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 ⓒ EPA/ 연합뉴스


이래서 이적 시장은 닫히기 전까지 모른다. 지난 며칠간 수많은 언론을 통해 충격적인 뉴스가 쏟아졌다. 바로 FC 바르셀로나의 주전 공격수 네이마르의 파리 생제르망(PSG) 이적에 관한 소식이었다. 유럽 챔피언을 갈망하는 파리가 차세대 '축구황제' 영입을 위해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바르셀로나와 네이마르에게 제시했고, 네이마르와의 개인 합의는 끝났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네이마르의 이적설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브라질을 떠나 유럽에 합류하기 전부터 이미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네이마르 옆에는 항상 이적설이 따라다녔다. 바르셀로나 입성 이후에도 다수의 클럽들이 그에게 달콤한 러브콜을 보내며 네이마르를 유혹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적설은 다른 클럽들의 허황된 바람으로 비춰졌다. 일단 네이마르는 스페인 무대 정착 이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로 빠르게 성장하며 리오넬 메시의 '10번' 유니폼을 물려 받을 적자처럼 여겨지는 선수다. 클럽의 미래와 같은 선수를 바르셀로나가 경쟁자들에게 내줄 가능성은 희박했다. 또한 네이마르도 평소 바르셀로나라는 구단과 팀 동료들에게 큰 신뢰감과 만족감을 표현했다. 당연히 네이마르의 바르셀로나 이탈은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차세대 '축구황제'를 향한 유혹

여지껏 나왔던 네이마르에 관한 이적 소식과 다르게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PSG 이적설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유렵 현지의 유력 매체들은 앞다퉈 네이마르 이적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PSG가 네이마르 영입을 위해서라면 거액의 '바이아웃' 금액을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 보도의 주된 골자다.

네이마르의 바이아웃 금액은 2억 2200만 유로(한화 약 2300억원)에 달하지만 PSG는 그정도 돈은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부자 클럽이기에 신빙성이 높다. PSG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뿐만 아니라 네이마르 개인에게도 3천만 유로(한화 약 390억원)의 연봉을 제시했다고 알려져있다. 3천만 유로는 현재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에서 받은 연봉에 두 배에 가까운 파격적인 연봉 액수다.

PSG가 제시한 엄청난 액수의 제안 이외에도 네이마르의 바르셀로나 이탈 가능성을 높게 만드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언론 <스포르트>는 최근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를 떠나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 상세히 적시한 뉴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스포르트가 언급한 이유는 크게 7가지지만 가장 큰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첫번째 이유는 바로 '메시와의 관계'다. 네이마르와 메시의 개인적인 관계가 불편한 것은 아니다. 유렵 축구 팬들이라면 익히 알듯이 메시와 네이마르는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네이마르가 메시의 영향력이 바르셀로나에서 너무 거대한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고 <스포르트>는 전했다. 메시가 당장 보여주는 능력과 과거에 클럽에게 안겨준 영광을 감안하면 네이마르가 당장 메시의 위상을 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 최고를 원하는 네이마르가 메시의 그늘을 떠나고 싶어할 이유는 충분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브라질 선수의 부족'이다. 현재 바르셀로나에서 네이마르와 같은 브라질 국적을 가진 선수는 하피냐 알칸타라와 더글라스 둘뿐이다. 두 선수 모두 이적이 유력한 선수들이다. 더이상 바르셀로나에는 네이마르가 마음을 놓고 대화를 나눌 브라질인이 전무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반면 PSG에는 다수의 브라질 국가대표 선수들이 포진 중이다. 기존 멤버인 티아고 실바, 마르퀴뇨스 등이 건재하고 최근에는 바르셀로나 시절 동료인 다니엘 알베스도 PSG로 향했다. 네이마르가 편한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림은 전혀 상상불가한 그림이 아니다.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것을 절대 선호하지 않는다는 뉴스도 전해지고 있지만 현재 네이마르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네이마르는 지난 10년간 이어져온 메시-호날두 양강 구도를 무너뜨린 차세대 '축구황제' 후보 0순위인 선수다. 후보군에 많은 선수들이 존재하지만 정상의 자리는 결국 네이마르가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중론이다.

능력이 말해준다. 현재 네이마르는 유럽 클럽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항상 꼽히는 바르셀로나에 주전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바르셀로나 초창기 시절에는 조력자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최대 장기인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의 측면을 궤멸시키고 있다.

득점력도 준수하다. 지난 시즌까지 바르셀로나에서 4시즌간 활약한 네이마르는 벌써 100호골 고지를 밟았다. 스타일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선배인 호나우지뉴보다 빠르게 100골 고지를 점령하면서 '누캄프의 황제'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치명적인 드리블과 날카로운 득점력을 앞세운 네이마르는 메시와 호날두에 이어 2015년 발롱도르 3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미 검증이 된 차세대 축구황제다.

