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이 삼성을 대파하고 주말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2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4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14-1로 대승을 거뒀다. 국내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가 3타수 무안타3삼진으로 부진했지만 서건창이 결승타를 포함해 4안타2타점3득점, 4번타자 김하성이 4안타5타점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현재 넥센은 선발로 활약하던 조상우와 한현희가 불펜으로 내려가고 금민철이 부진 끝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4,5선발에 대한 고민이 크다. 하지만 넥센은 끊임없이 선수가 쏟아져 나오는 화수분의 팀답게 후반기에도 또 한 명의 좋은 선발 투수를 발굴해 냈다. 후반기 3경기에서 18이닝 4실점으로 2.0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좌완 루키 김성민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진출 파동으로 야구계 떠들썩하게 했던 특급 좌완 유망주

고교무대를 주름잡는 유망주는 해마다 쏟아져 나오지만 대구 상원고의 김성민은 그 중에서도 조금 더 특별한 유망주였다. 2학년 시절이던 2011년 홀로 3승을 기록하며 상원고를 청룡기 우승으로 이끈 김성민은 대회 MVP까지 휩쓸며 일찌감치 '될 성 부른 떡잎'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김성민이 졸업하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선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NC다이노스는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민이 NC에 지명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성민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기 때문이다. 볼티모어 구단은 김성민에 대한 신분조회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졸업반도 아닌 선수와 일방적으로 계약했다. 이는 엄연한 한·미 선수계약협정 위반이었다. 결국 많은 갈등 끝에 볼티모어는 김성민과의 계약을 파기했고 대한야구협회로부터 영구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김성민은 신인 드래프트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야구 미아'가 됐다.

미국 진출도, KBO리그 진출도 힙들어진 김성민의 선택은 일본 대학 진학이었다. 일본 후쿠오카 경제대학교에 입학한 김성민은 2014년 대한야구협회로부터 자격정지 징계 해제를 받았고 대학 4학년이 된 2016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신청을 했다. 김성민은 해외에 진출했던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아마추어 선수로만 뛰었기 때문에 신인 자격이 인정됐고 2차 1라운드(전체 6순위)로 SK 와이번스의 지명을 받았다.

김성민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트레이 힐만 감독의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힐만 감독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2017 시즌을 통째로 쉬어야 하는 에이스 김광현의 대체자 중 한 명으로 김성민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성민은 시범경기 3경기에 등판해 4.2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SK의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한 후 김성민은 박종훈, 문승원 등에 밀려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로 활약했고 그나마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4월 한 달 동안 1홀드 평균자책점 6.17의 성적을 기록한 채 2군으로 내려간 김성민은 지난 5월18일 김택형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으로 이적했다. 프로 입단 첫 해, 시즌이 개막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된 것이다.

넥센 이적 후 선발 투수로 정착, 넥센 마운드 2017년 히트상품

넥센이 김성민을 영입하기 위해 SK에 내준 선수는 1996년생의 3년 차 좌완 김택형이었다. 비록 지난 3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지만 시속 152km의 강속구를 던지는 넥센의 특급 유망주였다. 그만큼 넥센에서 '즉시전력감'으로서 김성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김성민은 트레이드 된지 열흘 만에 삼성전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러 4이닝 무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6월 5일에는 친정 SK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6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5점을 내줬지만 6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김성민은 열흘 후 다시 1군에 올라와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김성민은 지난 2일 kt 위즈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넥센이 5-1로 앞서던 6회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김성민은 첫 선발승을 완투승으로 장식하는 행운까지 누렸다. 그리고 김성민은 후반기 시작 후 넥센의 붙박이 선발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장정석 감독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후반기 첫 두 경기에서 11.1이닝 3실점으로 호투를 펼친 김성민은 29일 삼성전에서 6.2이닝1실점으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비록 안타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6개를 맞았지만 탈삼진도 6개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7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이닝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성민은 최근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2학년 때부터 이미 고교 넘버원 좌완으로 평가 받았던 김성민이 만약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면 지금쯤 더 뛰어난 투수로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성민은 여전히 대학교를 갓 졸업한 24세의 젊은 투수다. 그리고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 무대를 밟은 신인 투수들 중 올 시즌 1군에서 붙박이 선발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리그 전체에서 김성민이 유일하다. 이 정도면 김성민의 KBO리그 적응은 매우 순조로운 셈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김성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