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여름은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는 전쟁터와 같은 계절인 반면 대부분의 유럽 클럽들은 지난 5월 리그 종료와 함께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5~6월이 단순한 휴식기에 가깝다면 7월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프리시즌'이 시작된다.

프리시즌은 모든 클럽들에게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구단은 여러가지 형태의 거래를 통해 선수단을 새롭게 개편한다. 단순히 선수단에 변화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클럽과의 경기를 통해 전술을 시험해보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다가올 1년 농사를 위해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구슬땀을 흘린다.

프리시즌에 계획했던 방식대로 시즌 운영을 완벽하게 해내는 클럽은 거의 없지만, 프리시즌을 살펴보면 다음 시즌 클럽이 하고자 하는 바를 얼추 파악할 수 있다. 선수를 어떤 방식으로 혹은 어떤 포지션에 이용할지에 대한 큰 틀이 이 시기에 잡힌다.

프리시즌의 중요성의 잘 알고 있는 '코리안리거'들도 일찌감치 다음 시즌을 대비해 몸을 만들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프리시즌부터 눈도장을 찍어 다가오는 시즌까지 활약을 이어가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을 떠나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는 7인의 코리안리거들의 프리시즌 기상도를 살펴보자.

일단 맑음 - 지동원, 구자철, 권창훈

    잦은 부상으로 인한 불규칙한 출전으로 컨디션이 떨어진 구자철이 후반기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구자철 선수(자료사진) ⓒ 아우크스부르크


7인의 코리아리거 중 화창한 프리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는 3명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FC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약 중인 지동원과 구자철, 프랑스 리그1의 디종FCO의 권창훈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어느덧 아우크스부르크의 터줏대감이 되어가고 있는 '지구특공대' 콤비는 착실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다. 이탈리아 전지 훈련에 참가한 두 선수는 지난 13일(한국시간) 독일 2부리그 팀과 경기에 출장해 예열을 시작했다.

두 선수 모두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선수들이기에 프리시즌은 경쟁의 의미보다는 컨디션과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초첨이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시즌 막바지에 부상을 당했던 구자철이 정상적으로 프리시즌에 참여하는 것은 반갑다. 잦은 부상으로 팀의 주전 미드필더인 구자철의 정상적인 복귀는 팀에게는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다. 또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국가대표팀에게도 구자철이 건강한 몸으로 전지훈련에 나섰다는 소식은 긍정적이다.

지난 시즌 무려 리그 전경기를 출장이란 기록을 세우며 팀의 큰 신뢰를 받았던 지동원의 프리시즌도 맑다. 다만 구자철보다 프리시즌을 더 잘 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시즌 측면 플레이에 불만족을 느낀 아우크스부르크는 다수의 측면 자원을 새롭게 영입했다. 지난 시즌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서 활약한 지동원 입장에서는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중볼 능력과 왕성한 활동량만으로 지난 시즌과 같은 경기 출장 횟수를 보장받기는 어렵다. 떨어진 득점력을 이번 프리시즌을 통해 반드시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지동원이다.

단순히 프리시즌 기상도만 고려했을 때 가장 화창한 프리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는 단연 권창훈이다. 지난 유럽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프랑스 무대에 진출한 권창훈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의 이유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소속팀 디종이 리그 막판까지 강등 위기에 놓였던 상황도 신입생 권창훈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합류한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여름 훈련부터 차근차근 준비가 가능하다. 디종도 리그가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프리시즌을 통해 지난 시즌에 온전히 살펴보지 못한 권창훈의 능력을 체크하고 있다. 권창훈은 디종이 가진 프리시즌 경기에 모두 출장하며 기회를 얻고 있다.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면서 세트피스를 전담할 정도로 감독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고액에 가까운 이적료로 디종에 합류했기에 프리시즌에서의 기대가 리그 초반 출장 기회로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주어진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권창훈이다.

흐림 - 손흥민, 기성용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그(EPL)에서 유럽 무대 한국인 시즌 최다골 기록을 작성한 손흥민(토트넘)이 2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손흥민 선수(자료사진) ⓒ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 원정에서 부상을 당한 손흥민과 기성용의 프리시즌 날씨는 아직 흐리다. 두 선수는 각각 팔과 무릎에 당한 부상을 재활하는데 프리시즌을 소비하고 있는 중이다.

