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FC의 2017시즌은 고단하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MVP와 득점왕을 거머쥔 정조국을 앞세워 상위권을 위협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올 시즌에도 홈에서 전북 현대와 FC 서울을 잡아내는 도깨비팀의 면모를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최근 10경기 성적은 1승 2무 7패였다. 강등을 피할 수 없는 최하위 역시 광주의 몫이었다. 

광주에게 22일 오후 7시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3연패의 부진을 하루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강등권 탈출이 힘겨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전남 원정에서 당한 굴욕적인 패배(0-5)와 홈에서 당한 1-2 패배도 갚아야 했다.

그러나 광주의 부진 탈출은 쉽지 않아 보였다. 팀 분위기가 너무 내려앉았고, 지난 15일 울산 현대와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징계를 받은 남기일 감독도 벤치에 앉을 수 없었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무더위에 3일 간격으로 이어지는 경기 일정도 체력적인 부담을 더했다.

3연패 탈출한 광주

광주는 이를 악물었다. 전남의 양 측면 윙백 이슬찬과 박대한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에 초반 분위기를 내줬고, 전반 14분에는 자일의 개인기에 이은 슈팅이 광주의 간담을 서늘케 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2선 중앙 미드필드로 선발 출전한 이우혁이 유고비치의 그림자를 자처했고, 경험 많은 우측 풀백 이종민과 신입 외국인 선수 나이얼 맥긴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다. 교체 카드도 이른 시간 사용했다. 전반 34분, 중앙 수비수 이한도를 빼고 김정현을 투입하며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소 지루한 흐름이 이어지던 전반 43분, 광주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완델손이 상대 수비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들며 잡아낸 일대일 기회에서 토미의 깊은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퇴장과 프리킥을 만들어냈다.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위력이 다시 한 번 돋보인 순간이었다.

광주는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토미의 반칙으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이종민의 날카로운 슈팅이 전남의 골문을 위협했고, 이어진 맥긴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운이 따르지 않으며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광주는 곧바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 3분, 송승민의 힐패스를 받아낸 완델손이 빠른 드리블에 이은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선제골이 터지자, 광주월드컵경기장은 더 후끈 달아올랐다. 코너킥 상황에서 이우혁의 정확한 헤딩슛이 전남 벤치를 놀라게 했고, 주현우의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추가골을 기대케 했다. 후반 22분에는 전남 수비진과 이호승 골키퍼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완델손이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아쉽게도 추가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추가골이 터졌다. 후반 34분, 이민기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낮고 빠른 크로스를 김영빈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출렁였다.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한 골 차 리드는 불안감을 던져줬지만, 중앙 수비수 김영빈의 한 방이 안정감을 선물했다.

후반 37분, 전남의 코너킥 상황에서 본즈의 허무한 자책골이 나오기도 했지만, 광주는 집중력을 유지하며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광주의 '히든카드' 완델손과 맥긴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였다. 토미의 이른 시간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도 있었지만, 전남의 패스 줄기를 담당하는 유고비치와 김영욱을 완벽하게 봉쇄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광주는 압도적인 분위기로 경기를 이어갈 수 있었고, 선제골에 이은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된 페체신의 높이에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광주는 승리를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광주의 이날 승리는 1승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여전히 순위는 최하위지만, 10위 대구 FC와 승점(19)이 같아졌다. 9위 상주 상무와 승점 차도 5점으로 줄이면서, 중위권 도약의 가능성도 높였다. 

아쉬운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희망도 찾아냈다. 올 시즌 광주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득점력이었다. 22경기를 치르는 동안 19골밖에 넣지 못했다. 측면 공격수 송승민이 4골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광주의 공격력은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약하다.

하지만 신입 외국인 듀오가 광주의 득점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광주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브라질 출신 공격수 완델손을 영입했고, 기성용과 셀틱에서 호흡을 맞췄던 '북아일랜드 특급' 맥긴을 데려오는 데도 성공했다.

이날 첫 호흡을 맞춘 둘은 광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완델손은 날렵한 몸놀림과 결정력을 뽐내며 득점포 가동에 성공했고, 토미의 퇴장까지 이끌어냈다. 순간적인 스피드로 상대 수비 라인 뒤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일품이었고, 활동량도 많았다.

맥긴은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닌 듯 보였지만, 날카로운 크로스와 슈팅력을 뽐내며 공격에 힘을 보탰다. 특히, 유럽 무대 경험이 풍부한 선수인 만큼, 볼을 다루는 여유가 돋보였다.

K리그가 이번 라운드를 끝으로 여름 휴식기에 들어서는 만큼, 완델손과 맥긴의 호흡이 무르익을 시간도 주어졌다. 송승민과 김민혁 등 국내 선수들과의 호흡, 파괴력도 끌어올릴 기회다.

3연패 탈출과 함께 희망을 발견한 꼴찌 광주. 반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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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FC VS 전남 드래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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