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안녕하세요. 오디오 진정제 무엇이든 읽어보세요. 배창복, 이상협입니다. '무엇이든 읽어보세요'는 무엇이든 읽어드립니다."

무엇이든 읽는다고? 정말 '무엇이든' 읽는다.

서울구치소 4월 마지막주 주말 식단부터 충남 홍성군 사전 투표소 위치, 돼지 번식법, 족보, 각국의 최저임금, 해리포터 마법주문, 프로듀스 101 구성원까지 모든 분야의 '목록'들을 정성스럽게 읽어나간다. 또 어떤 날에는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양을 백마리씩 세주기도 하고 '외전'이라면서 고민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지난 11일 KBS 본관에서 이상협, 배창복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오디오 진정제 - 무엇이든 읽어보세요'(피디 김홍범)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팟빵과 애플 팟캐스트에 서비스를 시작한 팟캐스트 '오디오 진정제'는 말 그대로 "무엇이든 읽는 방송"으로 국가공인식단, 표준양돈법, 해리포터 마법주문, 양세기 등 다양한 것들을 읽는 팟캐스트로 많은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KBS 본관에서 이상협, 배창복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오디오 진정제 - 무엇이든 읽어보세요'(피디 김홍범)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팟빵과 애플 팟캐스트에 서비스를 시작한 팟캐스트 '오디오 진정제'는 말 그대로 "무엇이든 읽는 방송"으로 국가공인식단, 표준양돈법, 해리포터 마법주문, 양세기 등 다양한 것들을 읽는 팟캐스트로 많은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유지영


KBS 아나운서인 배창복, 이상협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오디오 진정제'는 비록 하찮기(?) 그지 없는 것들을 낭독하지만 웃음기는 쏙 빼고 누구보다 진지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읽어내린다. 그래서인지 '오디오진정제'는 지난 4월 시작한 이래 늘 팟빵 문화예술 분야 순위 최상위권에 있다.

"우리는 뉴스도 하고 딱딱한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데 그런 아나운서들이 이상한 걸 읽어주는 거다. 우리 같은 목소리로 정말 이상한 걸 읽어주면 이상하지 않을까. 그런 부분을 사람들이 재밌어해주는 게 아닐까. '낭독의 역설' 그게 포인트다." (이상협)

"낭독도 잘만 하면 음악처럼 들린다. 그 자체로도. 그렇기 때문에 청취자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이시는 게 아닐까." (배창복)

"'낭독의 역설'을 발견하게 될 것"

'오디오 진정제'의 첫 시작은 KBS 팟캐스트를 지원해준다는 사내 공모를 통해서였다. 평소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등을 자주 진행하던 배창복, 이상협 아나운서는 "목소리를 이용해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배창복)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11일 KBS 본관에서 이상협, 배창복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오디오 진정제 - 무엇이든 읽어보세요'(피디 김홍범)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팟빵과 애플 팟캐스트에 서비스를 시작한 팟캐스트 '오디오 진정제'는 말 그대로 "무엇이든 읽는 방송"으로 국가공인식단, 표준양돈법, 해리포터 마법주문, 양세기 등 다양한 것들을 읽는 팟캐스트로 많은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유지영


 지난 11일 KBS 본관에서 이상협, 배창복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오디오 진정제 - 무엇이든 읽어보세요'(피디 김홍범)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팟빵과 애플 팟캐스트에 서비스를 시작한 팟캐스트 '오디오 진정제'는 말 그대로 "무엇이든 읽는 방송"으로 국가공인식단, 표준양돈법, 해리포터 마법주문, 양세기 등 다양한 것들을 읽는 팟캐스트로 많은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유지영


여기에 라디오에는 없는 '자유로움'이라는 팟캐스트의 장점이 더해졌다. 아나운서가 욕을 하는 일은 라디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나 팟캐스트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PPL 없는 '박카스 성분표 낭독' 같은 소재의 자유로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피디나 작가가 주로 원고를 쓰는 라디오와는 달리 아나운서가 스스로 아이템도 정하고 원고에 개입하는 부분은 이들에게 활력을 가져다 준다.

큰 기대를 안 하고 이것저것 읽기 시작했더니 순식간에 인기를 얻었다. 그러니 내부 반응도 좋다. 배창복 아나운서는 때로는 라디오를 진행할 때보다 더 큰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활짝 웃었다.

"'오디오 수면제'로 양을 세주는 방송을 했는데 육아 카페에서 반응이 좀 있더라. 그거 듣고 아기들이 자는 영상을 보내주셨다. 오늘 그래서 '양세기 리턴즈'라는 이름으로 2탄을 녹음했다. (웃음)" (이상협)

시의성을 고려한 낭독

'무엇이든' 읽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읽지는 않는다. 홍준표 후보의 '돼지발정제'가 이슈가 됐을 땐 슬쩍 '돼지 번식법' 낭독을 끼워넣고 제헌절에는 '헌법 전문'을 읽는 식의 시의성을 적극 고려한다. 때로는 청취자의 의뢰를 받아 낭독을 하기도 한다. "아이템을 여러 가지 놓고 고려하다가 일이 하나 터지면, 속된 말로 주워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웃음)" (이상협)

클래식 음악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두 아나운서는 어느새 음악에도 일가견이 생겨 음악 선곡도 직접 한다. 서울구치소 식단을 소개할 땐 영화 <쇼생크탈출>의 OST가 흐르고 '돼지 번식법'을 낭독하는 날에는 영화 <붉은 돼지>의 OST가 나온다.

"그동안 정치 관련된 것들이 큰 이슈였지 않나. 사람들이 지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볼 거리나 들을 거리 모든 면에 있어서 지쳐 있었는데 이 방송을 통해서 마음을 좀 편안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착한 방송'으로서 효과를 좀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배창복)

오디오 진정제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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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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