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앨범 < Energetic >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워너원.

데뷔 앨범 < Energetic >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워너원. ⓒ CJ E&M


다양한 소속사의 가수 지망생 101명을 경합시켜 '상위권'을 데뷔시킨다는 방송 콘셉트. 그래서 논란이 컸던, 그러나 딱 그 논란의 크기만큼 잘 팔렸던 <프로듀스 101>. 그 두 번째 시즌의 데뷔 팀이 첫 음원을 발표했다. 팀명은 워너원, 타이틀은 '에너제틱'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야 항상 욕을 먹게 마련이지만 <프로듀스 101>처럼 콘셉트부터 비판받는 경우는 드물다. 꿈 있는 십 대들이 매주 탈락하고, 서로 끌어내고, 조금이라도 돋보이려고 애쓰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대단히 가슴 아픈 것이었다. 누군가는 그것이 아이돌 '판'의 현실이라 말하지만, 그것을 오락으로 재가공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백 명이 넘는 멤버들이 등장하다 보니 '내 취향'이 하나쯤 없을 수가 없고, 가슴 아픈 만큼 또 그 아이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 시청자의 심리였다. 아, 천민자본주의여.

어쨌든 팬들의 양가적인 감정 속에 팀은 데뷔했고, 출연자 중 한 명을 응원했던 글쓴이 역시 음원을 구입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곡은 철저히 상업적이다. 잔인한 판을 벌여놓고 그렇게 꾸려진 팀을 난해한 곡으로 활동하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이오아이의 '너무너무너무'만큼은 아니지만, 멜로디의 진행은 안전하고 예측할 수 있으며 귀에 쉽게 박힌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 <프로듀스 101>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이 중에 네 취향이 나는 있겠지'의 콘셉트였으니 곡도 당연히 그러할 수밖에 없다. 타이틀 '에너제틱' 역시 수많은 장르를 곡 하나에 모은다. 서정적인 피아노로 시작하는 곡에 설렘을 느낄 소녀 팬부터 몬도 그로소의 옛 히트곡이 취향인 이들과 101명이 다 함께 불렀던 곡 '나야 나'를 즐겨 들었던 이들, 옹성우의 깔끔한 발성을 즐기고픈 팬들, 소년들의 칼 같은 군무가 보고 싶은 팬들까지…. 이번 곡은 이 모두를 저격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 후렴구를 'make me feel so high'로 시작하는 구간과 '막 끌려 더 날 당겨줘'로 시작하는 두 개의 구간으로 운영하며 랩과 변주를 끼워 넣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게 신기할 만큼 '잘' 먹힌다. 곡 전체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곡의 적어도 어느 한 구간만큼은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그런 곡이랄까. 매장에 틀어놓기도 제격이고, 음원 구매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트리밍 손님'은 꽤 유치할 수 있는 그런 곡이다.

<프로듀스> 시리즈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여전히 아이오아이나 워너원의 팬일 수 있는가. 개인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아이들을 콜로세움에 집어넣는 것에 죄책감이 없는 어른들이 만든 쇼는 분명 문제이다. 하지만 거기서 생존한 이들이 같이 욕먹어야 할 이유는 꼭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워너원의 타이틀 '에너제틱'처럼 잘 빠진 곡이라면, 곡 자체가 불매의 대상일 이유는 없다. 엠넷이 좀 얄밉긴 하지만.


워너원 에너제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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