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천웅

LG 이천웅 ⓒ LG 트윈스


LG 트윈스 외야수 이천웅은 최근 관중과의 시비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LG는 지난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2017 KBO리그 삼성과의 원정경기서 연장 접전 끝에 10-4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11회 말 삼성의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 수비를 위하여 외야로 나섰던 이천웅이 경기가 잠시 중단된 틈을 타 심판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모습이 나왔다.

2루심은 이천웅의 이야기를 듣고는 외야로 가더니 곧바로 경기 진행요원에게 한 관중을 퇴장시킬 것을 주문했다. 해당 관중은 경기 내내 이천웅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퍼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면은 당시 방송된 TV 중계에서도 그대로 잡혔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중계진은 당시 "이천웅이 관중과 시비가 붙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시비'란 단어는 선수가 관중과 무언가 말다툼이나 신경전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천웅은 다음날 사건을 해명하며 시비가 아니라 자신이 일방적으로 당한 피해자임을 밝혔다. 해당 관중이 사실상 경기 시작부터 끊임없이 욕설을 퍼부었고 심지어 부모까지 거론할 만큼 심각한 인신공격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참다못한 이천웅이 경기 후반 심판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이를 주시하던 심판은 결국 11회 선수 측의 두 번째 어필이 나오자 해당 관중을 퇴장 조치시켰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이 사건은 올 시즌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일부 스포츠 팬들의 그릇된 응원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우려를 자아내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폭언과 도발, 이물질 투척에 이르기까지 일부 과격 팬들의 행태는 선수에 대한 인신공격은 물론이고 다른 관중들의 관람 편의까지 방해한다는 점에서 경기장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불과 한 주전 올해 삼성에서 기아로 이적한 최형우가 올스타전을 위하여 대구를 찾았다가 경기 내내 홈팬들의 야유에 시달리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최형우가 경기중 사구를 맞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일부 관중들이 오히려 맞은 선수에 대한 걱정보다는 사구를 던진 투수의 이름을 연호하는 웃지 못할 장면도 나왔다. 이 장면은 경기 후 대다수의 팬으로부터도 뭇매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한 주도 안 돼 이번 이천웅 사건도 대구에서 벌어졌다. 단지 우연의 일치나 개개인의 일탈이라고 하기에는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물론 특정 지역이나 종목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일일이 이슈가 된 경우가 적을 뿐, 여전히 많은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관중들의 인신공격과 폭언에 시달리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선수와의 거리가 가깝고, 단체 응원석에서 떨어져 있는 외야는 관중이 특정 선수를 타깃(?)으로 삼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이천웅의 사례처럼 "1회부터 9회까지 세상의 온갖 욕을 다 듣는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야유나 비아냥 정도는 그렇다 쳐도, 부모나 지역을 거론하는 등 차마 해서는 안 될 '패륜적 농담'이 속출하거나 경기 진행을 방해할 정도로  위험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이천웅처럼 경기 정규이닝을 넘어 4시간이 넘도록 그런 도발을 참아낸 인내심은 더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축구의 경우 지난 4월 수원 소속이던 이정수가 경기력 부진에 흥분한 극성 홈팬들의 욕설과 맥주캔 투척에 격분하여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정수는 당시 사건 이후 은퇴 결정까지 내렸다. 

2007년에는 수원과 FC 서울의 2군 연습경기에서 일부 몰지각한 서울팬들이 당시 수원 소속이던 안정환을 향해 가족까지 비하하는 욕설을 일삼다가 격분한 안정환이 관중석까지 난입해 항의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농구에서는 2015년 하승진(KCC)이 부상을 당해 라커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 관중이 "아프지도 않은데 엄살을 떤다"는 비아냥에 격분하여 관중석으로 달려들다가 제지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밖에도 관중들의 비매너 응원문화와 관련된 크고 작은 해프닝은 종목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물론 가족과 여성 단위의 팬 비중이 증가한 최근과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0~1990년대를 비교하면 응원 문화가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이만수(전 삼성)나 펠릭스 호세(전 롯데)처럼 수백 명의 관중이 한꺼번에 특정 선수에게 이물질을 투척하는 장관(?)이나 구단 버스를 불태우는 식의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사건·사고는 많이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이나 일부 팬덤 위주의 과격한 응원문화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당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규모가 크든 작든 두고두고 상처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몇 년간 '갑질' 논란은 우리 사회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 사회적 위치나 권력을 이용해 상대적 강자가 약자를 억누르고 착취하는 행태에 수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갑질은 정치인이나 재벌 같은 권력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포츠팬이라는 권리를 자의적으로 악용해 선수 혹은 감독이라는 한 개인의 인격을 악의적으로 짓밟고 모욕하는 모든 행위도 엄연한 갑질에 해당한다.

어느 정도는 야유와 질타도 팬들의 권리라고 하지만 선수와 팬이기 전에 엄연히 똑같은 인간이다. 돈을 많이 벌고 팬들의 사랑도 받는다고 해서 부당한 갑질까지 감수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 팬들도 스포츠 문화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라고 했을 때 그에 걸맞은 책임감이 필요하고, 이를 벗어났을 때는 엄격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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