미래가 아닌 현재

지금 당장 네이마르가 메시와 호날두에게 밀린다고 해서 미래의 자원 정도로 여기는 것은 큰 오산이다. 네이마르는 이미 바르셀로나의 현재이자 세계 축구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인물이다. 네이마르는 메시와 호날두가 무너져야 세계 최고에 등극하는 선수가 아닌 메시와 호날두를 직접 끌어내릴수 있는 선수다.

지난 네 시즌간 충분히 보여줬다. 앞서 언급한 100호골 고지 정복은 물론이고 네이마르 합류 이후 '드리블의 신'인 메시가 그 자리를 네이마르에게 내줬을 정도로 네이마르의 드리블은 압도적이다. 지난 시즌 메시가 리그에서 경기당 3.7개의 드리블을 성공시킨 반면 네이마르는 5.6개의 드리블을 성공했다. 나이 등의 이유로 메시의 역할 변화가 있긴 했지만 세계 최고의 드리블러의 왕좌가 네이마르에게 넘어 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시즌 득점이 다소 주춤한 것은 아쉽지만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크랙'으로서의 능력은 더욱 향상됐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PSG와 경기다. 1차전 참패로 4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던 바르셀로나 공격에 중심에는 네이마르가 있었다.

네이마르는 이날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가 6득점을 성공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수년간 바르셀로나의 대역전극 경기의 선봉장 역할을 한 메시 대신 네이마르가 공격을 진두진휘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 대부분이 경기를 포기한듯한 모습을 보일 때도 홀로 분투하며 기어코 '누캄프의 기적'을 창조했다.

이런 흐름은 가속화가 될 전망이다. 2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인터내셔널챔피언스컵에서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의 원맨쇼를 등에 업고 유벤투스를 2-1로 꺾었다. 비록 프리시즌 경기였지만 바르셀로나가 거액의 이적료에도 불구하고 네이마르에게 NFS(NOT FOR SALE-절대 팔지 않음) 딱지를 붙여 놓았는지가 증명된 한 판이었다. 메시, 파코 알카세르와 같이 스리톱의 일원으로 선발 출장한 네이마르는 단연 돋보이는 실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네이마르는 전반 15분 만에 알카세르와의 문전 앞 2대1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를 허물고 득점을 성공시켰다. 유벤투스 수비의 끈질긴 방해가 있었지만 끝까지 몸으로 공을 지켜내며 골을 잡아냈다. 백미는 전반 25분이었다. 패널티 박스 왼쪽 바깥에서 메시의 패스를 받은 네이마르는 망설임 없이 패널티 박스 안으로 드리블을 시도했다. 네이마르를 막기 위해 유벤투스 수비진 전체가 달려 들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4~5명의 협력 수비를 뚫어낸 네이마르는 여유롭게 득점까지 성공시키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마치 최전성기 시절의 메시가 측면부터 상대를 유린해 결국 득점을 뽑아내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날 경기는 경기 내외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큰 경기다. 먼저 네이마르의 이날 활약으로 '네이마르 PSG 이적설'이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이적이 실제로 가까워진 선수는 으레 프리시즌 자체에서 제외되거나 참여하더라도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다. 허나 네이마르의 뛰어난 활약과 더불어 훈련에도 즐겁게 참가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네이마르 이적설이 힘을 다소 잃었다.

경기 내적으로도 더 큰 영향력을 원하는 네이마르의 요구에 딱 맞는 경기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구현됐다. '에이스' 메시가 출장했지만 이날 경기에서 '에이스'는 네이마르였다. 메시는 득점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소 후방 지역으로 내려와 패스 공급에 에너지를 쏟았다. 물론 지난 시즌에도 메시의 플레이 메이킹 장면은 종종 연출이 됐었다. 다만 신임 감독 발베르데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메시에게는 패스를, 네이마르에게는 드리블과 득점이란 주임무를 내린 듯한 느낌을 줬다. 유벤투스전 단 한 경기를 통해 언론이 추측하고 있는 네이마르의 불만이 더이상 의미가 없어질 공산이 커졌다.

유벤투스전은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네이마르 사수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여겨지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번 이적 시장만큼 깜짝 영입이 많았던 이적 시장도 드물다. 언제나 이적이 그러하듯 단 하루 만에 현재의 잔류 분위기가 다시 이적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유벤투스전을 통해 네이마르가 '미래가 아닌 곧 현재'임을 또 한번 느낀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가 클럽의 현재이자 미래인 네이마르 사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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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 이적설 PSG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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