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연쇄 살인범 정현수 역의 배우 동하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연쇄 살인범 정현수 역을 맡았던 배우 동하를 만났다. ⓒ 이정민


"웃는 듯 웃지 않고, 우는 듯 울지 않는다.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좀처럼 말할 수 없는 사연을 가진 남자."

<수상한 파트너> 홈페이지에 소개된, 정현수의 인물 설명이다. 동하는 그냥 꼭 정현수였다. 

<수상한 파트너>가 끝난 뒤,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동하를 만났다. 연쇄살인범 정현수만큼은 아니었지만, 그의 눈빛도 꽤 날카로웠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찌나 긍정적이던지, 무명 시절의 어려움이나, 연기할 때 힘든 점을 묻는 질문에도 "힘들지 않았다" "즐거웠다" "어렵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통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이렇게 밝고 소년 같은 사람이, 어떻게 살인마 정현수를 연기했던 걸까? '긍정 에너지'를 뿜뿜 풍기던 동하와의 대화를 옮겼다.

로코와 스릴러, 경계에 선 동하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연쇄 살인범 정현수 역의 배우 동하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하는 정현수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 이정민


- <수상한 파트너>는 밝고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와 연쇄 살인범을 추격하는 스릴러 장르가 뒤섞인 드라마다. 정현수는 두 장르의 경계에 선 인물이다. 연기하면서 톤을 잡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다.
"따로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았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정현수를 잘 표현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보일 거라 생각했다. 고민했던 부분은 정현수를 이해하는 거였다. 정현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라기보다, 스스로를 정의로운 심판자로 생각하는 인물이지 않나. 어떤 경우에도 살인이 정당화될 순 없는 건데, 살인으로 복수하는 걸 옳다고 생각하는 정현수의 마음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 이해되지 않던 정현수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정현수와 내 생각을 같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강간, 살해당한 정현수의 입장이 되어보려 했다. 이전 연인들을 떠올려봤는데, 분명 화나고 열 받는 일이기는 하지만, 내 모든 인생을 걸고 살인범이 될 정도인가? 내 답은 '아니'였다. 엄마를 두고 상상해보니, 그제서야 정현수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

- 연기할 때 인물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분석하는 스타일인가보다. 
"캐릭터 분석하는 걸 좋아한다. A4 용지에 인물의 이름부터 직업, 성별, 성격. 이런 인물에 대한 정보들을 적는다. 시놉시스에 있는 것도 있고, 내가 생각한 것도 적는다. 이 인물이 살면서 행복했던 일이 뭘까, 힘들었던 일이 뭘까. 인물의 디테일한 습관 같은 것까지. 눈 깜빡이는 속도 같은 사소한 디테일도 부여한다. 이런 사전 준비단계가 즐겁다. 스트레스이긴 한데, 기분 좋은 스트레스다."

-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정현수의 디테일이나, 애드리브가 있나.
"사실 애드리브를 많이 했는데, 90% 정도는 편집됐다. 방송된 애드리브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장무영(김홍파 분) 지검장을 자극하는 장면이다. 장무영이 유리창 너머에서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살려달라고 울면서 매달리는 거 꼴 보기 싫어서 죽여버렸다'고 자극하는 대사는 내 애드리브였다."

"재밌는데 돈도 주고... 이렇게 좋은 직업 없다"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연쇄 살인범 정현수 역의 배우 동하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하는 긍정 에너지를 '뿜뿜' 풍기는, 밝은 소년 같았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살인마 정현수를 연기했던 걸까? ⓒ 이정민


- 데뷔 9년 차 배우지만, 주목받기 시작한 건 올해 들어서다. 지금까지는 붙은 것보다 떨어진 오디션이 더 많았을 텐데, 무명 시절이 힘들진 않았나.
"전혀 없었다. 나는 그냥 연기 하는 것과, 분석하는 거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 무명 시절에 공연하면서 배고프고, 차비 없고, 이런 부분이 힘들긴 했지만, 커튼콜에서 박수받으면 행복했다.

