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아래쪽을 어떻게 공략하는가에 달려있다. 투수는 타자의 배트 아래에 공을 맞추게 함으로써 아웃카운트를 늘리려 하고, 반대로 타자는 투수의 공 아래부분을 걷어 올려 타구를 멀리 보냄으로써 장타를 생산하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타구 발사각도'와 같이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데이터들이 등장하면서, 투수와 타자의 싸움은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서 '타고투저' 대세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한 KBO리그에서, 과연 투수들은 타자들의 뜬공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을까. 아니면 타자들이 원하는 대로 장타를 생산해내고 있을까. 최근 3년간 기록들을 토대로 KBO리그 투수와 타자의 싸움을 분석해봤다.

 최정의 뜬공/땅볼 비율은 2.15로 리그 전체 1위이다(

최정의 뜬공/땅볼 비율은 2.15로 리그 전체 1위이다( ⓒ SK와이번스


올 시즌을 포함한 3년(15-17시즌) 동안 투수들의 땅볼/뜬공(뜬공 1개당 발생하는 땅볼) 비율은 1.13 – 1.09 –1.09의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타자들의 뜬공/땅볼(땅볼 1개당 발생하는 뜬공) 비율은 0.89 – 0.93 – 0.93으로 나타난다. 타자들이 걷어 올린 뜬공의 개수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강조되기 시작한 타구 발사각도의 중요성이 KBO리그 타자들의 타격 접근법에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트랙맨 시스템'을 통해 관련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쌓이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뜬공이 증가하면 홈런 역시 많아진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KBO리그의 추세를 보면 홈런 개수는 도리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시즌 1511개의 홈런이 터졌지만 이듬해 1483개로 감소했고, 올시즌은 전반기 425경기에서 871개가 기록되어 720경기 환산 시 1476개의 타구가 담장을 넘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보다 세부적인 지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최근 3시즌 타격 세부지표

최근 3시즌 타격 세부지표 ⓒ 청춘스포츠 한달수


1개의 홈런이 나오기 위해 34.04타석이 필요하고, 전체 장타 가운데 홈런 비율도 15시즌 36%에서 올시즌 34.3%로 줄었으며, 전체 뜬공 대비 홈런 비율 역시 계속 감소 추세에 있다. 경기 당 홈런 개수 역시 2.1개에서 2.05개로 줄었다. 이 수치들만 놓고 보면 투수들이 홈런 억제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리그 장타율이 15시즌 0.430에서 16시즌 0.437, 올 시즌에는 0.435로 더 높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하는데, 과연 투수들의 장타 억제가 성공적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최원태의 올 시즌 투심 구사율은 45.9%에 이른다

최원태의 올 시즌 투심 구사율은 45.9%에 이른다 ⓒ 넥센히어로즈


장타 억제를 위해 투수들은 싱커와 투심, 스플리터와 같이 타자들의 배트 아랫부분을 공략하는 구종을 구사하기 마련이다. 특히 올 시즌 사이드암 투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정통파 투수들 가운데에서도 투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투수들이 늘어난 대목이 이를 증명하는데, 최근 3시즌간 싱커, 스플리터, 체인지업 투구 비율과 포심 패스트볼의 비율을 보면 다음과 같다.

 최근 3시즌 구질 세부지표

최근 3시즌 구질 세부지표 ⓒ 청춘스포츠 한달수


일반적으로 타자들은 직구와 변화구를 50 대 50으로 생각하고 노림수를 갖는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올 시즌 투수들의 직구 비중이 46%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만큼 장타를 맞지 않겠다는 의도로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리그 장타율이 2015시즌보다 올 시즌 더 높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인데, 그 이유는 2루타와 3루타개수를 합산한 기록에서 답이 나온다.

 최근 3시즌 2,3루타 세부지표

최근 3시즌 2,3루타 세부지표 ⓒ 청춘스포츠 한달수


15시즌과 16시즌을 비교하면 2루타 개수는 2개 줄었지만 3루타 개수는 무려 46개가 늘었는데, 이는 목동에서 고척돔으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공격스타일에 변화를 준 넥센의 영향이 가장 컸다(3루타 15시즌: 20개 -> 16시즌: 39개). 하지만 16시즌과 17시즌을 비교해보면(17시즌 720경기 환산 기록) 3루타의 개수는 그대로인 반면 2루타가 무려 95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과 동일한 구장 조건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급증한 2루타 개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는 홈런으로 연결시키기 쉬운 직구, 슬라이더 등의 구종 구사율이 줄어든 반면 싱커와 스플리터, 체인지업 등 홈런으로 연결시키기 어려운 구종이 증가했다는 것에서 유추할 수 있다. 즉 타자들이 무리하게 홈런을 노리기보다는 투수들의 땅볼 유도 구종에 맞는 스윙을 통해 장타를 양산하는 전략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어떤 구종이든 최대한 공의 아랫면을 맞춰 외야로 보내는 기술을 터득한 것인데,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 각 팀의 전력분석이 빠르게 이뤄졌고 이를 기반으로 타자들의 기술적인 대처가 잘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투수보다 타자들의 기술적 향상이 더 빠르게, 동시에 높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타자들의 어퍼 스윙에 대응해 투수들은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하면서, 동시에 낙차가 큰 커브와 스플리터를 활용해 눈높이를 속이는 볼배합으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기본적으로 직구의 위력과 제구가 받쳐주지 못하면 장타의 위험만 더 커진다. 따라서 투수들이 완벽하게 장타를 억제하는 방안은 최대한 배트에 공을 안 맞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강속구 투수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삼진비율이 증가한 메이저리그가 좋은 예다.

결국 강력한 직구를 갖춰야 타자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고, 이는 변화구의 위력까지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물론 선수층이 얕은 한국야구의 환경을 생각하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한편으로는 심각한 문제지만, 경쟁력을 갖춘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과 한동안 사라졌던 강속구 투수들이 고교야구를 비롯한 아마추어 무대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한줄기희망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있어 투수 육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투수와 타자의 싸움, 투고타저와 타고투저의 반복 속에서 야구의 역사는 계속 진행된다. 과연 투수들이 불리한 환경을 딛고 이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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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한달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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