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대중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문득 중학교 시절을 떠올려본다. 당시 청소년들은 MP3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면서 음악을 듣곤 했는데, 그중에 린킨 파크의 광팬을 자처하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그 친구가 'Given Up'이라는 곡을 가장 좋아했던 것만큼은 기억난다. 친구의 MP3 플레이어에는 < Hybrid Theory > < Mateora > 등 린킨 파크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앨범이 통째로 담겨 있었다.

MP3 플레이어를 빌려 들으면서, '이게 바로 미국 록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다양한 음악을 듣다 보니, 어느 시점부터 린킨 파크는 필자의 취향에서 멀어진 밴드가 되었다. 그래도 내게 린킨 파크는 늘 '멋진' 밴드였다. 그들이 한국에 온다면 거금을 내고 공연을 보러 갈 의향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일은 영원히 없게 되었다. 린킨 파크의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41년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체스터 베닝턴은 절친했던 뮤지션 크리스 코넬의 죽음에 크게 아파했고, 코넬의 장례식에서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Hallelujah'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크리스 코넬의 생일인 7월 20일에 목숨을 끊었다. 린킨 파크의 7집 앨범 < One More Light >이 발표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불안에 몸부림쳤던, 청춘의 목소리

 체스터 베닝턴의 사망 이후, 린킨 파크의 페이스북을 장식한 커버 사진.

체스터 베닝턴의 사망 이후, 린킨 파크의 페이스북을 장식한 커버 사진.ⓒ @linkinpark


우리나라는 흔히 '팝의 불모지'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그 어떤 팝스타의 부고 소식 때보다 주위의 친구들이 충격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소 팝 음악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던 친구들 역시 모두 입을 모아 '린킨 파크 노래 정말 좋아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 체스터 베닝턴의 스크리밍은 청춘의 감성 그 자체였다.

린킨 파크는 새천년, 1집 < Hybrid Theory >를 들고 음악계에 등장했다. 지금까지 3000만 장을 판매한 이 앨범은 뉴메탈 시대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데뷔 음반이다. 메탈 사운드와 랩, 대중적인 멜로디, 그리고 청춘의 분노와 불안을 응축해 낸 체스터 베닝턴의 포효까지. 이 모든 것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었고, 정확히 시대를 꿰뚫었다. 'One Step Closer'나 'Crawling'은 깔끔하게 다듬어진, 강력한 분노였다. 2집 < Mateora > 역시 1집에 못지않은 흥행을 거두었다. 이 앨범에서는 'Faint'와 'Numb'라는 거대한 히트곡들이 탄생했다. 트랜스포머 OST  'What I've done'으로 유명한 3집 역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린킨 파크는 초기 작품들만 한 흥행을 기록하지 못한다. 그러나 꾸준히 새로운 음악들을 시도한 것도 사실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탐닉하는가 하면, 대뜸 '메탈로의 회귀'를 보여주기도 했다. 체스터의 유작이 된 < One More Light>는 노골적으로 '팝'을 추구한 작품이다. 많은 팬은 '이게 린킨 파크의 음악 맞느냐'며 당황하기도 했고, 린킨 파크가 내놓은 앨범 중 가장 뼈아픈 평단의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자신들을 갈망하는 린킨 파크와 체스터 베닝턴의 의지만큼은 분명했다.

체스터 베닝턴의 목소리는 린킨 파크의 거대한 성공을 견인한 고성능 엔진이었다. 하지만 연신 성공을 거두면서도, 체스터 베닝턴의 마음 한편에는 어린 시절의 상처가 늘 남아 있었다. 성적 학대와 왕따, 그리고 부모의 이혼 등을 경험한 체스터 베닝턴은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결국,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 시절 LSD, 코카인 등 약물의 세계로 도피했다. 그는 'Breaking The Habit'이라는 곡을 통해 마약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신을 노래했다. 이 곡의 가사를 살펴보면 체스터 베닝턴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길을 걸어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린킨 파크의 음악을 완성한 특유의 정서는 어린 날에 이미 완성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Clutching my cure, I tightly lock the door,
나의 치료법은 불안정해서, 난 문을 꼭 잠갔지.

I try to catch my breath again.
난 다시 한번 숨을 쉬고자 했어.

I hurt so much more than any time before,
그 어느때보다도 더 고통스러웠어.

I have no options left again.
나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 Linkin Park, < Mateora > 'Breaking The Haibt 중에서

체스터 베닝턴은 수많은 청춘의 마음을 움직인 록스타다. FT 아일랜드의 이홍기는 그의 부고를 듣고 '내 꿈의 큰 부분', '음악의 원동력'이라는 말과 함께 그를 애도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록밴드 원 오크 록(One Ok Rock)의 보컬 타카 역시 '당신은 우리가 밴드를 시작한 이유였다'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원오크록은 린킨 파크 월드 투어의 오프닝 게스트로 낙점된 상태였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컸을 것이다. 이홍기나 타카 뿐 아니라, 체스터 베닝턴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마이크를 쥔 청춘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린킨 파크 뿐 아니라 스톤 템플 파일럿츠와 데드 바이 선라이즈의 보컬로서 활동한, 열정적인 뮤지션이었다. 한 여자의 남편이었고, 6명의 아버지였다. 그러나 그 어떤 소중한 것도 채우지 못하는 마음의 구멍이 있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만든 트라우마가 몹시 큰 탓이었다. 그는 그 구멍을 끝내 메우지 못하고 죽었다.

체스터 베닝턴, 그가 무척 고맙다

 관객들의 손을 잡고 노래하는 고 체스터 베닝턴의 모습.

관객들의 손을 잡고 노래하는 고 체스터 베닝턴의 모습.ⓒ @linkinpark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린킨 파크의 노래는 전성기 시절의 노래도, <트랜스포머>의 OST도 아니다. 바로 4집 < A Thousand Suns >의 싱글 'The Catalyst'다. 단순하지만 멋진 구성을 갖춘 곡이다. 신시사이저 위에 코러스가 점층적으로 쌓이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클라이맥스. 들을 때마다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힘이 있다. 린킨 파크의 중, 후기 작품들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 곡만큼은 꼭 라이브로 듣고 싶었다. 'The Catalyst'는 개인적인 아픔보다는 종교적인 메시지, 그리고 반전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이다. 하지만 체스터 베닝턴의 죽음 후, 이 노래에서 그의 아픔이 들리기 시작했다. 'Lift me up, Let me go'(날 일으켜 줘, 날 내보내 줘)를 반복하는 이 부분은 저릿하게 다가온다.

요즘 필자는 한 시대와 작별을 고하며, 잊고 있던 그의 소리들을 다시 꺼내 듣는 중이다. 학창 시절을 함께 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록의 간지'를 알려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체스터 베닝턴에게 전하고 싶다. Rest In Peace.

"God save us everyone,
모두에게 신의 구원이 있기를,

Will we burn inside the fires of a thousand suns?
우리는 천개의 태양의 불 속에서 타 버리게 될까?

For the sins of our hand
우리 손이 저지른 죄악 때문에

The sins of our tongue
우리 혀가 저지른 죄악 때문에

Lift me up Let me go
날 일으켜 줘, 날 내보내줘."

- Linkin Park, < A Thousand Suns >, 'The Catalyst'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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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맨유팬, 흥이 넘치는 스물여섯 청년. http://blog.naver.com/2hyunpa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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