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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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이 너무 거할 때, 사람들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뭐부터 먹어야 할지, 어떻게 하면 골고루 즐길 수 있을지, 자기 취향에 맞는 종류는 뭐가 있는지. 화려하고 다채로울수록 더 그렇다. 그러다, 한 가지만 입맛에 맞지 않거나 수준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화려하고 다채울수록 더 그러하다.

다른 음식들도 비슷한 건 아닌지, 끝까지 믿고 먹어도 되는지, 급기야 꼬리를 무는 '이 잔칫상의 목적이 뭐였더라'는 회의까지. 아마도 이런 '회의론자'들이 만들어낸 속담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일지도 모를 일이고.

서론이 길었지만, 24일 처음 방송된 SBS <조작>을 보면서 이 '잔칫상' 이론(?)을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 드라마는 최근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적폐'로 떠오른 '(기레기)언론'과 '(정치)검찰'을 비판하고자 하는 목적성이 도드라지다 못해 아예 대놓고 그 주제를 과시하고 전시하고자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최소한' 먹을 것이 없진 않지만 '그리' 먹고 싶진 않은 느낌이다. 양념과 화학조미료가 과하다 못해 재료의 본 맛을 훼손할까 봐 조마조마하다. <조작>의 주제가 그 '(기레기)언론'와 '(정치)검찰', 이들로 투영시킨 한국사회의 권력층과 그 커넥션에 대한 비판이라 더더욱 그러하다.

소문난 잔칫상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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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목격했다. 2016년 하반기를 흔든 거대한 정치적 격변의 시작을. 한 언론사에서 찾아낸 태블릿 PC와 집요한 탐사보도가 어떻게 광화문의 촛불로 이어져 세상을 바꾸었는지 극적으로 목격했다."

<조작> 제작진이 밝힌 제작 의도의 한 대목이다. 꽤 눈에 띈다. 그 자체로 현실 속 사건과 시대를 꽤 적나라하게 적시하고 있다. 사실 여타 드라마가 기피하는 방식이다. 실제 사건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선은 시청자 개별마다 다를 수 있기에, 또 작품의 해석을 더 풍부하게 열어두기 위해 '실화' 소재가 아니라면 기피하는 방식이 맞다. 우리가 이런 실제 사건을 소재로 다뤘다고, 이러한 영역까지 건드린다고 과시라도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닌 이상….

그런데, <조작>은 다르다. 이를테면, <조작>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연상시키는 한 경제인의 상납 스캔들과 리스트, 그의 의문의 죽음을 극 초반 과거 회상에 전면으로 내세웠다. 그럴 수 있다. 이 사건이 검찰과 경찰, 언론과 전방위적으로 엮여있다는 설정은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주는 중심추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현실의 사건이 극을 압도하는 순간, 사정이 달라진다. 이미 현실에서 경험한 사건이 드라마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또 어떤 결말로 귀결될지 시청자들이 알고 있다면, 그래서 기시감을 느낀다면 어쩔 텐가. 이미 선과 악이 명백히 결정되어 버린 드라마 속 세계가 생생한 현실감을 주지 못한다면 말이다.

<조작>이 그리는 검찰과 언론, 경찰이 딱 그 꼴이다. 한국사회 어느 곳도 부패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원론적인 '사실'에 입각한 묘사는, 그러나 그리 현실적이지도, 성실하지도 않아 보인다. 그건 의문스러운 형 죽음의 진상을 캐기 위해 '날뛰는' 한무영(남궁민)이나 정의로운 검사 권소라(엄지원)의 캐릭터와 활약이 지극히 장르적이고 과장돼 있어서이기도 하거니와 그의 반대편에서 선 강력한 '빌런'(악당)인 <대한일보> '구태' 상무(문성근)의 전형성이 주는 식상함에 기인한다. 심지어, 이제 극 초반인데도 그러하다.

이미 우리는 그 수많은 정치검찰과 부패 경찰, 그리고 정의롭거나 그렇지 못한 언론에 대한 묘사를 대중문화 텍스트를 통해 접해 왔다. 그리고 현실은 어제도, 오늘도 그 사실을 체감시켜 주고 있다. 일종의 '시대정신'과도 같은 것이기에 <조작>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한 그 한국의 현실과 싸워야 한다.

그래서 드라마들은 과한 양념과 캐릭터의 선명성으로 승부하려는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조작>도 마찬가지다. 1회에서 조직폭력배의 근거지에 잠입 취재를 하고 진짜 '목숨'을 거는 한무영과 '애국일보' 구성원들의 과한 행동은, '세상에 없는 존재'들의 활약이다. 기자는 경찰이 아니다.

