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는 7월 13일부터 10월 16일까지 100일 프로젝트로 '당신이 기다리는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어주세요 600'(당기다 600)을 진행합니다. 인권활동과 다큐멘터리 제작을 이어가기 위해 안정적인 활동비를 확보하고 아픈 활동가와 지친 활동가에게 안정적인 쉼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아래 글은 연분홍치마와 대추리, 용산참사 현장에서 연을 맺어오며 함께 활동을 다져온 인권재단사람 박래군 소장님의 글입니다. [편집자말]
 연분홍치마

영화 <두 개의 문>의 포스터. 용산 참사에 깊이 있게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 (주)시네마달


'연분홍치마'

장사익의 동명의 노래를 불러야만 할 것 같은 이 단체는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집단이고, 인권단체다. <두 개의 문>을 제작한 다큐멘터리 제작 집단, 이렇게 말하면 조금은 알 만하다. 연분홍치마에는 김일란 감독을 포함한 5명의 다큐 영화감독들이 있다. 활동가이기도 하고, 영화감독이기도 한 사람들이 모여서 단체를 운영한 지 13년이 되었다. 그런데 이 단체가 두 가지 이유로 요즘 비상이 걸렸다.

첫째는 더 이상은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는 구조로 버티기 힘들다며, 후원자들을 모으고 있다. 5명이 120만 원의 활동비를 받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활동비만 월 600만 원이 든다. 그런데 들어오는 후원금으로는 겨우 한 사람의 활동비 정도만 감당할 수 있다. 임대료나 관리비, 전기세 등을 포함하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모자라는 활동비와 운영비를 위해서 작품 편집에 집중하는 활동가들을 빼고는 주말이면 알바 현장을 뛰어야 했다. 누군가 작품을 하느라 편집기 앞을 지키고 있을 때, 다른 활동가들은 작품이 아니라 알바의 현장을 찾아서 뛰어야 한다. 그래서 작품을 만든다고 앉아 있는 게 바늘방석이었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듣기가 참 미안했다. 어려움 속에도 현장 활동가들이 영상이 필요하다면 거절도 않고 날밤을 새워서라도 영상작업을 해주었던 그들이 늘 고마웠지만 그렇다고 어떤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그들의 재정 사정이 안 좋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지만, 그때마다 흘려들었다. 나 또한 그들을 착취하고, 그들을 어렵게 한 장본인이 아닐까 봐 자신을 돌아보았다.

아마도 작년 겨울, 이 '알바 전선'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아르바이트 일거리는 주로 주말에 있는데 연분홍치마 활동가들은 지난겨울을 광화문에서 꼬박 났다. 박근혜를 몰아낸 퇴진행동의 미디어위원회의 일원이 되어서 영상작업을 도맡아 했기 때문이다. 촬영과 영상 편집으로 한 겨울을 꼬박 나느라 단체의 재정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지 않았나 싶다. 외부에 통 단체의 재정 상황을 얘기하지 않던 김일란 감독과 활동가들이 비로소 연분홍치마의 사정을 얘기하고 도와달라고 하는 걸 보면 정말 힘든 상황인 거다.

연분홍치마의 미덕은 현장성에 있다. 현장에 밀착하여 몇 년이고 찍는다.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은 재판 과정을 모두 모니터한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 매번의 재판 과정을 일일이 녹음하고, 매번 밤늦게까지 그걸 풀어냈다. 그리고 자료들을 섭렵해서 변호인보다도 사건을 꿰고 있고, 용산참사의 활동가들보다 세밀한 부분까지 알고 있다. 그런 현장성과 끈질김이 있었기에 명품 다큐멘터리가 태어날 수 있었다. 다시 용산참사를 다룬 <공동정범>을 보고 다큐 감독들이 하는 말이 있다.

"어떻게 저런 장면까지 담을 수 있냐. 이런 다큐멘터리는 처음이다."

그런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건 용산참사 현장을 지키며 구속자들이 출소한 뒤에도 꾸준히 그들 곁을 지켜왔던 힘이 있어서다. 그들의 작품들은 그런 작업을 통해서 나왔다.

두 번째 비상의 이유는, 연분홍치마를 이끄는 김일란 감독이 많이 아파서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얘기하기를 주저하니까 말하기가 어렵지만, 그는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서 한동안 활동을 접어야 한다. 단체 재정 사정도 어려운데 연분홍치마의 대표 격인 김일란은 투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후원금 월 600만 원만 들어오면 아무 걱정이 없겠다고 그들은 말한다. 현장성과 저항성, 거기에 여성주의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그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인권단체가 13년 만에 문 닫을 수 있는 위기에 빠졌다. 월 1만 원 정기후원으로 연분홍치마가 유지될 수 있도록, 그래서 <두 개의 문> <공동정범>과 같은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한 번 제대로 밀어주고 싶다.

나는, 아니 우리는 연분홍치마의 감독들, 아니 현장을 뛰는 인권활동가들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살았다. 연분홍치마에 닥친 이중의 비상상황을 탈출할 수 있게, 이제 그 빚을 갚을 때다. 함께 조금씩 힘을 보태주기를 부탁드린다.

▲ 기억해 주세요. 어떤 한 사람도 놓치지 말고(20140517 촛불집회 영상) 2009년 용산참사가 벌어졌던 현장의 미디어팀의 일원으로 연분홍치마가 활동하면서 래군님과 함께 현장활동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래군님은 용산참사 진상규명 등의 활동을 이유로 투옥되셨죠. 결국 출옥하시면서 연분홍치마와 더 깊은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 활동, 쌍용차 해고자들과 장기투쟁사업장을 응원했던 희망지킴이 활동,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416연대 활동 등을 지금까지 박래군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영상은 연분홍치마가 제작하여 지난 2014년 5월 17일 세월호 사건의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행진했던 이후 있었던 촛불집회 때 현장상영했던 영상입니다. 싸우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현장을 지키려는 활동가들이 있을 것이고, 연분홍치마는 언제나 그런 현장 속 사람들 곁에 함께 하겠습니다. ⓒ 변규리



덧붙이는 글 '당신이 기다리는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고 싶다면: https://goo.gl/xyJ9BD
후원금 받는 단체명에 "연분홍치마"라고 꼭 기재해주세요!
문의 전화: 02-337-6547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