메라 기자들은 사측의 블랙리스트에 저항하며 카메라를 상암 MBC 앞 길거리에 내려놓고 시위를 벌였다. MBC 영상기자회는 'MBC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로 전환하고 8일 성명서를 내 "영상 기자 개개인이 마치 푸줏간의 고기처럼 등급으로 잔인하게 분해되고 분류당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대위는 "영상기자 개개인의 명예가 회복되고 보도영상조직이 재건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 작성자는 MBC 어용노조 조합원?

 MBC 내부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 언론노조 MBC 본부가 8일 폭로한 자료에 따르면 MBC 사측은 '카메라 기자 성향 분석표'를 만들어 카메라 기자들을 4등급으로 분류한 뒤, 승진에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내부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 언론노조 MBC 본부가 8일 폭로한 자료에 따르면 MBC 사측은 '카메라 기자 성향 분석표'를 만들어 카메라 기자들을 4등급으로 분류한 뒤, 승진에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 언론노조MBC본부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서 파일에 드러난 문건 작성자가 언론노조가 아닌 '어용노조'에 소속된 자사 카메라 기자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카메라 기자 혼자 만들 수 있는 문건이 아니라며 문건 작성에 윗선이 지시·개입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으나 이 문서는 한 사람이 파악해서 작성할 수 있는 수준의 문서가 아니"라면서 "여러 사람이 조직적으로 문서를 업데이트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권혁용 MBC 영상기자회장 또한 "문건 작성자는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영상기자회원"이라며 "본인에게 직접 (문서를 작성했냐고) 물었더니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며 사측에서 문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어 김연국 본부장은 "블랙리스트가 카메라 기자들만 대상으로 작성됐을 것이라 보지 않는다"며 "아나운서와 PD/기자 등이 자리에서 쫓겨났다. 이번 블랙리스트 문건 2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신인수 언론노조 MBC본부 자문변호사는 "문서로 이뤄진 블랙리스트가 없을 뿐 MBC 곳곳에서 이런 블랙리스트가 작동했다"며 "MBC는 인권 침해와 노동 탄압이 가장 극렬했던 방송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의 법적 대응에 언론노조 "검찰 수사 통해 진위 가리자"

 MBC 카메라 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8일 오전 MBC 영상기자회는 'MBC판 블랙리스트'를 비판하면서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MBC 카메라 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8일 오전 MBC 영상기자회는 'MBC판 블랙리스트'를 비판하면서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 언론노조MBC본부


언론노조 MBC본부는 최근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해당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문서에 기록된 작성 시점을 토대로, 해당 문건이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작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2013년 7월은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취임한 직후다. 노조는 실제 부서 배치와 승진 등 인사 조치의 대부분이 이 블랙리스트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연국 본부장은 "문서에서 분류하는 표 그대로 인사 발령이 났다"며 "이 블랙리스트 문건의 유일한 용도는 카메라 기자들을 승진 누락시키고 한직에 박아 넣기 위한 기초 자료 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측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MBC 사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체불명의 문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MBC판 블랙리스트'가 언론노조 MBC 본부의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연국 본부장은 사측의 입장에 대해 "검찰 수사를 통해 진위를 가려보자"고 짧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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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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