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크리미널 마인드>

ⓒ tvN


'미드'가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 원작 팬들이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방송사 측에서는 미국 원작의 명성을 아주 적절히, 그러나 과하지 않게 이용한다. 어쩔 수 없는 현지화는 필수다(그걸 팬들이나 일부 시청자들은 'K-감성' 등으로 부른다). 여기에 스타 캐스팅으로 홍보의 정점을 찍는다. 물론 드라마의 완성도는 올곧이 제작진의 몫이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tvN이 그랬고, 여전히 타 방송사에서 시도될 '미드' 리메이크의 대략적인 수순이다. 원작 팬들의 수와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방송 드라마라는 매체는 보통 더 넓고 방대한 '대중'을 상대해야 한다.

"나의 원작을 훼손했어"란 팬들은 소수일 수 있다. 그러한 평가를 부차적인 문제라고 방송사가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드라마의 완성도가 그리고 그 완성도를 보는 눈이 미국과 한국이란 국적을 가리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리메이크든 그 무엇이든 자기만의 색깔과 완성도가 없다면, 그 리메이크는 그냥 '실패'라 불러 마땅하다는 건 업계의 '상식'이다.

안타깝게도, 26일 처음 방송된 tvN의 <크리미널 마인드>는 앞서 시도된 '미드' 리메이크인 <안투라지>와 <굿와이프> 중에서 전자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전자는 시청자들과 평단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혹평 속에 tvN 드라마의 최저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고, 후자는 전도연과 유지태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과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크리미널 마인드>는 뭐가 문제냐고?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 되시겠다. 오는 9월 13시즌 방영을 앞둔 미 CBS의 오리지널은 염두에 두지 않아도, 아니 몰라도 상관없다. 국제범죄수사팀 등의 '스핀오프'까지 제작됐다는 사실도 불필요하다. 그저 한국 최고의 프로파일링 팀인 국가범죄정보국 행동분석팀(NCI, 원작의 경우 FBI 소속 행동분석팀)의 활약을 다룬 범죄 수사물이라는 것만 명심하면 된다.

총체적 난국

 tvN <크리미널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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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tvN 드라마 최고가인 회당 9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됐단다. 한데, 첫 회 오프닝에서 선보인 대규모 폭파 장면을 보면, 그 조악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컴퓨터그래픽 화면을 목도한다면, 제작비가 다 어디로 갔는지, 화려한 캐스팅의 출연료로 다 쓴 건 아닌지 근심이 먼저 들 지경이다.

예컨대, 첫 회 첫 장면에 규모와 볼거리, 충격요법으로 승부를 보려는 다수 한국 장르물의 고질병이 드라마 전편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은 장면이랄까. 한데 이 오프닝은 서사와 캐릭터의 감정에 큰 줄기를 이루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NCI 강기형 팀장(손현주)은 고위 간부의 잘못된 지시로 이 폭발물 테러를 해결하지 못했고, 범인에게 패배했다는 이유로 1년간 자발적 휴식을 취했다. 기동타격대 김현준 요원(이준기)은 그 폭파로 동료를 잃었다. 그 후 1년 뒤, 둘은 20대 여성 연쇄 납치살해사건 공조수사로 재회하게 된다. 1년 전 폭발 테러 사건의 잔해가 두 주인공의 심리적 트라우마로 남게 된 것이다.

나쁘지 않은 구성이다. 문제는 이 심리적인 배경, 즉 인물의 정서가 극 전반에 자연스레 녹아들지 못하고 드라마가 그 정서를 강요하는 인상을 준다는 데 있다. 풀어 설명하자면, "우리 이 상처 입은 영혼들의 고군분투를 잘 보아줘"란 제작진의 의도에 60분의 상영시간 동안 지속한다고 할까.

그건 설정과 뉘앙스만 있고, 인물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만한 구체적이고 적재적소에 배치된 장면이 결여되는데서 오는 의도와 결과물의 충돌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 드라마 전체가 그런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드라마 안팎으로, 총체적으로 그러하다.

이토록 감정 없는 범죄수사물이라니...

기이하게도, 사람이 죽고 납치를 당해 벌벌 떠는데도 보는 사람에게 별다른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에 비해 수사팀원들의 의욕과 감정은 꽤 절제하려는 외양에도 불구하고 '과잉'이란 수식이 딱 어울려 보인다. 그러니까, 어서 빨리 이 주연들의 활약을 펼쳐내야 한다는 듯,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는 듯 사건 장면에 아무런 감정이 부여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건 원작도 마찬가지다.

원작 <크리미널 마인드>는 <CSI> 시리즈나 <콜드 케이스>와 같은 스타 감독 출신의 제작자가 만든 자기만의 '에지(Edge)'가 강조된 수사물보다는 <로 앤 오더: 성범죄전담반>과 엇비슷하게 범죄 수사물이란 장르의 기본에 훨씬 더 밀착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범죄자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는 '프로파일링' 기법이 전편에 깔린 것은 물론이고.

하지만 화제 속에서 출발한 이 리메이크는 그러한 원작의 장점이 단점으로 승화(?)되는 경지를 선보인다. 말끝마다 "프로파일링에 의하면", "프로파일링에 따르면"이라고 강조하는 하선우(문채인) 캐릭터의 대사는 끊임없이 "우리 드라마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라는 자막처럼 느껴질 정도다.

즉, 프로파일링이 왜 필요하고 또 수사에 적절하게 쓰이는지 장면과 감정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연출력 부재가 첫 회 전편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수사 용어나 전문 용어가 아직 입에 착 달라붙지 못한 배우들의 연기는 오히려 부차적이다(단, 젊은 천재프로파일러 이한 역의 고윤의 연기 톤과 발성은 예외다)

흡착되지 못하고 부유하거나 기계적인 나열에 불과한 수사나 프로파일링 설명 장면과 대사로 인해 배우들의 연기까지 어색하게 비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캐릭터들이 3일이고, 4일이고 범인의 차후 범죄에 '타임 리미트'를 설정하고 강조를 한다 한들, 극의 서스펜스가 브라운관 밖으로 전혀 표출되고 전달되지 않는다. 총체적 난국이라고 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더욱이, 범인을 꽁꽁 감춰두는 극의 특성을 무시하기까지 했다. 몇몇 기사는 보도자료를 인용한 기사를 이미 범인을 '스포일(Spoil)'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극 외적인 실수라면 아마추어나 할 법한 실수 역시 극 내에 존재한다. 제작진이 범인이라 추정되는 캐릭터에 김인권이란 인지도와 연기력을 갖춘 배우를 캐스팅하고, 그의 출연 장면을 1화 막바지에 배치함으로써 장르물에 익숙한 시청자라면 누구라도 범인을 추정할 수 있게끔 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자, 다시 돌아오자. 이미 원작 팬들은 "범죄 수사물을 즐기려면 원작을 보시라"고 독려하는 중이다. 이쯤 되면, 그 K-감성을 전면에 배치하고 좀 더 밀어붙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tvN이 수목드라마로 편성한, 그리고 세계 최초로 원작을 리메이크했다는 이 <크리미널 마인드>는 4~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을 알렸다.

재차 강조하지만, '미드' 리메이크에 있어 원작의 장점이나 팬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별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저 원작의 '설정'만이 중요할 뿐. <크리미널 마인드>가 그러한 법칙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참고로, 이 드라마는 <아이리스>와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와 CJ E&M의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함께 제작했다. <아이리스>의 양윤호 감독이 먼저 연출하다 차후 <굿와이프>의 이정효 PD가 연출자로 뒤늦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tvN <크리미널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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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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