두 선수 모두 답답하겠지만 기성용이 부상으로 프리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 더 아쉬울 것이다. 기성용의 소속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스완지 시티 AFC는 지난 시즌 길피 시구르드손이란 수준급 공격형 미드필더를 받쳐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큰 갈증을 느꼈다. 기성용을 비롯한 여러 선수가 번갈아 중원을 구성했지만 모두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스완지는 결국 지난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로케 메사의 영입을 발표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UD 라스팔마스의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메사의 영입은 기성용에게 치명적이다. 지난 시즌 라스팔마스를 프리메라리가 점유율 2위 팀으로 만드는데 중심에 있었던 선수일 정도로 메사는 패스와 드리블에 일가견이 있는 미드필더다. 워낙 프리미어리그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기성용이 단번에 주전 경쟁에서 밀릴 것으로 예측되지는 않지만, 쉽지 않은 주전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부상으로 온전히 나설 수 없는 프리시즌은 아쉽기만 하다.

팔 부상으로 고생 중인 손흥민의 프리시즌은 그나마 낫다. 현재는 부상 재활에만 전념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 토트넘 홋스퍼의 주요 득점원 역할을 했던 선수이기에 입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토트넘이 큰 영입없이 조용한 이적 시장을 보내고 있다는 점도 손흥민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그럼에도 지지난 시즌 손흥민과 주전 경쟁을 펼쳤던 에릭 라멜라가 부상에서 복귀했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손흥민이 부상에 신음하는 동안 라멜라가 훌륭한 프리시즌을 보낸다면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 성향상 라멜라가 리그 초반 손흥민을 제치고 경기에 출장한 가능성이 크다. 이번 프리시즌을 거쳐 주전으로서의 완벽한 도약을 노리는 손흥민에게는 답답한 프리시즌이다.

장마 - 이청용, 박주호

    이청용(오른쪽)에게 K리그 복귀가 해답이 될 수도 있다.

이청용 선수(자료사진) ⓒ 크리스탈 팰리스


코리안리거 중 유럽 무대에서 가장 잔뼈가 굵은 두 선수지만 이번 여름의 기상도는 흐리다 못해 비가 쏟아지고 있다. 주전 경쟁에 놓인 다른 선수들의 입지가 행복한 투정으로 느껴질 정도로 현재 팀에서의 입지가 상당히 좁다.

먼저 이청용은 다가오는 시즌이 잉글랜드 무대에서만 아홉 번째 시즌일 정도로 베테랑 반열에 올랐지만 팀에서의 위치는 초라하다. 현재 이청용은 경미한 허벅지 부상으로 소속팀 크리스탈 팰리스 홍콩 투어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 시즌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이청용에게는 이번 프리시즌은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마침 이청용을 적극 활용하지 않았던 샘 알라다이스 감독이 떠나고 프랑크 데부어 신임 감독이 부임한 상황이다. 새 감독 밑에서 새롭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경미한 부상으로 프리시즌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면서 기존의 주전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아 오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아직 데부어 감독의 팀 운영 방식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위기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팀에서 입지가 좁은 선수가 프리시즌에 합류하지 못했기에 이청용의 미래가 암울한 것은 사실이다.

박주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소속의 박주호는 지난 시즌부터 지속된 2군 생활을 아직도 청산하지 못했다. 특별한 부상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부상이 없음에도 아시아 투어 명단에 빠졌다. 사실상 다음 시즌에도 2군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상 팀을 떠나라는 도르트문트의 압박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동안 1군에 포함되지 못했고, 자신을 도르트문트로 불러온 토마스 투헬 감독도 팀을 떠난 시점이기에 이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박주호는 바젤과 마인츠 시절에는 주전 풀백으로서 활약했고 1987년 생으로 아직 유럽에서 뛰기에 충분한 나이를 가지고 있다. 많은 클럽들이 필요로 하는 왼발잡이 풀백이기도 하다. 많은 장점을 지닌 선수이기에 이적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박주호다. 이적 없이는 지독한 장마를 1년 내내 겪어야 할 위기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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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리거 시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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