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자들> 상영 후 관객들에 인사하고 있는 MBC 김민식 피디와 해직 방송인들

<공범자들> 상영 후 관객들에 인사하고 있는 MBC 김민식 피디와 해직 방송인들 ⓒ 부천영화제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영화 <암살>에 나오는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역)의 유명한 대사다. 영화 <공범자들>에서는 <암살>의 분위기 묻어난다. 방송인들이 지속적으로 싸우고 있었음을 영화가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범자들>이 첫 공개된 15일 저녁. 상영관인 CGV 부천에는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주요 방송사 기자와 피디들이 몰려들었다. KBS, MBC의 전-현 노조위원장과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 등은 최승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을 관람한 후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아픈 몸을 이끌고 영화를 관람한 이용마 기자는 "KBS와 MBC가 욕을 많이 먹는데, 내부에서 저희들이 그대로 있거나 침묵하지 않았다"라고 말했고, 사내에서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김민식 피디는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 성재호 본부장은 "우리가 안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영화"라며 최승호 피디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권력에 장악된 방송이 국민에게 주는 피해

 영화 <공범자들>의 한 장면

영화 <공범자들>의 한 장면 ⓒ 뉴스타파


<공범자들>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KBS 정연주 사장의 불법 해임을 시작으로 한 YTN, MBC 등의 방송장악 과정을 다룬다. 옛 자료화면과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활용해 지난 9년 간 방송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조명한다. 방송사의 징계 남발과 해직 등으로 쫓겨난 기자 피디 등이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증언한다.

특히 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진실 보도가 막혔을 때, 국민의 방송이 아닌 정권의 방송이 됐을 때 얼마나 큰 재앙이 발생할 수 있는지는 곱씹는다. 대표적인 게 세월호 참사다.

오보와 정부 발표를 받아쓰기하며 거짓보도를 일삼은 언론(특히 방송)의 행태를 보여주며 이들이 참사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하지 않고 급박한 상황을 제대로만 보도했어도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다는 한탄은 권력에 의해 밀려난 방송인들이 쏟는 회한의 눈물이기도 하다. 방송의 잘못된 보도가 당시 급하게 움직여야 할 발걸음과 행동을 늦추게 만들었다는 지적은 무겁게 다가온다.

이에 맞섰던 방송인들은 권력의 발톱에 찢기며 상처를 입어야 했고, 인사 보복이나 검찰 기소 등을 통해 자의나 타의로 정든 방송을 떠나야 했다. 방송을 하다 스케이트장 관리 등으로 밀려난 방송인들의 모습은 정직하고 올바른 보도를 하기 위해 노력했던 대가가 참혹했음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저항은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MBC 김민식 피디는 사내 건물에서 김장겸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했고, 다른 방송인들도 공영방송 정상화를 바라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맞서 기약 없는 독립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 독립 운동가들처럼, 수구세력에 의해 강점된 방송독립을 위해 해고 등의 징계를 각오하고 싸우는 방송인들의 투쟁은 닮아있다. <공범자들>은 그 내용을 알려준다.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MBC 김장겸-KBS 고대영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 자격 없어

 15일 저녁 <공범자들> 상영 직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최승호 감독

15일 저녁 <공범자들> 상영 직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최승호 감독 ⓒ 부천영화제


공범자의 사전적 의미는 함께 범죄를 도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공범자들>에는 방송장악을 위해 불법과 탈법를 저지른 수많은 범죄를 고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친일파를 저격하려는 저격수가 높은 곳에서 조준하다 방아쇠를 당긴다면, <공범자들>의 최승호 감독은 노루목에서 사냥감을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한 지점을 조준해 끈기 있게 기다리다 목표물이 나타나는 순간 거침없이 다가간다.

전작 <자백>을 통해 액션 저널리즘이란 이름으로 거침없이 마이크를 들이대던 최승호 감독의 결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밀려나고 쫓겨나는 과정에서도 그와 카메라는 쉽게 밀려나지 않는다. <공범자들>의 흥미와 재미가 배가되고 웃음이 나오는 순간도 바로 최 감독의 활약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영화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아래서 방송을 망가뜨린 사람들은 단 한사람도 당당하지 못하다. 김장겸 현 MBC 사장을 비롯해 김재철, 안광한 전 사장 등은 그저 겁을 먹고 도망하거나 피하기 일쑤다.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숨기에 바쁠 만큼 공범자들에게는 최 감독의 존재 자체가 저격수가 쏘는 총 이상이다.

그렇다고 마이크와 카메라가 공범들에게만 향하지는 않는다. 주범에게도 다가가 온갖 방해 속에 마이크를 들이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공영방송 훼손에 대해 돌직구를 날리는 장면은 최승호 감독의 저돌성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그렇게 공범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영상으로 기록한다.

최 감독은 첫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회 말미에 "MBC 김장겸 사장이나 KBS 고대영 사장은 방송을 조율하는 법이 제대로 있다면 절대로 공영방송 사장으로 있어서는 안 될 분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분들을 지키는 방패막이로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회가 있다.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말하는 분"이라며 "이런 보호막이 없으면 당장 나가야 하는 분"이라고 지적했다.

최 감독은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해 촛불시위처럼 "시민들과 방송인들이 같이 힘을 합쳐 역사적인 일들을 해보자"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 감독은 또한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방송 장악 기도라고 하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어마어마한 부당노동행위가 있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징계 무효 판결이 났다"며 "불법적인 행동이 비일비재했는데, 근로감독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고 되묻고는 "불법적 상황을 바라보면 정부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공범자들>은 오는 8월 17일 개봉한다.

공범자들 방송 최승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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