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영화는 이소룡 등 무술 영웅을 전면에 내건 독특한 콘셉트로 아시아 영화의 세계화를 선도했다. 사진은 홍콩 침사추이 해안공원 '스타의 거리'에 있는 이소룡 기념 동상.

홍콩 영화는 이소룡 등 무술 영웅을 전면에 내건 독특한 콘셉트로 아시아 영화의 세계화를 선도했다. 사진은 홍콩 침사추이 해안공원 '스타의 거리'에 있는 이소룡 기념 동상.ⓒ 위키미디어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한국과 대만(타이완), 홍콩 등은 경제력뿐 아니라 문화콘텐츠 창조 능력에서도 자존심을 겨루는 관계를 형성해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로는 한국이 한류(韓流)를 앞세워 전 세계에 문화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먼저 아시아 문화콘텐츠의 세계화를 선도한 건 바로 항류(港流), 홍콩의 대중문화였다.

홍콩의 영화산업은 세계인과 아시아 문화의 첫 만남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액션 스타 이소룡(李小龍·리샤오롱)이 있었다. 노란색 트레이닝복과 쌍절곤, '아뵤~'하는 특유의 기합음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한 이소룡은 동양인 배우 중 처음으로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한 주인공이었으며 자신이 직접 창시한 무술 '절권도'를 비롯해 아시아의 생활무술을 세계에 널리 알린 주역이다. 이소룡이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지 무려 44년이 지났지만, 그의 땀과 철학이 담긴 작품 세계와 문화적 업적을 잊지 않으려는 열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이소룡의 출연 작품 <사망유희>(死亡遊戱) 장면. 그의 트레이트마크인 노란색 트레이닝복과 쌍절곤이 눈길을 끈다.

이소룡의 출연 작품 <사망유희>(死亡遊戱) 장면. 그의 트레이트마크인 노란색 트레이닝복과 쌍절곤이 눈길을 끈다.ⓒ (주)케이알씨지


서울에서는 최근 극장가에서 이소룡의 주요 출연작을 상영하는 특별전이 마련됐는데 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재)한중문화센터가 주최한 '시대의 아이콘, 이소룡' 영화 특별전이 7월 한 달간 중국영화전문상영관 '실크로드중국영화관'(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리고 있다.

<당산대형>(唐山大兄·1971) <정무문>(精武門·1972) <맹룡과강>(猛龍過江·1972) <사망유희>(死亡遊戱·1978) <사망탑>(死亡塔·1980) 등 대표작 5편을 상영하고 이소룡 관련 서적과 잡지, 화보, 비디오 등 각종 자료도 전시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한 자료는 이소룡 영화 전문가인 안태근 전 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가 40여 년 간 국내외에서 수집했으며 홍콩 현지에서도 찾기 어려운 희귀 자료가 다수 포함돼 주목된다.

EBS(교육방송) PD를 역임한 안태근 전 교수는 홍콩 영화에 대한 연구로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14년 단행본 <이소룡 평전>(차이나하우스)을 펴냈으며 현재 이소룡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22일 (재)한중문화센터 주최 '브루스 리 데이(Bruce Lee Day)' 행사에 참석한 안 전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영화산업의 현주소와 전망에 대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1990년대 이후 한국 대중의 관심 대상에서 밀려난 홍콩 영화가 다시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특유의 독창성을 덜어내고 대중들과의 심리적 간격을 좁히는 것이 홍콩 영화의 숙제"라고 진단했다.

"홍콩 영화, 바닥 쳤지만 저력 건재해"

 이소룡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안태근 전 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가 이달 22일 실크로드중국영화관(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브루스리 데이' GV 행사에 참석해 이소룡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소룡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안태근 전 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가 이달 22일 실크로드중국영화관(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브루스리 데이' GV 행사에 참석해 이소룡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차이나스타리포트


홍콩 영화계는 이소룡 이후에도 성룡과 이연걸 등 월드스타급 액션 배우를 잇따라 배출하며 전성시대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무술 액션 장르 영화가 쇠퇴하면서 자연스레 위상이 추락했다. 그 사이 대만과 일본, 한국 영화계는 청춘 멜로나 코미디, 재난, 공포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 영화를 쏟아내며 경쟁력을 키웠고 자연스레 아시아 영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 공헌했다.

이에 대해 안 전 교수는 "홍콩 영화가 바닥을 친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대중과 잠시 멀어졌을 뿐 언제든지 부활할 힘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 영화의 저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 인물이 바로 주성치(周星馳) 감독이죠. 지난해 중화권에서 크게 히트한 작품 <미인어>는 한국 영화계에선 기대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웠죠. 홍콩 영화는 제2의 항류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이 있고 과연 어떤 감독이 언제, 얼마나 창의적인 영화를 내놓느냐가 관건이겠죠."

