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크리스토퍼 <SmallTown> 싱글 앨범 자켓사진.

루크 크리스토퍼 싱글 앨범 자켓사진. ⓒ 소니뮤직


어마어마한 아이디어가 있어야만 좋은 예술은 아니다. 남들이 안 가본 길을 가야만 실험적인 것도 아니다. 담백한 가창과 정직한 반주만으로도 새로운 곡, 훌륭한 노래는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루크 크리스토퍼의 <SmallTown>은 모두가 아는, 그래서 아무나 선택하지 못하는 바로 길, 즉 '정공법'을 택한 상쾌한 싱글이다.

가창·가사부터 세션까지, 잔재주나 잔기술이 전혀 없다. 일렉트로닉 비트를 사용한 곡임에도 클래식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배우를 꿈꾸는 작은 마을 출신 소녀가 있었더래요'로 시작하는 도입부 피아노 외의 악기는 모두 생략됐다. 바이브레이션조차 없이 '말하듯' 가사를 전하는 루크 크리스토퍼의 목소리에 최대한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낸다.

37초를 지나면서 드럼 비트가 등장하지만 역시 그뿐이다. 드럼은 피아노로만 구성된 도입이 지루해질 즈음에 곡을 환기하는 역할까지만이다. 변화 없이 읊조리듯 이어지는 보컬을 지루하지 않게 함으로써 목소리에 계속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짤막한 노래의 도입부 1분이 이렇다.

대반전은 1분 13초에 터진다. 작은 마을 출신 아가씨를 덤덤히 소개하던 화자는 '어느 도시를 가도 나 같은 남자는 없을 거야'라며 갑작스레 이 여성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그 위로 곡 전체의 분위기를 시원하게 뒤집는 청량한 팝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덮인다. 그리고 이 갑작스런 '한 방'에 놀랄 때쯤 모든 힘을 빼고 수미상응으로 피아노 소리만을 다시 남긴 뒤, 마치 부르다 만 노래처럼 곡은 끝이 나 버린다.

듣고 나면 얼떨떨한 마음마저 들 정도다. '이 신인가수 목소리 참 좋네', '오랜만에 듣는 클래식한 곡이네'하고 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운드가 터지고, 다시 곡의 처음으로 돌아오는 척하더니 2분 20초에서 그대로 끝나버린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갑작스레 일렉 사운드를 쏟아내다 도로 피아노만 남기고, 다시 그 지점에서 뚝 끊어버리는 이 곡 구성이 주는 감정이, 소도시 소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소개하다 갑작스레 자기 맘을 고백해버리고 이내 다시 수줍어지는 가사 속 한 '소년'의 심경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상당한 여운을 남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티스트에 대해 좀 더 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존 레전드의 작업에 참여했고, 이번 싱글은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 전에 나온 '선공개 곡'이란다. 리드 싱글도 아닌 곡의 퀄리티가 이 정도라니, 곧 나올 데뷔 음반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모쪼록 선정성과 간사한 잔재주로 탁해진 팝 음악계에 상쾌한 탄산수 한 잔이 돼 주길 기대한다. 지금처럼.

루크 크리스토퍼 스몰타운 SMALL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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