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한화를 완파하고 3연승을 달리며 단독 3위로 뛰어 올랐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8안타를 터트리며 17-1로 대승을 거뒀다. 3번 중견수로 출전한 박건우는 1회 결승 투런 홈런을 포함해 3안타2홈런5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정진호와 박세혁, 그리고 교체로 들어온 오재원이 나란히 3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져 화제가 됐던 만21세의 젊은 투수와 리그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느린 공을 던지는 32세 투수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한화 선발 김범수가 3.2이닝 10실점의 뭇매를 맞고 패전투수가 된 반면에 두산 선발 유희관은 단88개의 투구 수로 7이닝을 책임지며 가볍게 시즌 7승째를 따냈다.

두산 프랜차이즈 최초의 2년 연속 15승 투수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야구로 자수성가한 눈물 나는 신데렐라 스토리라도 있을 거 같지만 유희관은 의외로(?) 서울 서초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다. 장충고 시절까지만 해도 워낙 팀 전력이 약해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중앙대 진학 후 2학년 때부터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아마야구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학 4년 동안의 통산 평균자책점이 2.08이었고 2007년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유희관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전체42순위)로 두산에 지명돼 호기롭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선천적으로 공이 느린 유희관에게 프로의 벽은 너무 높았다. 입단 후 2년 동안 21경기에서 16.2이닝 밖에 던지지 못한 유희관은 2010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했다. 유희관은 상무에서 좌완 에이스로 활약하며 2011년5승, 2012년 11승을 따냈지만 공이 느린 유희관에게 기대를 갖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유희관은 좌절하지 않고 착실히 기량을 쌓으며 기회를 기다렸고 2013년 5월 4일 LG 트윈스전에서 임시 선발로 등판 기회를 잡았다. 이날 5.2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따낸 이후 유희관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유희관은 풀타임 1군 첫 해 10승을 따내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두산의 왼손 투수가 두 자리 승수를 따낸 것은 2004년의 게리 레스 이후 9년, 국내 투수로 한정하면 1988년의 윤석환 이후 무려 25년 만이었다.

그리고 유희관은 2013년의 활약은 우연이었다는 편견을 극복하고 2014년 12승을 기록하며 더욱 발전했다. 2015년에는 에릭 해커(NC 다이노스)와 시즌 막판까지 다승왕 경쟁을 하며 18승을 올렸고 그 해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6이닝 2실점으로 두산의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경기의 승리 투수가 되기도 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다소 논란이 있긴 했지만 2015년 최동원상을 수상하는 경사도 있었다.

유희관은 작년 시즌에도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과 함께 두산이 자랑하는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시즌 15승을 따냈다. 특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85.2이닝을 책임지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큰 공헌을 했다. 원년의 박철순부터 장호연,최일언,김상진,박명환 등 뛰어난 투수를 많이 배출한 두산의 팀 역사에서 2년 연속 15승을 따낸 투수는 유희관이 최초다.

전반기 막판 부진을 탈출하는 유희관의 후반기 첫 등판

학창 시절부터 느린 공 때문에 프로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의 시선을 받았던 유희관은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라는 결과를 보여주며 대반전을 만들어냈다. 비록 여전히 WBC 대표팀에는 공이 느리고 결정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최종 엔트리에 선발되지 못했지만 이제 유희관은 올 시즌 5억 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간판 투수가 됐다.

유희관은 올 시즌에도 5월까지 4승1패 평균자책점3.22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5월2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생애 2번째 완봉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만약 4월22일 넥센 히어로즈전 7.2이닝 2실점, 5월2일 삼성 라이온즈전 8이닝2실점, 5월 26일 kt위즈전 9이닝3실점을 기록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던 불운이 없었다면 유희관의 성적은 더욱 좋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유희관은 6월7일 삼성전에서 시즌 6승째를 올린 후 5경기에서 27.2이닝 동안 24점(23자책)을 내주는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3점대 초반을 유지하던 평균자책점은 어느새 4점대 후반까지 치솟았고 단골로 출전하던 올스타전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6월 중순부터 올스타전까지의 5경기 투구 내용만 보면 시즌 2패라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질 정도.

썩 좋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후반기 첫 등판을 가진 유희관은 통산 10승무패로 천적관계를 맺고 있는 한화를 제물로 시즌 7번째 승리를 따내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7회까지 투구 수가 단 88개로 충분히 완투까지 도전할 수 있었지만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8회부터 마운드를 김승회에게 넘겼다. 특히 9살이나 어린 신예 김범수와의 맞대결에서 느린 공의 위력을 몸소 보여주는 '선배의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유희관은 올 시즌 18경기에서 121이닝을 던지며 팀 내 이닝 1위, 리그 전체에서도 단독 3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투수로 한정하면 양현종(KIA, 115.2이닝)과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112.2이닝)을 제치고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이닝은 유희관이 승수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록이다. 남은 경기 수를 고려했을 때 3년 연속 15승은 쉽지 않겠지만 유희관은 여전히 두산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선발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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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유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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