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

송중기가 <군함도>로 간만에 스크린에 도전했다. 극중 특수부대원으로 중요한 임무를 맡아 강제징용 현장에 침투한다. ⓒ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영화 <군함도>에 나오는 여러 캐릭터 중 송중기가 맡은 박무영은 외지인이며 유일하게 강제징용의 지옥으로 자원한 인물이다.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요원이라는 특성이 있긴 하지만 영화 속에서 각 인물과 사건들을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볼 위치에 있다.

실제 역사에 상상을 덧붙여 만든 이야기라지만 송중기는 "영화를 준비하면서 공부를 조금이나마 하려 했고, 그래서 작품에 더 애정이 갔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와 작품에 대한 얘길 나눌 수 있었다.

시대극의 시대

지금까지 나온 여러 시대극을 송중기 역시 알고 있었다. 규모나 흥행 여부는 저마다 달랐지만 <군함도> 역시 근 3년 간 꾸준하게 등장한 시대물 장르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 송중기는 "시대극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환영한다"며 "시대극 안에서 하고 싶었던 역할도 있었고, 실제로도 운 좋게 할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를 테면 <뿌리 깊은 나무> 세종의 세자 시절? 이런 야사에 관심이 많았다. 일제 강점기 역시 관심 있었는데 이번에 경험했고, 해방 직후 이야기도 할 게 많은 것 같다. 무슨 거창한 역사의식이 있는 건 아니고 뒷이야기가 궁금한 거다. 역사적 자료 보다 그 뒤에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마음 같은? 좋은 작품이라면 역할의 경중 상관없이 도전하고 싶다.

시대극이 많이 나올 시기인 것 같다. 그만큼 창작자들이 시대에 대해 생각하는 게 많은 거겠지. <군함도>가 일제강점기라 한류활동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짧은 소견이지만 어차피 한류활동은 제가 하고 싶어 했던 게 아닌 과분한 사랑을 받아 그 대열에 포함된 거다. (<군함도>를 했다고 움츠러드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슨 국가 고위 공무원은 아니잖나. 물론 조심하고 신중할 부분이 있긴 하다. 류승완 감독님이 억지로 뭔가 끼워 맞춘 거면 저도 출연할 이유가 없지. 있던 일을 있다고 말하는 거니까 한류활동을 하더라도 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영화 <군함도>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

ⓒ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설정 상 박무영은 영화 중반에 등장한다. 군함도 내 탄광에서 아웅다웅 하는 조선인들 틈에 들어가 주요 독립운동인사 윤학철(이경영)을 구출해내는 임무를 맡았다. 윤학철은 특유의 언변과 처세로 조선인들 사이 신망이 높고, 군함도 내 강제징용피해자들의 대변인을 자처한다. 그러다 그의 이상행동이 박무영 눈에 띄어 이야기가 급반전된다. 윤학철과 그를 대하는 박무영의 행동에서 관객들은 일종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과거청산'이라는 화두를 류승완 감독이 이 두 인물에게 숨겨놓았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캐릭터를 두고 과거청산이다 생각하고 연기한 건 아니다. 과거청산의 주역은 오히려 군함도를 탈출하기 위해 어린 아이까지 힘을 보태는 걸 봤을 때 보통 사람들이다. 그래도 박무영을 통해 속이 시원한 부분은 있겠지. 청산이라는 단어에 집중한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긴 하다. (박무영이) 뭔가 카타르시스를 준 역이라고 한다면 동의한다. 영화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사람들이 함께 촛불을 드는 장면이다. 왠지 그땐 다들 하나로 뭉칠 거 같았는데 보시면 알겠지만 위기의 순간에서도 서로 의견이 갈리고 다투잖나. 일본인들이 의식이 더 깨어 있으니 그들 말을 듣자는 사람도 있고. 요즘 현실과도 닮은 부분이라 생각했다." 

