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에 벌어진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에는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졌다. 우선,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가 둘이나 나왔다. 최근 박주영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데얀이 3골을 몰아치며,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했던 인천 원정 5-1 대승에 앞장섰다. "최고의 몸 상태이고, 선발로 나서고 싶다"라는 외침을 해트트릭으로 증명했다.

'조날두' 조나탄도 해트트릭 작성에 성공했다. 수원은 K리그 적응을 끝마친 '헝가리 특급' 페체신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의 동점골과 조나탄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4-1 대역전승에 성공했다.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최대 빅매치로 손꼽힌 강원 FC와 울산 현대의 만남에서는, '광양 루니'에서 '울산 루니'로 변신한 이종호를 앞세운 원정팀 울산이 승점 3점을 챙겼다. 선두 전북 현대도 광주 FC를 3-1로 완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에두는 선발로 나서 선제골을 기록하며, 누구(에두vs김신욱vs이동국)를 최전방에 내세워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최강희 감독을 더 힘들게 했다.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잃어버린 제주 유나이티드는 껄끄러운 상대인 상주 상무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친정팀으로 복귀한 윤빛가람이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린 데 이어 공수 양면에 훌륭한 움직임을 더하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아트사커로 부진 탈출한 대구

앞선 경기들 모두 대단했다. 무엇보다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득점포가 폭발했다는 것이 반가웠다. 0-0 무승부만큼 팬들의 발걸음을 끊기게 만드는 것도 없고, 무더위에 불쾌지수를 더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더운 곳으로 손꼽히는 대구에서도 시원한 골 잔치가 벌어졌다. 강력한 득점왕 후보 양동현을 앞세운 원정팀 포항 스틸러스가 아닌, 8경기째 승리가 없던 대구 FC가 무려 3골을 몰아쳤다.

이날 대구는 변화를 시도했다. 공격력이 뛰어난 중원 사령관 김선민을 측면에 배치하고, 수비력이 좋은 우상호가 류재문과 함께 중원을 구성했다. 패싱력이 장기인 김선민을 통해 에반드로와 세징야의 결정력을 끌어올리고, 지난 15일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에서 4골을 실점한 데 따른 선택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구는 공수 양면에서 완벽에 가까웠다. 우선, 수비가 안정을 되찾았다. 후방을 지키는 스리백 수비부터 전방의 에반드로까지, 90분 내내 좁은 간격을 유지했다. 포항이 전진을 시작하면, 대구는 3~4명의 선수가 순간적인 압박을 통해 그들의 공격을 끊어냈다.

전반 31분, 양동현이 대구 페널티박스 안쪽을 향해 살짝 띄어준 볼을 한희훈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조현우가 놀라운 선방 능력을 자랑하며 막아냈다. 이 한 장면을 제외하면, 대구의 수비는 완벽했다. 최후방의 골키퍼부터 전방의 에반드로까지, 한 선수처럼 움직이며 철옹성을 구축했다.

수비가 안정되자 공격도 신바람을 냈다. 특히, 포항의 공격을 끊어낸 뒤 시도하는 빠른 역습은 감탄사를 자아냈다.

슈팅을 시도하는 데 필요한 패스는 대부분 3번 이내였다. 전반 3분, 세징야의 침투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한 김선민의 첫 공격부터 대구는 이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전반 8분에도 포항의 코너킥을 막아낸 뒤 시도한 역습이 세징야와 김선민, 에반드로를 거치며 슈팅까지 이어졌다. 긴 패스를 활용한 뻥축구가 아닌, 한 박자 빠른 짧은 패스로 포항을 괴롭혔다.

대구가 뽑아낸 3골은, 하나하나가 아름다웠다. 전반 13분, 중앙 수비수 한희훈이 포항 진영으로 밀어준 볼을 세징야가 잡았다. 세징야는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로 포항 선수 6명이 밀집한 공간을 뚫어냈고, 배슬기와 무랼라의 연속적인 태클을 따돌린 뒤 깔끔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 36분에 터진 추가골도 올 시즌 최고의 득점 장면으로 손색없었다. 포항의 공격을 순간적인 압박으로 끊어낸 김진혁이 질주를 시작했고, 에반드로와 짧게 패스를 주고받으며 스피드를 더했다. 불이 붙은 김진혁은 거침없이 내달렸고, 강현무 골키퍼가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중거리 칩슛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상대 진영으로 쏜살같이 달려든 스피드도 놀라웠지만, 상당히 먼 거리에서 시도한 칩슛도 대단했다.

마지막 세 번째 득점도 간결했다. 후반 18분, 또다시 포항의 공격을 끊어낸 뒤 세징야가 빠른 역습을 시도했고, 상대 수비수 3명의 시선을 끌어준 뒤 짧게 내준 볼을 에반드로가 잡아 슈팅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갈랐다. 장철용이 에반드로를 막아서며 슈팅을 저지하려 했지만, 그의 개인기와 빠른 슈팅에 속수무책이었다.

슈팅 숫자 15-8, 유효 슈팅 10-3. 9경기 만에 맛보는,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였다. 그러나 만족은 이르다. 포항전은 죽음의 4연전 시작이었다. 승리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강원과 제주 원정을 준비해야 한다. K리그 클래식 선두권 경쟁을 벌이는 팀들인 만큼,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홈으로 돌아와 만나는 상대도 상승세를 보이는 서울이다.

올 시즌 대구는 원정 승리가 하나도 없다. K리그 최강 전북을 상대로 첫 원정 승리를 꿈꾸기도 했지만, 2-2 무승부에 만족했다. 0-0 무승부를 기록했던 서울 원정도 마찬가지였다.

대구는 포항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

무엇보다 22경기에서 36실점을 내주고 있는 수비진의 안정이 최우선이다. 이날처럼 스리백 수비와 최전방 공격수의 간격이 좁아야 하고, 그것이 90분 내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좌우 윙백도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탄탄한 파이브백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중원 역시, 스리백 보호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공격은 역습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날처럼 수비에서 공격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빠르게 유지하고, 도전적인 전진 패스로 슈팅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공격에 많은 숫자를 투입할 수 없는 팀 사정을 고려하면, 앞선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세징야와 에반드로에 집중된 공격 흐름도 나눠 가져야 한다. 특히, 패스가 장기인 김선민이 슈팅에 욕심을 낼 필요가 있다. 상대 수비가 세징야와 에반드로에 집중하기 때문에 공격에 가담한 국내 선수에게 기회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징야가 상대 수비의 시선을 빼앗아 에반드로의 득점을 도왔던, 세 번째 골 장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6경기에서 22골이나 터졌다. 올 시즌 최고로 손색없는 경기들이 쏟아졌고, 팬들은 열광했다. 그 중심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승격 1년 만에 강등될 것이란 평가를 받아온 대구가 있었다. 이제 대구는 원정 첫 승리를 향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측을 뒤엎기 위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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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FC VS 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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