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에는 소위 '중앙'이라는 '서울발' 기사만 차고 넘칠 뿐 내가 사는 곳을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역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면서 해당 지역 뉴스를 다룹니다. 첫 행선지는 대구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4월 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대구FC와 전남드래곤즈의 경기. 추가골에 성공한 대구 레오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있다.

지난 4월 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대구FC와 전남드래곤즈의 경기. 추가골에 성공한 대구 레오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있다. ⓒ 연합뉴스


2002 한-일 월드컵 신화에 힘입어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시민 구단의 탄생을 알린 대구 FC.

그들에게 2017시즌은 남다르다. 대구는 지난 2013시즌 강등의 아픔을 맛보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지만, 4시즌 만에 K리그 클래식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팬들의 관심도 늘어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17시즌 K리그 클래식 1라운드~13라운드의 관중 동원 성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가 가장 많은 관중 증가세를 기록했다. 챌린지에 소속됐던 지난 시즌보다 무려 3126명이나 늘어난 평균 5938명의 관중이 선수들과 함께 한 것이다.

대구는 2018년 말에 1만 2천 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을 새로운 홈구장으로도 맞이한다. 최대 8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구스타디움 대신 구단 규모에 딱 알맞은 홈구장. 관중 증가 추세가 보여주듯 클래식에서 꾸준히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만석을 이루는 홈구장에서 경기하는 대구의 꿈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대구의 뜨겁기만한 여름

현실은 냉혹하다. 대구는 클래식 잔류를 넘어 상위 스플릿 도전을 천명하기도 했지만,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1경기를 치른 현재(18일 기준) 3승 7무 11패를 기록, 한 경기를 덜 치른 꼴찌 광주 FC와 승점이 똑같다.  

최근 대구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안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지난 15일 전남 드래곤즈 원정 경기에서 후반 초반 0-3까지 점수 차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기적 같은 3-3 동점을 만들어냈던 투혼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절실함이 승리로 이어지기가 참 어렵다. 시간도 충분했고, 흐름도 가져왔지만, 통한의 결승골 한 방에 또다시 무너졌다.

8경기째 승리가 없다. 지난 5월 28일 홈에서 치러진 상주 상무전(2-0)이 마지막 승리다. 이후 K리그의 강자 FC 서울과 전북 현대 원정에서 잇따라 무승부를 거두며 4경기 연속 무패(1승 3무)를 달리기도 했지만, 수원 삼성전 0-3 완패 이후 최근 5경기에서 1무 4패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더 험난하다. 당장 19일에는 포항 스틸러스를 홈으로 불러들이고, 이후에는 강원 FC와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을 준비해야 한다. 힘겨운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서울전을 대비해야 한다.

대구보다 훨씬 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팀들과 맞대결이지만, 포기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이 4경기를 모두 놓친다면, 잔류의 꿈을 일찌감치 접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 대구 FC, 생존을 위한 조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수비진의 안정화가 절실하다.

대구는 지난 시즌 챌린지 40경기에서 36실점밖에 내주지 않았고, 53골을 몰아넣었다. 빠른 역습을 앞세운 공격력도 눈부셨지만,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수비가 클래식 승격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특히, 최후방을 든든하게 지킨 골키퍼 조현우는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클래식과 챌린지의 수준 차이가 있기도 하겠지만, 대구의 올 시즌 수비는 너무 불안하다. 21경기를 치르는 동안 지난 시즌 총 실점과 똑같은 36실점을 내줬다. 박태홍과 김동진 등 승격의 주역들이 건재하고, 부천 FC에서 이적해온 한희훈이 가세했지만,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대구가 스리백을 구성하고 있음에도 수비가 불안정한 데는 중원의 책임이 상당하다. 올 시즌 대구의 스리백 앞에는 류재문이 나선다. 23세 청년, 클래식 무대를 처음 밟아보는 그가 공수 조율은 물론 스리백 보호의 임무를 떠맡는다. 류재문과 함께 중원을 구성하는 김선민과 세징야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 수비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방의 에반드로와 레오, 2선의 김선민과 세징야가 공격에 치중하는 사이, 공수 간격이 벌어지며 허무하게 실점을 내주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대구는 지난 6월 21일 서울 원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중원과 수비 사이의 좁은 간격을 통해 실점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당시 대구는 데얀과 박주영, 윤승원 등 득점력이 뛰어난 세 선수를 앞세운 서울을 무득점으로 막았다.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한 한희훈과 김진혁은 물론이고, 중원에 위치했던 홍승현 등의 수비 가담도 쉼이 없었다. 특히 공수 간 좁은 간격을 유지하는 데 힘을 쓰면서, 승점(1)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공격에서는 국내 선수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올 시즌 대구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21경기에서 24골을 기록하고 있는데 공격진을 구성하는 에반드로(6골)와 세징야(4골), 레오(7골)가 합작한 골이 17골에 달한다. 신창무는 17경기에 나서 2골에 그치고 있고, 슈퍼 루키로 평가받는 김대원은 아직 데뷔골이 없다. 올 시즌 중원 사령관으로 대구에 합류한 김선민도 득점은 없고, 도움만 4개 기록 중이다.

시민 구단의 특성상 대형 선수 영입이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국내 선수들이 득점에 가담해줘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 선수들에게 집중된 수비가 분산될 수 있고, 팀 득점도 늘어날 수 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구의 여름나기가 만만치 않다. 자칫 잘못하면, 승격 1년 만에 챌린지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대구는 올 시즌 서울을 상대로 승리를 맛보기도 했고, 전북 원정에서는 승점을 따내기도 했다. 포항-강원-제주-서울로 이어지는 앞으로의 일정이 만만치 않지만, 반등할 기회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8경기째 승리가 없는 상태지만, 대구는 잠재력이 풍부한 팀이기 때문이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있는 K리그의 강호는 아니지만, 하대성과 이근호, 오장은, 에닝요, 조나탄 등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했던 대구. 2017시즌, 그들은 K리그 최초의 시민 구단이자 2016시즌 챌린지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경기장을 가득 메운 새로운 홈구장에서 멋진 역사를 써나가겠다는 그들의 꿈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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