"홍콩 영화, 대중성·오락성 확보가 숙제"

 이소룡 타계 44주기를 추모하는 특별 상영전이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내 '실크로드중국영화관'에서 7월 한 달 간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이소룡 특별전을 찾은 관객들이 상영관 로비에서 이소룡 절권도 무술 시범을 관람하는 모습.

이소룡 타계 44주기를 추모하는 특별 상영전이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내 '실크로드중국영화관'에서 7월 한 달 간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이소룡 특별전을 찾은 관객들이 상영관 로비에서 이소룡 절권도 무술 시범을 관람하는 모습.ⓒ 차이나스타리포트


홍콩 영화는 일찌감치 중국이나 대만 등 다른 중화권 국가 영화들과 선을 긋고 독창성을 확보했지만, 그 사이 보편적 영화 소비자들과의 간격이 더욱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시아 영화시장이 흥행을 최우선에 두고 대중적 작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지만 최근의 홍콩 영화는 예술성을 담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오락성이나 흥미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상업적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올해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대된 홍콩 영화 <불면의 저주>(失眠)의 한 장면. 한 가족을 집어삼킨 불면증의 원인을 추적하는 소재를 다뤄 비교적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해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대된 홍콩 영화 <불면의 저주>(失眠)의 한 장면. 한 가족을 집어삼킨 불면증의 원인을 추적하는 소재를 다뤄 비교적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락영판발행유한공사


안 전 교수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에 초대된 홍콩 작품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영화제에 초대된 홍콩 구예도(邱禮濤) 감독의 영화 <불면의 저주>(失眠)의 경우 한 가족을 삼킨 불면증과 일본 식민지 시절의 비극적 사건을 엮은 소재로 무거운 분위기를 드러냈다. 견백영(甄柏榮) 감독의 영화 <뱀파이어 여친 길들이기>(救殭清道夫)는 특이한 소재를 내세우느라 재미와 흥미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홍콩 작품들을 보면 한국 관객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죠. 한류를 주도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들과 간극이 많이 벌어져 있어요. 과거 '무간도' 등 홍콩 누아르 영화의 맥을 이어주는 히트작이 나오긴 했지만 역시 한국 대중들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죠."

"해외 합작으로 변화 유도...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 필수"

 이소룡 관련 잡지와 서적, 비디오 등 희귀 자료가 '실크로드중국영화관'(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로비에서 전시되고 있다. 안태근 전 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이소룡기념사업회장)이 40여 년 간 수집한 것이다.

이소룡 관련 잡지와 서적, 비디오 등 희귀 자료가 '실크로드중국영화관'(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로비에서 전시되고 있다. 안태근 전 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이소룡기념사업회장)이 40여 년 간 수집한 것이다.ⓒ 차이나스타리포트


홍콩 영화가 아시아 영화시장이 요구하는 대중성을 확보하려면 한국 등 해외 영화계와 공동 제작을 늘리는 것이 우선 해법이 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중국 정부의 협조가 필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한한령(限韓令) 등으로 문화교류를 차단하면서 영화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때다.

안 전 교수는 "지금 이대로라면 홍콩 영화계와 한국 영화계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될 수 있다"면서 양측이 공동 제작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정책적 배려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홍콩 영화계뿐 아니라 중국 본토 영화계와 한국 영화계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중요한 숙제다.

"중국 영화인이 한국에 와서 영화를 찍을 때는 못 느끼겠지만, 한국인이 중국에 가서 영화를 찍을 때 느끼는 고충은 정말 크죠. 홍콩과 한국의 인연이 더 벌어지기 전에 문화 교류가 다시 정상화돼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윈윈'할 수 있고 더 많은 홍콩 영화, 중국 영화들이 한국에서 주목받고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홍콩국제영화제 현장 모습. 홍콩 영화계가 과거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해외 공동 제작을 통해 세계 시장 트렌드에 맞는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홍콩국제영화제 현장 모습. 홍콩 영화계가 과거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해외 공동 제작을 통해 세계 시장 트렌드에 맞는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홍콩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덧붙이는 글 이강훈 시민기자는 중국 대중문화 전문 인터넷미디어 <차이나스타리포트>(chinastar.co.kr)의 에디터입니다. 이 기사는 <차이나스타리포트>와 네이버 블로그 <이강훈 기자의 중국 대중문화 돋보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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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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