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바캉스 서울'은 서울아트시네마가 주최하는 여름 특별 프로그램입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했는데, 겨울 시즌의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와 더불어 서울아트시네마가 선정한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지난 7월 26일에 시작한 '2017 시네바캉스 서울'은 오는 27일까지 열릴 예정으로 다섯 개의 주요 섹션, 40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영화 <메리 포핀스>의 한 장면. 현재 50여 년만의 속편이 제작되고 있으며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 <메리 포핀스>의 한 장면. 현재 50여 년만의 속편이 제작되고 있으며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 Walt Disney Productions


먼저 '시네마테크 가족 극장' 섹션에서는 세대를 불문하고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할리우드 가족 뮤지컬 영화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판타지의 고전으로 꼽히는 주디 갈란드 주연의 <오즈의 마법사>(1939), 50여년만의 속편이 제작되고 있는 줄리 앤드루스 주연의 <메리 포핀스>(1964), 찰스 디킨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올리버!>(1968), 역시 브로드웨이 뮤지컬 원작의 고아 소녀 이야기 <애니>(1982) 이렇게 네 작품이 준비돼 있습니다.

이 중 <오즈의 마법사>는 지난 8월 6일을 끝으로 모든 상영이 끝났지만, <메리 포핀스>와 <애니>는 2회, <올리버!>는 1회 상영이 남아 있습니다. 저희 세대가 자랄 때 명절마다 TV로 많이 봤던 영화들인데,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3대가 함께 극장 나들이 하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시네필의 바캉스' 섹션입니다.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의 전설적인 무성 영화 <탐욕>(1924)를 비롯한 4편의 무성 영화들과, 인도의 유명 감독 샤트야지트 레이의 두 번째 작품이자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불굴의 인간>(1956)을 포함한 인도 영화 3편,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틸다 스윈튼 주연의 <올란도> 등 유럽 및 일본 영화 4편 등이 소개됩니다.

이 중에서 90년대 대표적인 페미니즘 텍스트인 <올란도>(1992)는 이번 주말 상영 직후 시네 토크가 있을 예정입니다. 200년은 남자로, 그 다음 200년은 여자로 살아간 주인공 올란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서, 올란도와 인연을 맺게 되는 사람들이 성별에 따라 어떤 권력 관계에 놓이는지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대별로 꼼꼼하게 재현한 세트와 의상, 틸다 스윈튼의 뛰어난 연기가 볼 만합니다.

세 번째는 지난 2012년에 타계한 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미니 특별전입니다. <안개 속의 풍경>(1988), <율리시즈의 시선>(1995), <영원과 하루>(1998) 같은 그의 3대 영화제 수상작들은 모두 국내 개봉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율리시즈의 시선>과 <유랑극단>(1975) 같은 초기작들, 그리고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먼지의 시간>(2008)을 만날 수 있습니다. 종종 로드 무비의 형식을 빌려 그리스와 발칸 반도의 정치 사회적 풍경을 시적으로 담아내곤 했던 감독의 영화 세계를 차분히 엿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영화 <율리시즈의 시선>의 한 장면. 그리스에서 보스니아까지 발칸 반도를 여행하며 이 지역의 역사와 정치 사회적 문제를 되짚어 보는 영화. 전반부는 공산화 과정의 전체주의적 폭력, 후반부는 보스니아 내전을 비롯한 유고 사태 전반이 낳은 비극을 성찰한다.

영화 <율리시즈의 시선>의 한 장면. 그리스에서 보스니아까지 발칸 반도를 여행하며 이 지역의 역사와 정치 사회적 문제를 되짚어 보는 영화. 전반부는 공산화 과정의 전체주의적 폭력, 후반부는 보스니아 내전을 비롯한 유고 사태 전반이 낳은 비극을 성찰한다. ⓒ Theodoros Angelopoulos


<율리시즈의 시선>은 알려지지 않은 무성 영화 시대의 필름을 찾으러 발칸 반도 일대를 돌아다니는 그리스 영화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여정은 수많은 전쟁으로 얼룩진 이 지역의 근현대사를 회고하며 영화 제작 당시 벌어지고 있던 보스니아 내전의 비극에까지 다다릅니다. 시적인 롱테이크 화면과 수십 명이 출연하는 집체극을 연상시키는 인물과 카메라의 다양한 동선이 인상적입니다. 1차대전 전후부터 최근의 유고 연방 붕괴에 이르기까지 발칸 반도의 역사를 간단하게라도 미리 알고 보면 영화가 좀 더 다가가기 쉬울 것입니다. 

네 번째는 '미드나잇  무비' 섹션입니다. 여름에 어울리는 짜릿한 장르 영화들을 선정하는 부문이죠. 올해 이태리 호러의 대명사인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와 <페노메나>, SF 스릴러이면서도 호러를 방불케 하는 신체 훼손이 등장하는 폴 버호벤의 <로보캅>, <토탈 리콜>, <스타쉽 트루퍼스>를 선보입니다. 아쉽게도 <로보캅>-<서스페리아>-<페노메나>의 심야 연속 상영 이벤트는 지난 주 금요일에 끝났지만, 아직 개별 영화 상영은 1, 2회씩 남아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한국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를 만나다' 섹션입니다. 박기용 감독의 신작 <재회> 상영 후 시네 토크,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꼬마 돼지 베이브 2> 동시 상영 이벤트 및 시네 토크가 이미 지지난 주와 지난 주 주말에 있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위로공단>으로 은사자상을 받은 바 있는 임흥순 감독의 신작 <려행>이 소개됩니다.

이 밖에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과 함께 하는 체코의 대표 애니메이션 감독인 얀 슈반크마예르의 회고전도 열립니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작인 단편 <대화의 가능성>(1982)을 비롯한 단편 4편과, <오테사넥>(2000) 등의 장편 5편이 소개됩니다. 초현실적인 설정과 비주얼이 좋은 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역사문제연구소와 함께 준비한 크리스 마르케 감독의 68혁명에 관한 다큐멘터리 <붉은 대기>(1977)도 상영될 예정이며, 이후 오픈 토크 순서가 마련돼 있다고 합니다.

작년에 이어 유난히 뜨거운 올 여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마련한 영화들과 함께 잠깐 더위를 잊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상영작 소개와 시간표는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7 시네바캉스 서울'의 포스터. 8월 2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계속된다.

'2017 시네바캉스 서울'의 포스터. 8월 2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계속된다. ⓒ 서울아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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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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