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기고한 이순철씨는 목원대 전 법학과 교수로 25년 동안 해직 교수로 살아왔다. 그는 2012년 기존 재임용 탈락 무효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최근 목원대 이사장과 전 총장 등 4명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대전 지검에 고발했다. [편집자말]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충남일보의 '[김원배 칼럼] 가짜뉴스, 인권 유린하는 민주화의 적'을 읽게 됐다. 내가 근무하던 대학인 목원대 총장을 지낸 이의 글인데다, 그 내용이 사뭇 억울함에 대한 호소라서, 대충 읽어보다가 다시 보아도 도대체 그의 글 자체에 가짜 뉴스나 인권 유린 사실이 발견되지 않아서 이 글에 이른다.

먼저 많은 독자들이 아는 것처럼, 김원배 전 목원대 총장은 현재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로 이른바 '언론적폐' 청산의 주요 대상이 돼있다. 그런데 그가 단지 지난 정권 하에서 저지른 언론적폐만이 아니라 총장 시절 불법 행위와 독단적인 학사 처리로 이미 사정 당국의 수사와 심리 대상으로 부각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는 드문 것 같다. 그러나 목원대의 구조적인 부패를 청산하고자 노력해온 사람의 눈에 김 전 총장이 자신을 이른바 '가짜 뉴스의 피해자'로 '코스프레'하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

 김원배 목원대 전 총장

김원배 목원대 전 총장 ⓒ 연합뉴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김원배 총장은 그가 필진으로 있는 대전 지역신문 글머리에 이른바 가짜 뉴스의 개념 정리를 내어놓고 나서, 자기가 가짜 뉴스로 희생된 사례인 것처럼 적었다.

"학교 다닐 때 특정한 장학금을 받았다는 이유 때문에 본인이 총장으로 일했던 대학을 작은 청와대라 지칭한 뉴스 타이틀부터 정권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대학 법인의 관선 이사를 마치 본인이 개입하여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을 임명케 하였다는 상상을 하게 하는 등, 말도 되지 않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본인을 괴롭히고 있다." (충남일보, 2017.07.11)

김원배 전 총장이 정수장학금을 받았고 지난 정권의 '왕실장' 김기춘이 회장인 정수장학회 출신 모임 '상청회'의 부회장이라는 사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한 사실은 모두 본인이 한 인터뷰 등에서 이미 세상에 알려진 내용이다. 또 그가 총장으로 선임된 2010년 목원대 관선 이사진 18명 중 16명이 김원배를 총장으로 뽑았던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가짜뉴스의 한 예로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가짜뉴스라는 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보도하는 것이다. 진짜가 아닌 것을 진짜처럼 쓴 것이 가짜뉴스이니, 진짜를 가짜라고 보도하는 것도 가짜뉴스인 것이다. 나아가서 가짜냐 진짜냐의 판가름은 내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아니라 사실이냐 아니냐에 따른 가름이다. 김원배 MBC 이사가 가짜뉴스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위와 같은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 전 총장은 있지도 않은 가짜뉴스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하고 싶었으나 그만 두었고 언론 중재라도 하려다가 그만 둔 것처럼 썼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이 억울하다면, 억울한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법을 통해 구제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걸 하지 못하고 자기는 억울하다고 칼럼을 통해 '가짜뉴스'를 언급하는 건 당당하지도 정직하지도 않다. 내 기준에서 김 전 총장의 글은 하나마나 한 내용이거나, '아니면 말고' 식의 치고 빠지기다.

과연 김 총장은 가짜뉴스의 피해자인가

광장 가득 MBC노동자들의 사원증 23일 오후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이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 가운데,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앞 광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 조합원들이 규탄집회를 열었다. MBC사옥앞 광장에는 조합원들의 이름이 적힌 대형사원증이 놓여 있다. 이들은 김장겸 보도본부장에 대해 '2011년 이후 MBC 뉴스 파탄의 주역이자 총책임자'라며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 누락' '문재인 의원 변호사 겸직 대형오보' '세월호참사 유가족 향한 막말' 등을 지적했다.

▲ 광장 가득 MBC노동자들의 사원증 올해 2월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이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 가운데,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 조합원들이 규탄집회를 열었던 모습. ⓒ 권우성


김 전 총장은 도대체 왜 이 시점에 내용 없는 글을 썼을까. 지금 김 전 총장의 문제는 가짜뉴스가 아니다. 언론적폐와 교육적폐에 관한 진짜뉴스가 문제다. 김원배 총장은 재임 중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고발됐고, 다른 여러 매체들은 언론 적폐의 대상으로 김원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꼽는다.

김 전 총장은 재직 시 목원대 교비 7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됐다. 교비를 빼서 자기 교회의 목사가 이사장인 법인의 손해 배상금으로 주어버린 일이다. 그는 2년 전 박근혜 정권이 잘 나가던 때에 증거 불충분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기소를 면했으나 지금 재수사를 받고 있다(김원배 전 총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에서 교비 횡령에 대해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났고, 현재 진행 중인 재수사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고 반론했다. 또 손해 배상금이 교비 회계에서 지급된다는 점을 이사회에서 결의해주었다고 주장했으나 목원대 박도봉 이사는 이사회에서 그러한 내용이 결의된 바 없고 회의록에도 나와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 편집자 주).

대학의 교비란 국민의 세금과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다. 그 돈은 철저히 교육 목적에만 쓰이고 다른 곳에 쓰이지 않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 교비의 보관 책임자는 법적으로 총장이다. 그런데 김 전 총장은 그 돈을 법인이 잘못해 피해자한테 지급하라고 법원이 판결한 손해배상금으로 빼돌려 써버린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자는 법인인데 엉뚱하게 맡겨 놓은 남의 돈으로 법인의 빚을 갚아준 셈이다. 죄는 목원대 법인이 짓고 덤터기는 애꿎은 학생들에게 씌운 것이다. 그럴 경우 대법원 판례는 업무상 횡령으로, 그 액수가 적으면 형법으로, 많으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으로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촛불광장의 외침에 맞춰 대전지방 검찰은 언론적폐와 교육적폐를 일거에 청산할 계기를 맞았다. 그간 반값 등록금 공약들이 '립서비스'로 끝난 마당에 학부모들과 알바 뛰는 학생들의 등골이 휘게 하는 교비 횡령 범죄는 엄단되어야 한다.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MBC를 '엠빙신'으로 불리게 만든 언론적폐도 청산돼야 한다. 언론을 농단한 것이 바로 김원배 이사가 말하는 '인권 유린하는 민주화의 적'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로 국민적 눈총을 받고 있는 김원배 전 총장은 과연 본인이 가짜뉴스의 피해자인지를 조용히 되뇌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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