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프로듀스 101 출신 유회승을 합류시켜 5인조로 재편된 엔플라잉

프로듀스 101 출신 유회승을 합류시켜 5인조로 재편된 엔플라잉 ⓒ FNC엔터테인먼트


최근 록 밴드 콘셉트를 내세운 아이돌 그룹, 이른바 "밴드 아이돌"들이 속속 재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중견 기획사로 자리잡은 FNC가 연이어 데뷔시킨 2007년 FT아일랜드, 2010년 씨앤블루가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그 이후엔 이렇다한 결과물을 발견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FNC 조차도 A.O.A, 엔플라잉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였지만 대중들의 반향을 얻지 못했고 결국 A.O.A는 댄스그룹으로 방향을 선회한 후에야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몇몇 업체들을 중심으로 아이돌+록밴드 성향을 앞세운 신인급 팀들이 대중들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얼마전엔 1년 반 이상의 공백기를 마감하고 신곡 '진짜가 나타났다'로 재가동에 나선 엔플라잉, 중학생들의 패기로 똘똘 뭉친 'I Got You'의 더 이스트라이트 등이 각각 <프로듀스 101> 출신 멤버를 보강하고 방송 무대를 중심으로 본격 활동에 나섰다.

이밖에 싱글 'Sorry'로 최신 브리티시 록과 전통적인 록 발라드 요소를 접목시킨 꽃미남 밴드 더 로즈, 다양한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결성된 아이즈 등이 첫 음반을 내놓았거나 곧 정식 데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과연 이들은 험난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왜 밴드 아이돌일까?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

 데뷔 초기 다양한 가발을 쓰고 등장했던 더 이스트라이트.  대부분의 멤버들이 중학생으로 구성된 이들은 최근 프로듀스 101 출신 이우진이 정식 멤버로 합류하며 6인조로 확대됬다.

데뷔 초기 다양한 가발을 쓰고 등장했던 더 이스트라이트. 대부분의 멤버들이 중학생으로 구성된 이들은 최근 프로듀스 101 출신 이우진이 정식 멤버로 합류하며 6인조로 확대됬다. ⓒ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사실 전 세계적으로 록 밴드 + 록 음악은 침체기를 맞이한 상황이다.  물론 여전히 U2, 콜드플레이 같은 거물 팀부터 이매진 드래곤 같은 신진 세력들은 대중들에게 환영받고 있지만 전체적인 틀을 놓고 보면 록 음악은 힙합, R&B 및 이른바 트렌디한 팝 위주 음악인들에게 시장의 주도권을 내준 지 오래다.

게다가 국내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댄스 퍼포먼스 중심의 "보여주는" 음악이 방송가를 지배하고 있고 솔로 음악인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음원 순위를 장악하면서 밴드 음악의 활동 범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그런데 어찌보면 아이돌 록밴드들의 재등장은 시장 상황을 역으로 공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즉, 대부분 업체들이 선보이는 팀들이 댄스 아이돌이다보니 차라리 이와 반대되는 록 밴드 아이돌로 차별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선배그룹과는 다른, 독특한 색깔을 칠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느리지만 우직한 발걸음으로 팬층을 넓혀가는 데이식스는 지난해엔 특별한 홍보 없이 공연 위주로 활동 반경을 잡았고 올해 들어선 매월 싱글 발표라는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후발 주자들인 허니스트는 어쿠스틱 성향의 음악을 강조하는 "감성 밴드"로 꾸몄고 더 이스트라이트는 멤버 전원이 특이한 가발을 쓰고 데뷔, 이후엔 EDM 등을 결합한 독특한 사운드로 이채로움을 더했다.

밴드 콘셉트, 대중들의 미운 오리 새끼(?)

 빼어난 용모로 관심을 모으는 4인조 밴드 더 로즈

빼어난 용모로 관심을 모으는 4인조 밴드 더 로즈 ⓒ 제이앤스타컴퍼니


"밴드 아이돌"은 기존 아이돌 그룹 이상으로 음악성, 실력 등에 대해 대중들의 질타 및 악플 등을 많이 받았던 존재들이다.  선구자격인 FT아일랜드, 씨엔블루만 하더라도 이를 피하진 못했었다.

장비 설치 등의 문제로 인해 방송 현장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이뤄지는 "핸드 싱크 연주" 부분은 특히  논란을 더욱 부채질 하기 좋은 도구였다. 

게다가 골수 록 음악팬들에겐 팝적인 요소가 강한 대중성 위주 사운드에 대한 거부감도 컸기에 정작 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의 지지는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다.

음악 외에도 칼군무 등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댄스그룹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단조로울수 밖에 없는 방송 현장에서의 모습은 기존 아이돌 팬들의 마음을 잡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어찌보면 "아이돌 음악팬", "록 음악팬" 양쪽에게 무관심, 또는 배척을 당하기 일쑤였던 게 그간의 밴드 아이돌을 지향하는 팀들의 처지였다.

자신만의 색깔을 빨리 찾아라

 밴드 아이돌의 명가, FNC가 올해 새롭게 선보인 허니스트.  어쿠스틱 사운드를 담은 청량한 음악을 장기로 내세우고 있다

밴드 아이돌의 명가, FNC가 올해 새롭게 선보인 허니스트. 어쿠스틱 사운드를 담은 청량한 음악을 장기로 내세우고 있다 ⓒ FNC엔터테인먼트


어느 장르를 하든 공통된 사항이지만 결국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자신들만의 색채, 특징을 빨리 만들어야 하는 게 밴드 아이돌들 앞에 놓인 과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팀들을 보면 아직도 기획사 작곡/프로듀서팀/연주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멤버들이 만든 사운드가 아닌, 기성 음악인들이 대신 만들어준 음악이나 다름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기존 아이돌 팀의 음악을 전담하던 제작진들이 이들 밴드도 맡으면서 댄스팀에게나 어울릴 법한, 현재 유행에만 치우친 제작도 빈번이 이뤄진다. 물론 마룬5, 콜드플레이, 본 조비 등 해외 유명 록밴드들도 요즘 들어선 일반 팝, 힙합, EDM에 특화된 프로듀서들과 손잡고 독특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음악을 통제할 수 있는 관록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이렇다보니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음반이지만 다 들어본 후엔 정작 "이 팀만의 색깔은 과연 뭐지?"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 "이런 노래는 이 친구들 밖에 못해"라는 인식을 음악팬들에게 심어주지 못한다면 요즘의 밴드 아이돌 등장은 그저 "찻잔 속의 돌풍"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댄스 아이돌 팀에 비해서 설 수 있는 무대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방송 , 행사 무대 특성상 악기-장비 설치 등 여러 어려움 존재) 국내 환경을 감안하면 결국 대중들에게 들려줄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케이팝 쪼개듣기 밴드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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