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올 시즌 전반기도 '변함없이'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보냈다. 시즌 초반 한때 최대 승패마진이 +10에 이르기도 했지만 전반기를 마감하던 시점에서 LG의 성적은 41승 1무 40패, 6위에 그쳤다

타고투저의 시대에 팀 평균자책점 4.05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할 만큼 탄탄한 마운드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5강권에도 들지 못한 팀순위와의 괴리는 컸다. 차우찬을 FA 투수 역대 최고액에 영입하는 등 알찬 전력보강을 바탕으로 내심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지난해 이상의 성과를 노렸기에 아쉬움이 더 짙었던 전반기였다.

LG는 시즌 개막 직전부터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와 마무리 임정우를 부상으로 잃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자 시즌 개막 6연승을 질주하며 10개구단 최고의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초반 돌풍은 이후 계속될 오락가락 행보의 시작에 불과했다. 개막 연승행진 중단되자마자 곧바로 5연패를 당하는가 하면, 5월 초에도 한때 7연승을 내달리며 선두권에 근접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연패가 이어지며 기껏 벌어놓은 승수를 날리는 행보가 반복됐다.

악재도 끊이지 않았다. 중심타자 역할을 기대했던 히메네스가 슬럼프에 발목 부상까지 겹치며 장기간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전반기 막바지에는 에이스 허프가 또다시 햄스트링부상을 당했다. 불펜의 주력요원이던 윤지웅은 음주운전 사건을 저질러 잔여 경기 출장이 정지되는 중징계를 받는 대형사고로 팀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그나마 어쨌든 SK전 막판 2연승으로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전반기를 마친 장면은 희망을 가질만했다. 허프와 윤지웅이 빠진 직후에 위기의식이 선수단이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나, 팀홈런 꼴찌팀 LG가 1위 SK를 '홈런쇼'로 제압하는 이변은 마치 지난 시즌 후반기의 대반전을 연상시켰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어쨌든 5할승률을 지켜냈고 5위 두산과의 격차는 2게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후반기 만회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올해도 엇갈린다. 타고투저가 만연한 리그 분위기에서 작전구사에 대한 지나친 의존, 플래툰시스템에 대한 집착, 투수교체 타이밍 등 양상문 감독의 용병술은 적극적인 시도에 비하여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양상문 감독의 지나친 플래툰시스템과 작전야구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평가도 나온다.

돌이켜보면 LG에서 양상문호의 여정은 항상 벼랑 끝을 넘나드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2014년 시즌 중반에 감독으로 갓 투입되었을 당시 이미 최하위권을 전전하던 절망적인 상황이었고, 2015년과 2016년에도 한때 하위권을 추락하며 매년 여름마다 고비가 찾아왔다.

특히 LG의 분위기가 가장 나빴던 지난해 6월경에는 극성팬들을 중심으로 양상문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LG의 가을야구는 오히려 지금보다도 훨씬 절망적으로 보였다. LG는 당시  승률 마진이 한때 -14까지 벌어지기도 했고,  팀타율 꼴찌를 비롯하여 공격지표 대부분이 하위권에 그치고 있었다. 양상문 감독의 리더십과 경기운영을 둘러싼 비판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나온 것도 올해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LG는 그해 후반기 기적같은 반등에 성공하며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기아와 넥센을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자 냄비같던 비난 여론은 언제 그랬냐는듯 금세 꼬리를 내렸다. 오히려 양상문 감독의 뚝심있는 팀운영 덕분에 리빌딩과 성적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성적이 잠시 주춤하자 어김없이 또 비난 여론이 튀어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양 감독의 LG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꼽히던 리빌딩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거론될 정도니, '결과론'에 편승한 이들의 기회주의적인 평가나 줏대없는 변덕스러움이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양상문 감독은 이번에도 후반기 반등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비난 여론을 반전시켜야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LG의 반등 여부가 프로야구 후반기 중위권 경쟁의 가장 큰 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양상문 감독 체제 이후 LG가 대체로 후반기로 갈수록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워낙 냉온탕을 오갔던  행보 때문에 실감이 안나지만, 의외로 올 시즌이 양상문 감독 체제에서는 나름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전반기'였다. 양 감독이 시즌 중반 LG 지휘봉을 처음 잡았던 2014년은 35승 44패로 7위였고, 2015년은 38승 48패 9위, 지난해는 역시 35승 45패 8위에 그쳤다. 이중 순위변동이 없었던 2015년을 제외하면 2014·2016년에는 모두 후반기 반등에 성공하며 정규리그 최종순위 4위로 가을야구 진출을 이뤄냈다.

올 시즌에는 어떨까. LG가 2014년과 2016년 두 번이나 극적인 '역주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투수력이었다. 양과 질에서 모두 풍부한 투수자원을 보유한데다 양상문 감독의 뚝심있는 선수단 관리로 인하여 LG가 상대팀들의 마운드가 하락세를 보이는 후반기에 체력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LG는 올해도 허프, 차우찬, 임정우 등 후반기에 돌아올 전력들이 많다. 다만 그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 전반기 가능성을 보여준 정찬헌, 김대현, 신정락 등의 대체자원들이 얼마나 공백을 메워주느냐가 관건이다.

오히려 더 걱정거리는 타격이다. 타율(.289)은 5위지만 홈런(55개) 꼴찌를 비롯하여 타점(388개)·득점(415개) 9위로 모두 하위권이다. 팀내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아직 한명도 없다. 그나마 득점권 팀타율(.307)만 3위인 것이 위안이다. 부족한 장타력을 만회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작전과 주루플레이를 시도한 덕에 도루(56개)는 전체 2위에 올라있지만 성공률은 58.3%로 9위에 그칠 만큼 효율성은 떨어졌다.

오매불망 히메네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지만 돌아온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활약해줄지가 미지수다. LG는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2014년과 2016년 모두 시즌 중반까지 최하위권을 전전했으나 본격적인 여름인 7-8월에 접어들며 이후 반등세를 보였다. 젊은 토종 타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차라리 SK처럼 성공률이 떨어지는 작전의 비중을 줄이더라도 타자들의 적극적인 스윙을 유도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양 감독과 LG의 계약기간은 올해로 만료된다. 감독은 결국 최종적인 성과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양상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3년간 LG는 벌써 두 번이나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가을야구 진출을 기준으로 한다면 2번 성공-1번 실패했으니 지금까지 업적만으로도 LG 역대 감독중에서는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참고로 LG는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무려 10년연속 PS 실패라는 KBO 불명예 신기록까지 세웠던 팀이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LG를 두 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감독은 양상문이 유일하다. 리빌딩은 당장 평가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양상문 부임 이전의 10여년간 리빌딩과 성적을 병행해낸 LG 감독은 아무도 없었다. 만일 결과론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과보다는 공이 우세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올해도 LG가 최소한 5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수 있느냐에 따라, 양 감독에 대한 최종 평가와 거취는 물론이고 LG의 미래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과연 LG가 양상문보다 더 나은 감독을 보유할 자격이 되는 팀인지는 올 시즌까지의 성과를 지켜보고나서 다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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