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할로우 케이지> 영화 포스터

▲ <블랙 할로우 케이지> 영화 포스터 ⓒ 알토미디어


<블랙 할로우 케이지>는 2016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의 '부천초이스: 장편'에 오른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사드락 곤살레스-페례욘 감독은 7월 17일 CGV부천에서 영화 상영 후 가진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어렸을 적부터 시간 여행을 소재로 삼은 작품에 관심이 많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를 얻고 싶어 하며 그걸 영화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블랙 할로우 케이지>는 5개 소제목(큐브,낯 선 사람들, 동거, 여행, 세 개의 원기둥)으로 진행된다. '숲 속 외딴 집에서 아빠 아담과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녀 앨리스가 어느 날 나무숲 사이에서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미스터리한 장치를 발견하게 된다'라는 부천영화제 소개만 본다면 시간을 다룬 평범한 SF라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영화는 친숙한 시간여행 영화와 거리가 멀다. 감독 스스로 "지금까지 시간 여행 영화와 다른 접근"이라 언급할 정도로 화법이 매우 낯설다.

<블랙 할로우 케이지> 영화의 한 장면

▲ <블랙 할로우 케이지> 영화의 한 장면 ⓒ 알토미디어


<블랙 할로우 케이지>는 이야기의 얼개를 갖춘 수준의 설명만 제공한다. 그 외 의문들, 이를테면 타임머신인 큐브는 어디서 온 것인지, 느닷없이 나타난 남매 에리카와 폴의 정체는 무엇인지 들려주지 않는다. 배경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 분명 시간적 배경은 지금으로 느껴지나 어떤 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앨리스에게 끼워진 로봇팔이나 음성장치를 이용하여 말을 하는 개 등의 설정을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미래에 가깝다.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모호함은 커진다.

영화는 엄마를 잃은 소녀가 보여주는 자기방어 기제와 그것을 극복하는 성장을 SF와 스릴러의 틀에 담고 있다. 마치 소녀의 심리를 탐험하는, 또는 내면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현한 느낌이 강하다. 제목 <블랙 할로우 케이지>(어두운 빈 새장)처럼 공간은 기능한다. <프리머>가 가장 난해한 방식으로 시간여행을 보여주었다면 <블랙 할로우 케이지>는 가장 정적인 형태로 시간여행을 활용한 셈이다.

앨리스는 로봇팔에 적응하기 위해 파란색, 녹색, 빨간색의 원기둥을 잡는 훈련을 한다. 세 개의 원기둥은 앨리스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치다. 그리고 시계를 구성하는 시침, 분침, 초침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영화 제목 블랙(어두운) 할로우(빈) 케이지(새장)를 극복하는 여정이다.

<블랙 할로우 케이지> 부천영화제 GV

▲ <블랙 할로우 케이지> 부천영화제 GV ⓒ 부천영화제


GV에선 이야기 구조를 짤 때 중심을 두었던 점, 특이한 구조를 가진 집, 다른 시간 여행 영화와 차이를 둔 부분 등 영화의 이모저모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사드락 곤살레스-페례욘 감독은 성심성의껏 대답하며 영화의 폭을 넓혀주었다. 에리카 역으로 분한 하이디 라이샌더 배우는 출연한 계기와 폭력 장면에서 힘들었던 점을 말하며 영화와 배역에 가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사드락 곤살레스-페례욘 감독은 <블랙 할로우 케이지>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다소 불친절하지만, 열린 전개를 접한 관객이 다양하게 해석하길 원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국내엔 정식 수입되었으나 개봉 시기는 미정인 상태. 앨리스를 연기한 로웨나 맥노넬의 근사한 연기와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을 먼저 만나고 싶은 분들은 부천영화제의 마지막 상영 기회(7월 20일)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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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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