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조작> 방송화면 캡처.

기대를 모았던 화제작 <조작>. 첫 화의 평가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 SBS


"하지만 우리는 목격했다. 2016년 하반기를 흔든 거대한 정치적 격변의 시작을. 한 언론사에서 찾아낸 태블릿 PC와 집요한 탐사보도가 어떻게 광화문의 촛불로 이어져 세상을 바꾸었는지를 극적으로 목격했다. 우리가 본 것은 희망이었다. 진실을 좇고 '제대로' 취재하는 기자가 여전히 세상에 존재한다는 희망. 그리고 '제대로 된' 기자는 여전히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훌륭한 조타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 - SBS <조작> 기획 의도 중

SBS <조작> 기획 의도는 지난겨울 우리를 뜨겁게 했던 그 세상으로 다시금 인도하고자 한다. 노골적으로 밝힌 그 기획 의도만큼이나 <조작>의 1,2 회 또한 직접적인 사건과 무척 유사했다. <조작>이 초반에 선택한 사건은 부정할 수 없이 '성완종 리스트'를 빼닮았다. <조작>은 한무영(남궁민 분)이 '기레기' 소리를 들으면서 기자 생활을 하는 '현재'에서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성완종 리스트'와 흡사한 사건을 다루면서 시작한다.

 SBS <조작> 방송화면 캡처.

ⓒ SBS


어떤 '선을 넘다'

"민 회장은 실종되기 전날 스플래시 팀을 찾아왔어요. 그는 자신이 가진 로비 장부를 우리에게 폭로했어요."

극 중에서 한국 최고의 신문 <대한일보> 그리고 그중에서도 최고라는 스플래시 팀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 특종 하나가 도착한다. 한 기업 회장의 로비 장부, 그 "대한민국 기득권들의 살생부"라는 '리스트'에는 한국을 움직이는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들어있다. 스플래시 팀의 이석민(유준상 분) 팀장은 이 거대한 사건 앞에 흥분을 숨기지 못한다. 한 언론사에 자신이 그간 로비했던 정치인들의 리스트를 남긴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자살 사건이 자연히 떠오른다. 검찰도 같이 움직여야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석민 팀장은 검찰의 협조를 요청한다.

"성역이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건 언론과 검찰뿐인데, 세월 더 가기 전에 누가 더 했다는 기록 남겨줘야죠."

그리고 자신이 존경하던 선배인 구태원(문성근 분) 대한일보 상무에게 보고를 마친다. 그는 어떤 '선을 넘었다.' 그때까지 이석민 팀장은 몰랐다. 본인이 기자의 원칙을 말하면서 넘은 선을 구태원은 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태원 상무는 적당한 곳에서 선을 넘지 않고 멈춘다. 그것이 자신의 안위를 지킬 수 있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SBS <조작> 방송화면 캡처.

구태원 상무는 적당한 곳에서 선을 넘지 않고 멈춘다. ⓒ SBS


그리고 이석민 팀장에 다른 리스트를 주기로 약속한 민 회장은 자살로 위장된 채 살해당한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검찰은 관련자들을 압수 수색을 하기 시작한다.

"권소라 검사라고 했나. 이거 하나만 대답해 봐요. 이 선을 넘으면 난 당신을 언론이 던진 미끼를 문 개로 여길 작정인데 감당할 수 있겠냐고."

이석민 팀장처럼 '선을 넘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권소라(엄지원 분)는 신임 검사로 '선을 넘지 말 것'을 경고하는 선배 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다. <조작>은 이렇게 첫 회부터 명확하게 선을 넘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극명하게 대비해낸다. 거대한 권력과의 싸움에서 과연 기꺼이 선을 넘는 사람은 누굴까? 드라마는 '선을 넘는다'는 걸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말로 해석한다. 이들은 거대한 권력에 도전하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지난겨울, 많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메시지는 강렬하나 캐릭터는 글쎄

이렇듯 SBS <조작>은 첫 회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강렬한 메시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밝히려는 기자들과, 베일에 싸인 권력 사이에서 과연 <조작>은 실화만큼 드라마적인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적수는 한 언론사의 태블릿 PC 보도에서 시작된 허구 같은 실화다. '최순실 게이트'부터 이어진 대통령 탄핵은 어느 한 언론사만의 공이 아니라 많은 언론사들이 공조해 만들어진 성과지만 말이다. 지난겨울, 한국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을 겪었다. 이를 드라마로 제작하는 일은 분명 쉬우면서도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실화와 드라마 사이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던져야 하는 <조작>은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SBS <조작> 방송화면 캡처.

ⓒ SBS


한편, 정의를 좇는 무리와, 이를 방해하는 무리로 보다 분명하게 그어진 전선은 <조작>의 인물들을 보다 전형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유준상이나 엄지원처럼 정의로운 사람들과 문성근처럼 정의롭지 않은 기존의 지배 세력이라는 뚜렷한 전선이 생겼다. 이미 생겨난 판 안에서 체스의 말을 자유롭게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 자칫 드라마틱한 사건 속에 인물들의 면면이 너무 평범해지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

물론 <조작>은 이제 막 1,2화를 마쳤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는 많이 남아 있다. 한무영(남궁민 분)이 '기레기' 소리를 듣는 기자가 되는 데 일조를 한 그 형(오정세 분)의 의문사. 그리고 의문사에 얽힌 채로 미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등장인물도 그 궁금증을 자아낸다. 과연 '드라마판' 성완종 리스트의 결말은 어떻게 날까. 우선 <조작> 3회를 통해 지켜볼 일이다.

조작 남궁민 유준상 엄지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