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이 kt와의 주말 3연전을 2승1패로 마감하며 후반기 첫 위닝 시리즈를 기록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2방을 포함해 장단9안타를 터트리며 7-4로 승리했다. 8회에 등판한 이보근은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겼고 마무리로 돌아온 김세현도 9회 무실점 투구로 작년에 이어 두 자리 수 세이브를 기록했다.

현재 넥센은 윤석민을 트레이드했고 외국인 타자 대니 돈을 퇴출시켰으며 새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가 팀에 합류하기 전이라 아무래도 평소보다 타선의 무게감이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 동안 출전기회가 많지 않았던 백업 선수들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8번 1루수로 출전해 홈런과 결승타를 포함해 3안타를 터트리며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 된 장영석처럼 말이다.

투수와 타자를 오가며 아까운 세월만 보낸 거포 유망주

장영석은 고교 시절 부천고의 약한 전력 때문에 전국대회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에이스 겸 4번타자로 팀을 이끌었다. 3학년 때는 성영훈,박건우,허경민,정수빈(이상 두산 베어스),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안치홍(KIA 타이거즈), 오지환(LG 트윈스) 등과 함께 2008년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한국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전체3순위)로 히어로즈에 지명된 장영석은 1차 지명 선수 강윤구(NC다이노스,1억2000만원)보다 계약금(1억3000만원)을 더 많이 받았을 정도로 구단에서도 큰 기대를 걸었던 유망주였다. 히어로즈는 장영석의 장타 잠재력을 살리기 위해 타자로 키우려 했고 입단 2년 차이던 2010년에는 64경기에 출전해 5홈런19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목동의 거포'로 성장하고 싶었던 장영석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2011 시즌 극심한 타격부진에 빠진 장영석은 그 해 6월 투수 전향을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다시 타자로 돌아와 2012 시즌이 끝난 후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하지만 장영석은 경찰 야구단에서도 2할대 초,중반의 타율에 그치며 이렇다 할 반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4년 87경기에서 12홈런61타점을 기록하며 거포로서의 가능성을 유지한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2015년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을 때 장영석에게는 더욱 암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히어로즈는 2015년 서건창, 유한준(kt),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김하성, 김민성 등으로 이어지는 일명 '넥벤저스'라 불리는 강타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결국 장영석은 의욕을 가지고 뛰어든 전역 첫 해 1군에서 단 6경기만 출전하고 초라하게 시즌을 마쳤다.

박병호와 유한준이 팀을 떠나 타선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작년 시즌에도 장영석의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군에서 23경기에 출전한 장영석은 타율 .192 무홈런3타점에 그치며 팀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세계 청소년대회 우승 멤버이자 억대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유망주 장영석은 그렇게 KBO리그에 아무런 족적도 남기지 못한 채 8년의 시간을 보냈다.

외국인 선수 초이스 합류 전 확실한 존재감 과시한 장영석

어느덧 프로 9년 차의 중견 선수가 됐지만 장영석은 여전히 넥센의 '나이 많은 유망주'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 시즌 연봉도 고작 3600만원. 전문 대주자요원 유재신이 6500만원, 백업 내야수 김지수의 연봉이 62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장영석의 연봉은 연차에 비해 지나치게 적었다. 하지만 프로의 연봉은 연차가 아닌 실력과 성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영석으로서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장영석은 올 시즌에도 1군보다는 퓨처스리그에 머문 시간이 더 길었다. 5월 말 오른손 대타 요원 및 백업 내야수로 1군에 호출되기도 했지만 단 2경기 만에 다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렇게 기약없는 2군 생활을 이어가던 장영석은 올스타전을 일주일 앞둔 지난 8일 kt로 떠난 윤석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시 1군으로 올라왔다.

여전히 장영석에게 주어진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장영석은 1루수로 5번, 3루수로 2번 선발 출전했지만 한, 두 타석에서 결과가 좋지 못하면 경기 중반 교체되기 일쑤였다. 그래도 1군 복귀 후 첫 경기였던 9일 삼성전에서는 시즌 첫 안타를 때려냈고 20일 KIA전에서는 한 경기에 3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조금씩 1군 무대에 적응해 나갔다.

그렇게 타격감을 찾아가던 장영석은 23일 kt전에서 드디어 사고를 쳤다. 8번 1루수로 출전한 장영석은 3회 첫 타석에서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로부터 동점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 2010년9월24일 두산전 이후 무려 2494일 만에 그려 낸 아치였다.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가운데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추가한 장영석은 8회 1사만루에서 kt 마무리 김재윤으로부터 이날의 결승타가 되는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넥센은 외국인 선수 초이스가 합류해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1루와 지명타자 자리에 베테랑 이택근과 채태인부터 신예 김웅빈과 허정협, 노망주 박윤과 장영석까지 상당히 많은 선수들이 주전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장영석이 살아나기 위해선 적어도 타격에서 자신만의 확실한 장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kt전 홈런과 결승타로 존재감을 확실히 뽐낸 장영석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 선수로 생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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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장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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