그런데 <조작>은 그러한 양념을 뿌린 채로 출발한다. 상관의 지시에 불복하는 권소라의 개별 행동 역시 캐릭터 설정을 위한 설정이란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보폭을 넓히기보다, 양념을 덜 치더라도, 진지하고 세밀한 전문직 드라마를 통해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부패상을 조망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근심이 드는 대목은 또 있다.

시대정신에 편승하느냐, 시대정신을 정치하게 묘사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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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기자'가 있다. 한 명은 진짜 '날기레기'이고 또 다른 한 명은 5년 동안 제대로 된 기사 하나 쓰지 못한 '식물기자'이다. 형 한철호의 비극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기레기가 된 애국신문 한무영. 그리고 1등 신문 대한일보의 탐사보도팀인 스플래시팀 전(前)팀장 이지만 현재는 기자로서 생명력을 빼앗긴 상태인, 한철호의 선배 이석민.

기자로서의 생각도 태도도 행동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한철호의 비극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펜을 들고 전장에 뛰어든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좇는 정의로운 검사 권소라. 안에선 부패한 검찰 조직과 싸우고 밖으론 진실을 위해 싸우는 진짜 검사. 우리는 세 사람의 여정을 통해 저널리즘에 대한 가치와 희망, 그리고 진실과 상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거창하다고? '언론'을 제대로 다뤄보겠다는 이 제작진의 야심은 그러나 현실에 기댄 주요 소재를 뛰어넘는 한무영 주변 묘사로 인해 시작부터 무너진다. 목숨까지 내걸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전직 유도선수이자 타블로이드 매체이면서 진실을 추구하고 파헤치는(한국사회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애국신문 소속 한무영의 활약은 '기자'를 다룬 드라마 중 역대 최강의 판타지에 가깝다.

그러나 이마저도 비슷한 설정이 존재했다. 송지나 작가의 2014년 작 <힐러> 역시 인터넷 신문사 기자와 기자들이 선망하는 지상파 스타 기자가 협업을 이뤄 거대 족벌신문과 부패한 권력층을 처단하는 이야기를 그린 바 있다. 게다가 <힐러>는 '힐러'라는 심부름꾼이자 액션 히어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액션과 판타지, 그리고 멜로 코드를 강화하는 솔직한 대중성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조작>은 끊임없이, 강박적으로 현실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실과 유리된 묘사와 블랙코미디보다는 코미디에 가까운 희극적이고 과장된 설정을 계속 노출한다. 한무영 캐릭터 자체가 현실보다 한 톤 떠 있기도 하거니와 진실을 추구하는 정체불명의 조직 구성원들의 비현실성이 대표적이다. 그 반대편에 선 <대한일보>와 탐사보도 팀에 대한 묘사도 거의 '스케치'에 가까워 보인다. 드라마 전체가 진지한 직업드라마라기보다 사건과 해프닝, 직업적 설정만 가져온 거대한 소동극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기레기"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언론 비판을 향한 칼 역시 무딘 데다 전형성에 함몰돼 있다. 일례로, 마치 '기레기'를 전국적인 유행어로 만들고픈 욕망이 넘실대는지, 과하다 싶을 정만큼 인물들의 대사로 "기레기", "기레기"를 지속적으로 발성시킨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전원구출' 오보 이후 전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조명받은 그 '기(자쓰)레기'란 용어 말이다.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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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조작>은 이렇게 "기레기는 나쁘다"와 "나쁘지 않은 기레기도 있다"는 일차원적인 의도를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강박적으로 강조한다. 한데, 그 기레기를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핵심은 비었고 변죽만 올리는 그 기레기랑 닮아 보인다. 굳이 비교하자면, 뛰어난 장르물이자 성실하고 세밀한 직업드라마로서 최근 상찬을 받는 <비밀의 숲>과 온도 차가 엄청나다고 할까.

그리하여 <조작>이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끊임없이 부르짖는 것이 진실과 정의다. 사회파 드라마(언론 소재를 포함해)를 표방한 장르에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반복되어 온 주제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적폐청산'이란 '시대정신'과 더없이 어울리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조작>은 자칫 이 '시대정신'에 편승한다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강박적으로, 반복적으로 '기레기'를 외치고, 진실과 정의를 부르짖을수록 더더욱.

소문난 잔치는 역시나 대중성을 깔고 출발하기 마련이다. <조작>도 그랬다. <김과장>으로 핫한 남궁민을 비롯해 문성근의 드라마 컴백까지 이슈가 됐다. 직설화법의 사회파 드라마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딱 드높을 시점이다. 높은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이 잔치에 언제까지 손님들이 장단을 맞춰줄지 장담은 못 하겠다. 결코, 개인적인 입맛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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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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