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공식 홍보 계정에 올라 온 출연 배우들의 기념 사진.

<비밀의 숲> 공식 홍보 계정에 올라 온 출연 배우들의 기념 사진.ⓒ tvN


지난달 30일 종영된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 대한 종영 후 반응이 뜨겁다. 팬들의 '시즌 2' 요청이 빗발치는 것은 물론이다. 이를 등에 업고 <비밀의 숲>의 대본집 출간은 오는 11일로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장편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호평과 상찬이 자자한 이수연 작가의 극본을 시청자들이 직접 확인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블루레이와 DVD 제작도 열혈 팬들을 중심으로 제작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방송은 끝났다. 케이블 드라마가 5%대면 이제 '대박'이라 칭하기엔 쑥스러운 수치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종영을 기다렸다는 듯, 16부작 '몰아보기'를 뒤늦게 끝마쳤다는 '간증'이 여기저기 출몰한다.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냐"며 종영 후 평가로 인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본 시청자들의 물음도 쇄도한다.

"시즌 2 논의만으로도 고맙다"는 이수연 작가의 말마따나 시즌2 제작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이와 별개로 사전제작드라마 <비밀의 숲>이 남긴 의미나 비중을 뛰어넘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두고두고 회자하는 중이다. 황시목 검사를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의 면면을 다시 곱씹고 정리해봤다.

'비밀의 숲'에 새로이 입성한 시청자들을 위한, 그 '마성'에 빠져들기 위한 새로운 시청자들에겐 일종의 '팁'이 되어줄 것이다. 모든 주·조연 캐릭터를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감정이 없어' 이 모든 게 가능했던, 황시목

 <비밀의 숲> 황시목의 캐릭터 포스터.

<비밀의 숲> 황시목의 캐릭터 포스터.ⓒ tvn


"우리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져."
"안 무너집니다!"

구속되던 한조그룹 회장 이윤범(이경영)의 호통에 건조하게 "안 무너진다"고 되받아치던 서부지검 황시목 검사. 감정을 잃고 "오직 이성으로만 세상을 보는" 검사는, 현실 세계에 없다. 그래서 <비밀의 숲>의 지향과 아이러니는 이 황시목 검사의 존재로부터 출발한다. <비밀의 숲>은 황시목이 가진 핸디캡이 반대로 이 '검찰 스폰서 사건'이 은유하는 한국사회의 병폐를 파헤칠 수 있는 '능력'으로 기능한다는 극적 상상력이 없이는 끌어갈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톨이' 황시목은 승진도, 좌천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후배 영은수(신혜선)가 내비치는 관심도 의아할 뿐이다. 어처구니없이 살해당한 동료의 죽음만이 그의 '(분노)감정'을 일깨웠을 뿐이다. 범인을 잡아야 하고, 이들을 재판정에 세워야만 한다. 자신이 잡은 범인이 구치소에서 자살했을 때도, 자신이 왜 틀렸냐만 고민하는 황시목에겐 실수도 배움이다. 그런 황시목을 '발탁'한 것이 이창준 차장검사였고, 황시목은 처음부터 그를 사건의 배후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끝으로, 황시목은 사건 해결을 위해 공조하는 한여진 경위(배두나)에게만 미소를 보인다. 그 희미한 미소를 품은 '무감정' 황시목을 조승우는 영화 <내부자들>과는 전혀 다른 '검사' 연기 캐릭터로 홈런을 쳐냈다. <신의 선물> 이후 간만의 브라운관 복귀였다. 한국 드라마 사상 첫 번째로 꼽힐 '검사' 캐릭터를 데뷔 18년 차 조승우가 완성해 냈다.

인간미와 윤리의식을 지닌 형사, 한여진

 <비밀의 숲> 한여진 캐릭터 포스터.

<비밀의 숲> 한여진 캐릭터 포스터.ⓒ tvn


"너 얼마나 여자들이 성매매로 죽는 줄 아니? 뉴스에도 안 나와 너무 많아서. 너 하늘이 살려준 애야. 절대 잊지 마."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뀐 김가영을 취조하던 한여진이 한심하고 안타깝다는 듯 소리친다. 아마도, <비밀의 숲>의 작가가 한국사회에 외치고 싶었던 주문과 당부는 이 한여진 캐릭터가 도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황시목에게 힘을 실어 줬던 "누구 하나만 제대로 부릅뜨고 짖어대면 바꿀 수 있는 거"라던 호소의 목소리도 바로 이 한여진의 것이었다.

용산경찰서 강력계에서 유일한 여성 형사이자 보통이 넘는 정의감과 역시 보통이 넘는 추리력을 지닌 주인공. 더욱이 피해자의 어머니를 챙길 줄 아는 인정과 인간미를 지닌 한여진은 그래서 더더욱 황시목과 대비되는 <비밀의 숲>의 다른 감정적인 여유와 휴식을 담당하는 인물이었다. 역시나 보통 이상의 윤리의식을 지닌.

