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국민타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은 계속해서 한국 야구의 역사를 쓰고 있다. 7월 29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이 누적 루타 부문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썼다.

전날까지 KBO리그 누적 3,998루타를 기록하고 있었던 이승엽은 이 날 경기에서 2루타 2개를 추가하면서 누적 4,002루타를 기록하게 됐다. KBO리그에서는 이승엽의 4,000루타 신기록에 대한 시상을 별도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 부분에서 이승엽이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최고 기록을 보유했던 선수는 양준혁(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3,879루타다. 대한민국 타격에서 도루 부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 있어서 양준혁은 역대 1위 기록을 세워 놓고 2010년에 은퇴했는데, 2012년 KBO리그로 복귀한 이승엽이 역시 도루 부문을 제외한 모든 타격 부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대기록의 시작, 4002루타 기록도 1루타 한 걸음부터

이승엽은 프로에 데뷔했던 1995년 4월 15일 류중일(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 당시 유격수)의 경기 후반 대타로 첫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당시 LG 트윈스의 마무리투수 김용수를 상대로 프로 첫 안타를 기록했다. 당시 단타를 기록했기 때문에 1루타만 기록되었지만, 이 한 걸음부터 이승엽의 대기록은 시작됐다.

홈런 타자로의 이미지를 굳히기 전 이승엽은 1995년에 174루타, 1996년에 210루타(3루타 6개)를 기록했다. 본격적으로 홈런왕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승엽은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누적 루타를 빠른 속도로 적립하기 시작했다. 홈런을 날리면 한 방에 4루타를 적립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적게 쳐도 30홈런 이상 날렸던 이승엽은 시즌마다 최소 120루타는 홈런으로 적립한 셈이었다.

이승엽은 1999년에 54홈런으로 KBO리그 단일 시즌 신기록을 세웠고, 그 기록을 넘어 2003년에는 56홈런으로 당시 아시아 단일 시즌 신기록을 세웠다. 2013년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이 기록을 깨기 전까지 이승엽은 이 기록을 지켰다.

다만 이승엽은 56홈런을 쳤던 2003년 335루타를 쳤고, 54홈런을 쳤던 1999년에 356루타를 쳤다. 이 배경에는 1999년에는 32개의 2루타를 쳤고, 2003년에는 상대 투수들의 견제 혹은 거르기로 인하여 2루타가 23개로 줄었던 배경도 있었다. 42개의 2루타를 쳤던 2002년에는 47개의 홈런으로 352루타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일본에 다녀온 뒤 이승엽이 가장 많은 루타를 기록한 시즌은 2014년이었다. 당시 이승엽은 0.308 타율에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이었고, 이 해에 이승엽은 282루타를 기록했다. 한일 통합 600홈런을 넘겼던 2016년에도 281루타를 기록하는 등 이승엽은 꾸준히 베이스를 돌았다.

이승엽이 안타로 달린 누적 거리를 환산한다면?

야구장에서 베이스와 베이스 사이의 거리는 27.4m이다. 이승엽은 KBO리그(삼성 라이온즈)에서 4002루타를 기록했고, NPB 3개 팀(지바 롯데 마린즈,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1317루타를 기록하여 도합 5319루타를 기록하고 있다. 볼넷과 몸 맞는 공, 실책이나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상황으로 인한 출루는 거리 환산에서 제외한다.

이 누적 루타를 거리로 환산하면 다음과 같다. KBO리그 4002루타를 환산하면 109.6548km를 달렸다. NPB 기록까지 합한 5,319루타로 환산하면 145.7406km를 달렸다. 이승엽의 프로야구 인생 23년 동안 안타로만 마라톤 3번을 완주한 셈이다.

삼성의 홈 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기준으로 다른 인근 경기장까지의 비슷한 거리를 찾아보면 울산 남구 문수야구장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제2구장인 이 경기장까지의 최적 경로(경부고속도로 경유) 거리가 106.9km이다.

물론 이 거리 환산은 이승엽의 볼넷, 몸에 맞는 공, 낫 아웃 출루, 실책으로 인한 출루 등을 제외한 거리이다. 안타 이외의 출루와 베이스 러닝 등을 합한다면 이승엽은 야구 인생 23년 동안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거리를 달렸다.

야구에 대한 이승엽의 열정, 거리로 환산할 수 없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이승엽의 열정은 이러한 거리로 환산할 수 없다. 이승엽은 KBO리그 최초의 4000루타 돌파를 위해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고, 그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수많은 훈련을 거치며 더 많은 거리를 달렸다.

모든 선수들은 한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시즌 전 스프링 캠프부터 시작하여 매 경기 전에도 훈련을 소화한다. 특정 선수들은 경우에 따라 경기가 끝난 다음에도 특별 훈련을 자처하기도 한다. 경기를 준비하는 이런 훈련들에서 뛰었을 훈련량은 거리 측정기나 만보계를 달지 않는 이상 측정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경기를 위한 선수들의 열정은 숫자나 거리로 환산할 수 없다. 입지가 굳건한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최상의 컨디션을 준비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백업 선수들은 어떻게든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기 위한 훈련을 한다.

하물며 한일 통합 619홈런 및 5319루타를 기록한 이승엽은 다른 선수들보다도 더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홈런왕이라는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선수들의 추격을 받으면서도 더 많은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홈런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페이스로 보면 이승엽은 KBO리그 470홈런 및 한일 통합 630홈런 돌파까지는 유력해보인다. 은퇴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중심 타선에서 묵묵히 힘을 보태는 이승엽은 대기록을 달성한 이 날에도 팀이 패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을 정도다.

팀을 위해 묵묵히 뛰는 이승엽은 23년 야구 인생을 통해 다른 후배 선수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대기록을 지금도 쓰고 있다. 다음 경기에서도 팀을 위해 타격을 하고 베이스를 달릴 이승엽이 그의 발자취를 어디까지 남기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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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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