<여명의 눈동자> 그리고 <태양의 후예>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광화문 촛불집회를 연상하게 하는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억지감동'에 대한 거부감을 느꼈다.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섬을 빠져나가자는 박무영 주장에 조선인들이 갑론을박 하다가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순간이다. ⓒ CJ엔터테인먼트


역할 준비를 위해 참고한 자료 중 1991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나라 드라마 중 OSS 요원이 등장하는 유일한 작품이었다. 송중기는 "어렸을 때 재밌게 봤고, 작품 준비하면서 공부하려고 다시 봤는데 또 빠져들었다"며 "OSS만 갖고도 안타까운 일이 많더라.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 박사나 장준하 선생님도 그 소속이었다"고 전했다.

"군인 역할이야 뭐 <태양의 후예>도 그렇고, 실제 제대한 지도 얼마 안 돼서 걱정 없었다. 너무 연달아 군인을 한다는 우려도 알고 있지만 어차피 연기는 제가 하는 거다. 띄엄띄엄 하든 이어서 하든 군인 역할에 대한 평가는 어차피 나오는 거니까. 다만 <군함도>에서 고민한 건 중반에 나오니 밸런스 문제였다. 감을 잃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촬영 없는 날에도 현장에 더 찾아가려 했다. 선배님들도 보고 스태프들 작업방식도 보고 그랬다."

<태양의 후예> 얘기에 자연스럽게 반려자가 될 송혜교로 화제가 넘어갔다. 기자들에게 결혼 유무를 확인하며 아이가 있는 기혼자에겐 "존경한다"고 웃으며 말할 정도로 그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었다. "영화에 피해가 갈까봐 결혼 공개를 미뤘으면 좋았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며 "그래서 더욱 이 영화가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커플과 비슷하다. 결혼 준비하며 싸운 건 없는데 일단 선배들 말씀 들어보면 무조건 여자 말을 들으라더라(웃음). 우리야 배우라서 숨길 게 없지만 가족에 대해선 보도 나가는 게 좀 불편했다. 부모님 번호를 어떻게 알아내서 기자 분들이 전화하시는데 솔직히 마음이 좋진 않았다. 우리에 대해 관심 가져주시는 건 당연하다. 결혼식 다가올수록 취재경쟁은 뜨거워 질 텐데(웃음). 

결혼이 아마 삶의 많은 걸 바꿔놓을 것 같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현명하게 일해야지. 오히려 둘 다 더 열심히 할 거다. 우리와 관련한 건 솔직한 성격이라 대부분 말씀드릴 텐데 배우이기 전에 또 사람이다 보니 우리 둘만 알고 싶은 얘기도 있다(웃음)."

 영화 <군함도>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

연예인은 과연 공인일까? 이 물음을 던졌을 때 송중기는 "사전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영향력이 크기에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건 맞고 가끔 대중의 잣대가 고위 공무원보다 연예인에거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부연했다. ⓒ 블러썸엔터테인먼트


데뷔 이후 송중기는 그렇게 자라왔다. 팬들 중 일부는 이제 빛을 보려는데 너무 빨리 결혼한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송중기는 "제 팬들은 대부분 양반"이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데뷔 초기부터 꾸준히 지켜봐 온 팬들, 그리고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을 그에게 꿈의 성취도를 물었다.

"얼마나 꿈에 가까워져 있는지 그 물음이라면 심하게 과분하게 꿈을 이룬 것 같다. 진지하게 배우를 꿈꾼 게 대학 때였는데 돌아보면 어렸을 때도 연기학원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투정부리고 했다더라. 오디션을 한창 보러 다닐 때 수상소감을 남몰래 외워본 적도 있었다. 과분하게 이뤄서 놀랄 때가 많다. 그만큼 연기 욕심은 더 생기더라. 스스로 다그치는 건 없다. 전에도 말한 거지만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말을 잘 안 믿는다. 무조건 초심을 갖자는 거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변하는 게 있고 좋게 변해야 하기도 한다. 그에 맞게 하나하나 해나가야지."


송중기 군함도 류승완 촛불집회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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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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