어릴 때부터 꿈이라는 게 없었다. 중1 때 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 류승범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배우의 꿈을 꿨는데, 그때 이후로 꿈이 흔들린 적이 없다. 나는 연기가 정말 재밌다. 재밌어서 하는 건데, 잘하면 칭찬도 해주고, 대학도 관련 학과가 있고, 돈도 벌고. 너무 좋다. 내게는 이렇게 좋은 직업이 없다."

- 이제 막 '배우 동하'를 알게 된 사람들도 많을 텐데, 너무 센 역할이라는 데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신인 시절에 강한 인상을 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너무 잘하면, 계속 비슷한 역할만 들어와 힘들다던데.
"그런 걱정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악플이나 비판,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수상한 파트너>의 인상이 너무 강했다면, 다음 작품을 하면서 더 센 모습을 보여드리면 되는 거 아닐까?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사람들이 '이전 캐릭터보다 못 한데?' 라고 말한다면, 속상하지만 또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그냥 담담하게 하던 거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

긍정의 아이콘 동하, 그의 두려움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연쇄 살인범 정현수 역의 배우 동하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하는 캐릭터에 디테일을 부여하는 작업을 즐긴다. <수상한 파트너>에 들어가면서는 시간이 부족해 충분한 디테일을 부여하지 못했다고. 그래서 아쉬움도 크다고 고백했다. ⓒ 이정민


- 매사 긍정적인 것 같은데, 지난날에 대한 후회는 없는 편인가.
"후회도 많다. 캐릭터 분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데, 사실 <수상한 파트너>는 <김 과장> 끝나고 바로 들어가게 돼서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초반 살인 사건 장면에서는 실루엣으로만 등장하는데, 나중에 보니까 많이 아쉬웠다. 계획적인 살인이 있고, 우발적인 살인이 있지 않나. 우발적으로 사람을 찌를 때는, 한 번 더 찌르는 경우가 잘 없다더라. 그리고 원한에 의한 계획 살인은 한 번에 멈추는 경우가 없다는데, 우발적인 희준이 살인과, 계획 살인인 셰프 살인 연기가 비슷하더라. 아쉬웠다."

- 캐릭터 연구가 생각보다 훨씬 디테일하다. 정현수는 사실 여러 반전이 있던 캐릭터였다. 셰프 살인의 누명을 쓴 줄 알았는데 진범이었고, 첫사랑을 집단 성폭행하고 죽인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려는 정의의 사도(?)인 줄 알았으나, 그 역시 집단 강간의 방관자 중 하나였다. 정현수의 반전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나.
"나도 처음엔 몰랐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여자를 범죄로 잃었고 복수심에 불타 살인을 저지르고 다닌다는 것만 알고 작품을 시작했는데, 10부쯤 지나서 정현수 또한 가해자였다는 걸 알게 됐다. 정말 놀랐지만, 반전에 얽매이지 않고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 연기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들이는 것 같다. 연기자 동하와, 자연인 김형규(동하의 본명)의 고민이나 걱정은 뭘까?
"변할까 봐? 잘한다는 이야기를 자꾸 듣고, 점점 유명해지고, 혹시라도 언젠가 톱스타가 된다면, 나는 그대로일까? 변하기 싫은데. 늘 같은 사람이고 싶다. 미래가 기대도 되지만, 두려움이 더 크다."

- 한결같은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신인 배우에게 지워진 책임과, 주연 배우에게 지워진 책임의 무게가 다른데, 마음가짐이나 태도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
"당당함과 책임감은 갖되, 겸손함과 두려움은 간직하고 싶다. 물론 범법이 아닌 이상, 솔직하고 당당해야겠지만, 지금보다 말을 줄이고, 겸손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싶다. 한결같은 사람,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연쇄 살인범 정현수 역의 배우 동하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당함과 책임감은 갖되, 겸손함과 두려움을 잊지 않는 사람. 동하가 꿈꾸는 미래의 자신이다. ⓒ 이정민



수상한 파트너 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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