이를 전형적이지 않게, 특유의 '배두나스러움'으로 소화해낸 배두나는 비중과 분량을 넘어 그 '한여진'이란 캐릭터를 즐기며 연기하고 있었다. 워쇼스키 남매의 <센스8>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고 돌아온 배두나의 존재감 역시 <비밀의 숲>은 든든한 우군이었고. 그렇게 배두나는 여전히 차기작이 궁금한 '배우'임을 <비밀의 숲>을 통해 다시금 입증해 냈다.

<비밀의 숲>의 거대한 축, 이창준

 <비밀의 숲>의 이창준.

<비밀의 숲>의 이창준.ⓒ tvN


"너는 나를 이 법정에 세울 수 없다"고 큰소리쳤을 때만 해도, 이창준은 용의자 '넘버원'이었다. 황시목의 시선이 그랬고, 제작진의 의도가 그랬고, 시청자들도 그리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비밀의 숲>이 의인과 괴물의 경계에 세운 '정치 검사' 이창준은 첫 회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동시에 주변 용의자를 '소개'하고 황시목의 추리를 이리저리 분산시키며 극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았다.

이창준이란 인물은 단지 서사의 기능적인 부분에서만 활약한 것이 아니었다. '감정 없는' 황시목의 거울로서, 조직에 순응하며 패퇴해간 괴물로서 이창준은 지난 20년간 망가지고 무너진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 무게 있고 품위 있으며 속을 알 수 없는 이창준을 설득력 있게 연기한 유재명은 '올해의 발견'이자 <비밀의 숲>이 낳은 '주연배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전작인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연기했던 가볍고 코믹한 아버지 역할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나무랄 데 없이 소화함으로써 유재명이란 이름을 시청자들과 업계에 널리 각인시켰다. <비밀의 숲>이 낳은 새로운 스타 둘을 꼽으라면, 이수연 작가와 이 유재명을 꼽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황시목의 거울상, 서동재 

 <비밀의 숲>의 서동재 캐릭터 포스터.

<비밀의 숲>의 서동재 캐릭터 포스터.ⓒ tvN


"산 하나 넘었고!"

황시목과 정반대의 길을 가는 인물은 사실 이창준이 아니라 이 서동재(이준혁)일 것이다. 곡학아세의 달인이자 지칠 줄 모르는 생존본능의 소유자인 서동재는 기존의 '정치 검사'의 이미지를 넘어 이수연 작가가 이 하드보일드 장르 드라마에서 가장 '생활감'을 부여한 캐릭터라 봐야 할 것이다. 그만큼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납작 엎드리는 서동재는 (불행하게도) 시청자들이 가장 '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본' 캐릭터로 꼽을 만한 인물이기도 했다.

여기까지였다면 감초캐릭터로 남았을 터. 서동재 역시 극 초반 '스폰서'에 적극적으로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력한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이었고, 또 끊임없이 황시목 주변에 어른거리며 후배 검사를 괴롭힌 선배이기도 했다. 이러한 서동재에게 작가가 지닌 애정(?)은 마지막 회에서 확인된다.

끝끝내 변치 않는, 아니 변하면 오히려 더 이상할 것 같은 서동재의 초지일관은 <비밀의 숲>의 마지막을 훈훈한 해피엔딩이나 이상에 눈먼 드라마로 용납하지 않은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이를 연기한 이준혁의 능글맞은 얼굴과 연기 역시 소셜미디어상에서 회자한 '짤방'을 수없이 남기며 <비밀의 숲>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악인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는 많았지만, 밉지만 극한의 악인도 아닌 서동재는 확실히 특별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여성 검사, 영은수 

 드라마 <비밀의 숲>의 한 장면.

드라마 <비밀의 숲>의 한 장면.ⓒ tvN


그리고, 영은수 검사. 누구는 이 영은수 캐릭터를 '최대의 민폐 캐릭터'라고 평했는지 모르지만, 이 영은수야말로 <비밀의 숲>의 인물 중 전형성과 가장 거리가 먼 캐릭터일 것이다. 영은수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직업적 커리어도 놓치고 싶지 않은 '프래시맨' 캐릭터인 데다 직장 상사인 황시목에게 품은 연정까지 수줍게 드러내는 능동적이고 생생한 캐릭터였다.

돌이켜보라. 과연 한국 드라마에서 검사인 데다 여성인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졌는지. 아니 장르 드라마에서 20대 중후반에 해당할 이 영은수 같은 인물들이 얼마나 하나같이 대상화되고 인형 같은 소품처럼 취급당했는지를 말이다. 반면 <비밀의 숲>의 영은수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액션'을 취할 줄 알고, 또 나름 독자적인 노선과 능력을 쟁취해 나가던 인물이기도 했다.

이 영은수의 '마지막'에 쏟아진 탄식이야말로 <비밀의 숲>의 중후반이 얼마나 몰입도가 높았는지를, 그와 더불어 이수연 작가가 치밀하게 쌓아 올린 반전의 탑이 얼마나 탄탄했는지를 입증하는 증거와도 같았다. 이 영은수를 연기한 신혜선은 <비밀의 숲>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좋은 캐릭터가 이렇게 좋은 연기자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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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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