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한국 대 대만 경기. 김인식 감독이 9회초 8-8 동점 상황에서 선동열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3월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한국 대 대만 경기. 가운데가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감독. ⓒ 연합뉴스


한국야구에도 드디어 대표팀 전임 감독 시대가 열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야구 대표팀을 이끌 전임 감독에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선동열 감독은 올해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내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대표팀을 지휘하게 된다.

그 동안 대표팀 전임감독 선정을 두고 야구계에선 많은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결국 나이로 보나 인지도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선동열 감독을 능가할 만한 적임자는 없었다. 과연 선동열 감독은 2017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탈락으로 명예가 실추된 한국야구의 위상을 다시 끌어 올릴 수 있을까.

선배들 위해 고사했던 대표팀 감독, 드디어 수락

146승40패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 세 번의 0점대 평균자책점과 4번의 투수 부문 트리플크라운이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현역 시절 선동열은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투수였다. 해가 갈수록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해 지는 KBO리그에서 선동열 같은 투수가 다시 등장할 지는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그의 업적은 화려하고 강렬했다.

1996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4년 동안 98세이브를 기록한 후 현역 생활을 마감한 선동열 감독은 지도자 생활도 선수 생활 못지 않게 화려했다. 은퇴 후 KBO 홍보위원으로 활동하다가 2004년 김응용 감독(현 대한야구협회장) 밑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수석코치로 재직한 선동열 감독은 2005년부터 감독 자리를 물려 받았다.

감독에 부임하자마자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선동열 감독은 6년의 재임기간 동안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차지하며 감독으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비록 2012년부터 3년 간 친정팀 KIA의 감독을 맡았을 때는 한 번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명성에 흠집이 생기기도 했지만 여전히 선동열 감독은 '투수 전문가'로서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지도자로 평가 받는다.

대표팀에서는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주로 뒤에서 선배들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퍼펙트 4강 신화를 이끈 제1회 WBC를 시작으로 베이징올림픽 예선이었던 2007년 아시아선수권, 2015년 프리미어12, 올해 제4회 WBC까지 선동열 감독은 김인식 감독과 김경문 감독을 보좌해 투수코치로서 많은 국제 대회에 참가해 대표팀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선동열 감독은 그 동안 선배들의 앞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대표팀 감독을 고사해 왔다. 하지만 '국민 감독'으로 지금까지 많은 국제대회를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이 지난 WBC를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나면서 선동열 감독에게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보좌관 역할을 벗어나 처음으로 수장으로서 자신의 야구 색깔을 대표팀에 입힐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물론 대표팀 감독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자리다. 한국은 내년 아시안 게임과 2019년 프리미어12를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하게 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야구 종목이 올림픽에서 12년 만에 부활하기 때문에 2020년 도쿄 올림픽 역시 본선에 진출한다면 '전 대회 우승팀'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 성적이 나쁘면 감독에게 모든 비난이 쏟아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에서는 군 미필 선수 선발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선동열 감독은 굳이 대표팀을 맡지 않아도 충분히 야구계의 저명한 인사로 남을 수 있다. 비록 KIA에서는 결과가 나빴지만 시즌이 끝날 때마다 감독과의 계약 기간이 끝난 프로 구단에서 감독 제의도 끊임없이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마다하고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대표팀 전임 감독직을 수락했다. 선동열 감독이 한국야구를 위해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만큼 이제 야구계가 선동열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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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대표팀 선동열 감독 전임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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