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시사고발프로그램 <추적60분>은 19일 오후 '상생의 이면 - 프랜차이즈 공화국의 진실' 편을 통해 프랜차이즈 갑질의 민낯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KBS 2TV 시사고발프로그램 <추적60분>은 19일 오후 '상생의 이면 - 프랜차이즈 공화국의 진실' 편을 통해 프랜차이즈 갑질의 민낯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 KBS <추적60분> 화면캡처


요즘 가장 뜨거운 사회적 논란거리 중의 하나가 프랜차이즈의 '갑질'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횡포를 일삼으며 가맹점주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S 2TV 시사고발프로그램 <추적60분>은 19일 오후 '상생의 이면- 프랜차이즈 공화국의 진실' 편을 통해 갑질의 민낯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프랜차이즈 갑질은 최근 언론을 통해 잇달아 불거지면서 여론의 공분을 사는 중이다. 그래서 방송의 주제는 그다지 참신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 꺼풀 벗겨보니 상황은 드러난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무엇보다 경악스러운 대목은 피자에땅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동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점주들의 모임을 와해시키려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블랙리스트와 비슷한 문건을 만들어 동향을 파악하고, 각 점주 성향에 맞는 맞춤 대응전략을 세웠다. 피자헛은 한 걸음 더 들어가 사측에 우호적인 연합체를 만들어 가맹점주의 연대 움직임에 맞대응했다.

미스터피자는 훨씬 더 가혹한 방법을 동원했다. 가맹점주가 프랜차이즈를 나와 독자 브랜드를 개발하자 바로 인근에 직영점을 내는가 하면, 가맹점주 협회 선거개입을 시도했다. 이미 보복출점 혐의로 구속된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은 선거개입 혐의를 하나 더 떠안게 됐다.

이런 행태는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 사측이 자행하고 있는 노조파괴 수법을 쏙 빼닮았다. 다른 점이라면 앞서 언급한 두 기업이 복수노조법을 악용했다면, 피자에땅과 피자헛은 본사의 우월적 위치를 이용해 가맹점주를 고사시키려 했다는 점 뿐이다.

원래 프랜차이즈의 취지는 성공한 사업의 노하우를 확산시키는 데 있다. 이에 본사는 성공 노하우를 가맹점주에게 이전해주고, 가맹점주는 성공사업 모델의 후광을 빌리는 데 따른 대가(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최고경영진 일가가 수익구조를 독점하고 가맹점주를 쥐어 짜는 구조란 말이다.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본사 갑질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에땅이 문건으로 가맹점주들의 동향을 파악한 정황이 <추적60분>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에땅이 문건으로 가맹점주들의 동향을 파악한 정황이 <추적60분>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 KBS <추적60분> 화면캡처


마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8일 프랜차이즈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손해배상책임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과 법집행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관련 부처의 의지가 강하니 일단 안심이다. 그러나 긴장의 끈을 놓기는 아직 이르다. 프랜차이즈협회는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정위에 "정부와 학계의 전문가들을 비롯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등 프랜차이즈 관련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구체적인 입법과 실행 계획을 마련해나가겠다"며 "업계가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진행 중인 조사를 중단하고 3~5개월 정도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공정위의 개혁에 제동을 건 셈이다.

또 무엇보다 '갑'의 선의에 기댈 수만은 없다. 공정위의 개혁방안에 한 가지 요소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바로 가맹점주의 단결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추적60분> 역시 방송 말미에 이 점을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물량공세를 앞세워 고분고분하지 않은 가맹점주를 '죽인다.' 여기서 죽인다의 의미는 가맹점 하나를 폐업시킬뿐만 아니라 아예 가맹점주를 정말 죽음으로 내몬다는 뜻이다.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이 그렇게 했다. 꼭 흉기나 총기를 이용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 만이 살인이 아니다. 우월적인 자본과 조직을 동원해 한 인간의 생계를 틀어쥐는 행위 역시 살인이다. 이런 점에서 정 전 회장의 과오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앞서 지적했듯 본사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선 가맹점주들의 단결권 보장이 시급하다고 본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노동자의 단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그런데도 탐욕스런 자본은 갖은 수단을 동원해 이 권리를 무력화시켜왔다. 이런 와중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단결권마저 보장해야 하니 참으로 첩첩산중이다.

현실을 핑계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자본의 물량공세에 맞서려면 고만고만한 '을'들이 연대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관계당국이 을의 연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면 자본의 횡포에 제동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추적60분>은 이번 방송 외에도 삼성 비자금 고발, 유성기업 노조파괴 등 잇달아 굵직한 화두를 던지며 선전하고 있다. 더욱 힘을 내주기를 응원한다.

피자에땅 미스터피자 피자헛 프랜차이즈 김상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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