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가 통산 91승에 도전한다. 27일 승리투수가 될 경우 KBO 역대 외국인투수 통산 최다승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다.

니퍼트 ⓒ 두산 베어스


두산이 kt와의 원정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8안타를 때려내며 5-3으로 승리했다. 7회 대타로 나와 1타점 2루타를 터트린 닉 에반스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안방마님' 양의지도 7회 대타로 출전해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46일 만에 짜릿한 손맛을 봤다.

마운드에서는 kt와의 3연전에 모두 등판한 김강률이 6개의 공으로 아웃카운트 2개를 책임지며 2011년 6월28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6년 만에 통산 2번째 세이브를 기록했고 루키 김명신도 프로 데뷔 첫 홀드를 챙겼다. 하지만 역시 이날 두산 마운드의 주인공은 두산 입단 7년 만에 통산 91승째를 올리며 다니엘 리오스를 제치고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을 세운 더스틴 니퍼트였다.

약물 파동으로 이미지가 추락한 통산 90승의 리오스

비록 뛰었던 시대는 다르지만 뛰어난 이닝 소화력과 에이스로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다는 점에서 니퍼트와 리오스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를 논할 때 자주 비교되곤 한다. 지난 2007년과 2016년 나란히 KBO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22승)을 세우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뛰어난 선발 투수로 각인돼 있지만 사실 리오스는 KIA 타이거즈 입단 초기엔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실제로 2002년 리오스는 13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 부문7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선발로 변신해 마크 키퍼, 김진우와 강력한 선발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선발 투수로 안착했다.

2003년 10승13패 평균자책점 3.82로 주춤(?)한 리오스는 한국에서의 세 번째 시즌이던 2004년 리그에서 가장 많은 222.2이닝을 던지며 17승8패 평균자책점2.87로 배영수(한화 이글스), 게리 레스(전 두산)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리오스는 2005년 6승10패 5.23으로 부진에 허덕이다가 두산으로 트레이드됐지만 두산 유니폼을 입은 후 13경기에서 9승2패1.37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올리며 두산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2006년에도 233이닝을 던지며 12승을 따낸 리오스는 2007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냈다. 33경기에서 234.2이닝을 소화한 리오스는 6번의 완투승과 4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22승5패 2.07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다승,평균자책점,승률 부문을 휩쓸며 외국인 투수로는 역대 최초로 정규리그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두산 팬들은 당연히 리오스가 두산에 남아주길 바랐지만 일본 프로야구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은 리오스는 2년 최대 37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야쿠르트 스왈로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리오스의 '코리안 드림'은 해피엔딩이 되지 못했다. 2008년6월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리오스는 일본야구기구로부터 1년 간 출전 정지징계를 받고 곧바로 퇴출됐다. 리오스의 약물 사건은 KBO리그에서도 도핑 테스트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두산에서만 7년째 활약하며 우승도 2회, 성격마저 겸손

일본 진출 후 약물로 이미지가 실추되긴 했지만 리오스가 6년 동안 KBO리그에 남긴 기록은 역대 외국인 투수 중에서 가장 돋보였다. 실제로 리오스는 작년까지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승(90승)과 최다이닝(1242이닝), 최다 탈삼진(807)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7년7월27일을 기점으로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타이틀은 리오스가 아닌 니퍼트에게로 넘어가게 됐다(외국인 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 역시 올 시즌 초 니퍼트가 리오스를 넘어섰다).

6년 동안 90승을 기록한 리오스에 비해 니퍼트는 91승을 기록하기까지 6년하고도 4개월 여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입단 초기 마무리로도 활약했던 리오스가 215경기(선발173경기) 만에 90승을 올린 데 비해 니퍼트는 174경기(선발166경기) 만에 91승을 기록했다. 통산 승률도 니퍼트가 .689로 리오스의 그것(.604)을 능가한다. 단순한 이닝 소화 능력은 리오스가 다소 앞섰지만 니퍼트가 더 실속 있는 투수라는 뜻이다.

물론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리오스는 KIA에서 3년 반, 두산에서 2년 반 동안 활약했다. 반면에 니퍼트는 2011년부터 오직 두산을 위해서만 7년 째 공을 던지고 있다. 리오스가 2007년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후 바로 다음 해 일본 무대로 진출한 데 비해 니퍼트는 정규리그MVP를 차지한 작년 시즌이 끝난 후에도 두산에 잔류했다. 두산팬들이 니퍼트를 '니느님'으로 부르며 격하게 아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리오스와 니퍼트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우승 반지 획득 유무다. 리오스는 한국에서 뛴 6년 동안 5번이나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지만 한 번도 마지막 경기에서 웃은 적이 없다. 반면에 니퍼트는 2015년과 작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며 두 개의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특히 5경기에서 32.1이닝을 던지며 3승 0.56으로 맹활약한 2015년 포스트시즌은 21세기 가을야구 사상 가장 위대한 활약으로 꼽히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니퍼트는 인터뷰를 재미없게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수줍음이 많거나 말주변이 없어서라기보다는 특유의 겸손한 성격 때문에 언제나 본인보다는 동료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는 정규시즌 MVP에 올랐을 때도, 외인 최다승 기록을 세웠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하고 동료들을 아낄 줄 아는 마음가짐이야 말로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 니퍼트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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