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언제부터인가 국내 가요 음반들을 살펴보면 이른바 '인트로(Intro)'라는 제목 또는 형식을 빌려 연주곡을 첫 곡으로 등장시키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몇몇 아이돌 그룹의 음반들이 이런 방식을 택하지만 록밴드, 솔로 가수들의 음반에서도 간혹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소위 히트곡만 들어본 보편적인 음악팬들은 이러한 연주곡의 존재를 잘 모를 수도 있지만 해당 그룹, 가수들의 팬에겐 이미 친숙한 존재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이런 연주곡들이 등장하게 된 데엔 나름의 이유들이 존재한다. 먼저 해당 음반의 성격을 좀 더 강하게 음악팬들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의도부터 극히 소수에 불과하겠지만 그냥 곡 수 채우려는 불손한 목적까지...

짧지만 듣는 이에겐 진한 체취를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트로' 연주곡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해본다.

토이, 20여 년간 음반 첫 곡은 항상 연주곡으로



 인트로 역할을 맡은 연주곡 '아무도 모른다'가 수록된 유희열+토이의 정규 7집 < Da Capo >

인트로 역할을 맡은 연주곡 '아무도 모른다'가 수록된 유희열+토이의 정규 7집 < Da Capo > ⓒ 안테나뮤직


3집 < Present >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작인 2014년 7집 < Da Capo >에 이르기까지 유희열의 1인 프로젝트 토이의 음반은 항상 첫 곡을 연주곡으로 채우고 있다. 여타 음악인들의 인트로가 대개 1분 안팎의 짧은 소품으로 만들어지는 게 흔한 반면, 토이는 항상 3~4분대 이상의 비교적 넉넉한 시간의 곡이라는 게 이채롭다.

지난 1997년 발매된 정규 3집의 첫 곡 '선물 Part 1(Melody)'는 당시 음반을 기획했던 삼성그룹 산하 오렌지 레이블의 전폭적인 후원에 힘입어 다른 수록곡들과 마찬가지로 해외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으로 제작되어 데이빗 포스터 같은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작품 못잖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4집 < A Night In Seoul >에선 동명의 연주곡을 음반의 맨 처음에 배치했는데 1990년대 그무렵 유행하던 퓨젼 재즈의 형태를 취하면서 한편으론 토이의 역대 연주곡 중 가장 록 음악적인 요소도 강하게 내뿜은 작품이었다.

5집 < Fermata >에선 라틴 리듬을 중심으로 경쾌한 남녀 스캣 보컬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탈리아 풍 동명 연주곡을 선사했고, 6집 < Thank You >의 'You(Intro)', 7집 < Da Capo >의 '아무도 모른다'에선 서정성 짙은 피아노 곡으로 꾸며 음악인 유희열의 진면목을 드러내기도 했다.

러블리즈, 아이돌 음반이라고 얕보지 마라



 러블리즈

러블리즈 ⓒ 울림엔터테인먼트


2014년 데뷔한 걸그룹 러블리즈의 주요 음반 역시 시작은 짧은 연주곡이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 작품의 완성도는 의외로 만만치 않다. 곡의 길이만 짧을 뿐 독립된 작품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는 것이 러블리즈 인트로곡들의 특징 중 하나다.

2014년 정규 1집 < Girls' invasion >의 'Introducing The Candy', 2015년 첫 EP < Lovelyz8 >의 'Welcome To The Lovelyz8', 2016년 두번째 EP < A New Trilogy >의 'Moonrise', 가장 최근작인 정규 2집 < RU Ready > 및 리패키지 음반 < 지금, 우리 >의 'RU Ready' 등 주로 일렉트로니카 또는 신스 팝 형식을 채용한 작품들이 그 역할을 도맡고 있다.

대부분 머릿곡을 만든 작곡팀 원피스가 이들 연주곡 역시 작곡했지만 딱 하나, 러블리즈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Welcome To The Lovelyz8'만큼은 예외로 샤이니의 'Everybody'로 유명한 코치 앤 센도(Coach & Sendo)의 작품이다. 상큼 발랄한 전자사운드로 채워진 덕분에 이 곡을 원피스팀의 작품으로 아는 팬들도 간혹 있을 정도다.

여자친구, 히트곡들의 변주


 여자친구

여자친구 ⓒ 쏘스뮤직


여자친구의 첫번째 EP부터 지난해 정규음반까지 총 4장의 음반에는 항상 음반 제목을 부제로 사용한 'Intro'들이 등장한다. 반면 올해 발표한 네번째 EP < The Awakening >에는 인트로 연주곡이 등장하지 않았다.

역시 여자친구의 성공에 일조한 이기용배가 작곡을 담당했는데 대부분 음반의 머릿곡들인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너 그리고 나'의 중요 멜로디를 변주한 방식을 택해 곧이어 등장하게 될 해당 곡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려준다.

특히 세번째 EP < Snowflake >의 'Intro(Snowflake)'에선 시계의 긴박한 초침 소리 + 웅장한 분위기의 오케스트레이션 + 일렉트릭 기타 연주와 "미처 말하지 못했어", "다만 너를 좋아했어"를 반복하는 보컬을 덧씌워며 '시간을 달려서' 못잖은 비장감마저 듣는 이들에게 선사한다.

인피니트, 연주곡의 대가(?)  


 인피니트

인피니트 ⓒ 울림엔터테인먼트


이 분야의 이른바 '대가'(?)로 언급되는 팀 중 하나가 인피니트다. 

대부분의 첫 시작을 음반 제목에서 그대로 가져온 짧은 연주곡들로 채우는 건 기본이고, 지난 2014년에는 아예 자신들의 주요 발표곡들을 연주 버전으로 발췌, 별도의 리마스터 과정을 거쳐 무려 3장짜리 한정판 연주음반 < The Origin >으로 제작할 만큼 남다른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스윗튠(2010~2014), 알파벳(2014~)팀이 인피니트의 히트곡들을 담당해온 반면, 인트로 연주곡에선 이들 외에 제이윤(엠씨더맥스)의 작품들이 추가된다. 특히 2012년까지의 인트로는 모두 제이윤이 도맡으면서 해당 음반의 머릿곡이자 인기곡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조성, 앞서 언급된 팀들과는 살짝 차별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2015년작 < Reality >, 지난해 < Infinite Only >에선 각각 'Betting', 'Eternity' 등 음반의 제목과 무관한 이름을 선택하면서 머릿곡 'Bad', '태풍'의 주요 멜로디를 변주하는 구성으로 꾸몄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님의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인트로 연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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