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일> 웹자보

영화 <내일> 웹자보 ⓒ 플랫폼C


녹아가며 갈라진 빙하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북극곰, 마을이 물에 잠겨 점점 사라져가는 남태평양 섬의 기후난민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뜨거운 사막에서 마실 물이 고갈되어 생존의 기로에 선 사람들. 기후변화로 인한 전지구적 위기를 체감하게 하는 이미지들이다.

비록 미대통령 도날드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며 기후변화를 비웃었지만, 여전히 많은 지구 시민들은 기후변화를 겪고 있고 지구의 내일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후변화를 염려해온 사람들은 과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과 미디어를 통한 세계뉴스를 접하며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 아니던가. 기후변화 관련 뉴스를 접하게 되거나 이상기후로 인한 대형 자연재해를 겪게 되면, 뭐라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에너지를 아끼고 전기 플러그를 뽑고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가급적 덜 사용하고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든다. 그러나 일상의 습관이란 것이 굳건한 의지 없이는 쉽게 흐지부지되고 말기 일쑤이기에 차츰 둔감해지고 편리를 추구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후변화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정보를 접하게 되면, 무뎌지고 있던 괜한 죄책감만 들추어져 보기에 불편하다. 당신이 문제야.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당신은 나쁜 사람이야.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동안 만들어졌던 많은 환경 영화들도 그랬다. 비록 잘 만든 영화들이긴 해도 우리를 겁주고 부채감을 안겨주었다.

시릴 디옹 & 멜라니 시릴 디옹 & 멜라니

▲ 시릴 디옹 & 멜라니 시릴 디옹 & 멜라니 ⓒ 플랫폼C


프랑스의 환경운동가로도 잘 알려진 배우 멜라니 로랑과 시릴 디옹은 <Nature> 지에 실린 논문 한 편을 보게 된다. 논문은 '2100년까지 인류의 일부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것이 질문이 되어 그들은 카메라를 들고 탐색에 나서게 된 것이 영화 <내일>의 시작이다.

그 여정에서 멜라니와 시릴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삶터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희망을 본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겁주고 위협하는 영화가 아닌, 여전히 가능한 희망에 대한 영화이다. 그들은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농업에서 시작해서, 에너지, 경제, 민주주의, 교육 부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후변화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민주주의나 교육이라니. 의아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결국 모든 문제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도시농업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나눔과 공동체 정신을 보게 된다. 먹거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공동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상생의 방법이 된다. 도시 공터에서 자라는 채소들을 보며 경찰관과 동네 할머니가 나누는 대화도 정겹다. 이런 것들은 우리나라 대도시에서도 얼마든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도심 내 공터나 유휴지마다 채소를 심고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에게 수확하고 나눠주게 한다면 아이들에겐 생태 공부가 되고 어르신들에겐 보람이 될 것이다. 지자체들이 이 영화를 보고 적용할 만한 좋은 아이디어들을 얻어가면 좋겠다 싶다.

코펜하겐 코펜하겐

▲ 코펜하겐 코펜하겐 ⓒ 플랫폼C


먹거리는 에너지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고 에너지는 또 글로벌화된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단일 화폐 제도를 보완하는 스위스 비르 화폐의 사례를 통해서 지역 공동체가 활기가 넘치고 상생하게 되는 예를 보여준다. 또한 자본가나 주주들의 배를 불리는 초국적 기업들에 저항하는 미국의 발리 네트워크 사례도 보여준다.

공정한 경제와 분배 시스템은 민주주의와 관련이 되므로, 이들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해 탐색을 이어간다. 인도의 어떤 마을에서는 카스트 제도와 무관하게 어울려 사는 모습이 나온다. 그들은 서로 행복하다. 영화는 민주주의를 위하여 결국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귀결짓는다. 선생들과 아이들이 서로 존중하며 공부하는 핀란드의 사례가 소개된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꽤 중요한 사실들을 알게 된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텃밭에 채소를 가꾸는 것도 중요하고, 상생의 경제 모델을 실천하는 것도 필요하고,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좋은 교육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즐겁게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겨울에서 봄까지 뜨거운 민주주의의 광장을 경험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 영화를 보고 더욱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영화 <내일> 제작을 위해서 1만 266명의 사람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기부하였다.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다큐멘터리로서는 드물게 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또한 권위있는 세자르 (Cesar)상을 2016년에 수상했다. 만여 명의 정성이 모아져 만든 이 영화를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만났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지펴줄 것이다. 정이 많고 열정적인 대한민국 국민들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촛불로 민주주의도 성공시킨 국민들 아니던가.

국내 최초 환경영화제를 7년간 총괄했던 이은진 대표와 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약해온 황혜림 PD가 무수한 환경영화 중에서 기분 좋은 이 영화를 접하고 꼭 우리 시민들에게 소개해야겠다 싶어 함께 손잡고 국내 배급에 나섰다. (공동체 상영 문의: 플랫폼C 010-6230-6269/ 환경운동연합 시민참여팀 02-735-7000. 영화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도 상영 신청 가능. http://blog.naver.com/demain-korea )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 플랫폼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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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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