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종필 감독

고 박종필 감독 ⓒ 고 박종필 감독 추모 페이지


지난 28일 오후 4시 10분경 운명한 고 박종필 감독은 세상 모든 차별에 저항한 영상활동가였다. 고 박종필 감독이 생애 마지막까지 활동한 4.16 연대 미디어위원회에서는 지난 30일부터 오는 8일까지 열흘간, 고 박종필 감독이 남긴 주요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Youtube(유튜브)를 통해 한시적으로 공개한다.

오는 8일까지, Youtube '고 박종필 감독 영화 돌아보기'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들은 고 박종필 감독의 데뷔작인 <IMF 한국, 그 1년의 기록 실직노숙자>(1999)부터 유작으로 남은 <망각과 기억2:돌아봄-잠수사>(아래 <잠수사>, 2017)까지 총 5편이다.

대학시절 미술을 전공했고, 빈곤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어 민중미술을 전공했던 고 박종필 감독은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 카메라를 들고 거리의 노숙인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한다. 그 당시 여러 뉴스와 매체들을 통해 나날이 급증해가는 노숙자들을 다룬 보도는 많았지만, <IMF 한국, 그 1년의 기록 실직노숙자>들처럼 노숙자들과 친밀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들의 시선에서 외환위기를 바라보는 작품은 드물었다.

<IMF 한국, 그 1년의 기록 실직노숙자>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고, 고 박종필 감독은 유명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진정 원하는 대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연을 맺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다. 한동안 마음을 못잡고 방황하던 고 박 감독은 박경석 현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를 만나 장애인 인권 운동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Youtube를 통해 공개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아래 <버스를 타자!>, 2002), <노들바람>(2003)과 더불어 고 박종필 감독이 남긴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끝없는 싸움-에바다>(1999), <에바다 투쟁 6년-해아래 모든이의 평등을 위하여>(2002)는 고 박종필 감독이 장애인 인권 투쟁 현장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싸워가면서 얻은 치열한 결과물이다. 당시, 고 박종필 감독, 박경석 대표와 함께 장애인 인권 운동에 참여했던 박래군 현 인권재단 사람 부설 인권중심사람 소장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려 7년 반 이상 이어져왔던 에바다 투쟁을 떠올리며, 자신과 박경석 대표 곁을 묵묵히 지켰던 고 박종필 감독을 회고한다.

<버스를 타자!> <노들바람>은 장애인 이동권의 필요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지금에야,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아래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여 장애인도 탈 수 있는 버스가 신설,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시내로 나갈 수 있는 이동권은 제한적이다. <버스를 타자!> 후속작격인 <노들바람>은 2001년 1월 오이도역에서 일어난 장애인용 리프트 추락사를 계기로, 장애인용 리프트의 위험성을 알리고 더 안전한 이동수단을 제안하고자 한다.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오랜 투쟁 결과, 전국 지하철역에서 장애인 및 노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모두에게 편리한 이동수단이 생기기 전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장애인이동권연대를 다루는 매체들의 보도는 많지 않았고, 장애인들의 인권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다수의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이동권연대의 투쟁을 알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적었다. 그럼에도 고 박종필 감독은 꿋꿋이 현장을 지켰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 인권 투쟁을 알리고자 했다.

한동안 장애인 인권 활동에 전념하던 고 박종필 감독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직후, 4.16 연대 미디어위원회에 합류해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한 영상 작업에 뛰어든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일원으로 세월호 참사 3주기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 총괄 기획 및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인양> <잠수사>를 완성하는 틈틈이,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운동이 전국으로 퍼지던 지난해 말에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미디어팀에서도 활동하기도 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고 박종필 감독은 가까운 지인들에게 조차 이 사실을 숨긴 채, 416 연대 미디어위원회,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미디어팀 활동에 매진한 바 있다. 오히려 그는 416 연대 미디어위원회 활동 때문에 건강이 악화 되었다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힘들어 할까봐 끝까지 비밀로 남기고 싶어했다고 한다.

고 박종필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박래군 소장은 고인을 두고 "장애인, 노숙인,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했던 사람, 마지막까지 모든 사람에게 미안해 한 사람, 그의 유언은 '미안하다'였습니다"라고 고 박종필 감독을 추모한다. 그래서 남은 사람들을 더욱 미안하게 만들고 떠난 사람. 남아 있는 사람들이 평생을 소외받은 사람들의 벗으로 살았던 고 박종필 감독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부디 많은 사람들이 오는 8일까지 Youtube에서 공개 되는 고 박종필 감독의 주요작들을 보셨으면 한다. 한시적으로나마 고 박종필 감독의 작품을 공개한 416 연대 미디어위원회 활동가들의 바람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고 박종필 감독이 남긴 이야기들을 천천히 살피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이다. 그리고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뿐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 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영상 활동가들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그것이 고 박종필 감독을 위해 살아남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에서부터 <망각과 기억2: 돌아봄-잠수사>까지, 고 박종필 감독의 주요작들은 오는 8일까지, Youtube채널 '고 박종필 감독 영화 돌아보기'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박종필 세월호 장애인인권 노숙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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