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설화다. 방송인 유세윤씨는 지난 8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인 서울' 콘서트 중 UV의 곡 '이태원 프리덤'을 부르다 팔을 반쯤 들고 "팔을 (이렇게) 반만 올리면 병신 같이 보인다"고 말했다. '병신'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퍼지면서 유세윤은 다시금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유세윤의 소속사 코엔스타즈는 보도자료를 내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코엔스타즈는 "당시 유세윤씨는 오랜만에 '이태원 프리덤'의 라이브 공연을 펼치며 흥이 오른 상태였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애드리브를 하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언행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유세윤씨는 해당 단어가 공석에서는 물론 사석에서도 근절해야 할 시대가 만든 '차별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여기에 "앞으로 언행을 하는데 있어 신중함을 더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방송인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UV의 다른 구성원인 뮤지는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세윤형의 멘트가 공연을 보러 오셨던 많은 분들의 마음을 안 좋게 만든 것 같다"고 언급했다.

 UV의 멤버 뮤지가 인스타그램에 SM 콘서트 당일 있었던 일을 해명했다.

UV의 멤버 뮤지가 인스타그램에 SM 콘서트 당일 있었던 일을 해명했다. ⓒ 뮤지 인스타그램


이어 "세윤형의 즉흥 발언이 아니라 리허설을 하던 도중 UV의 무모한 콘셉트를 보여주자고 제가 제안을 했다"며 해당 발언이 합의에 의한 것임을 알렸다. 또 "멘트 후에 바로 무릎 꿇고 손들고 '죄송합니다라고 하자'고 약속하고 무대를 했지만 이해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누구를 비하하려고 했던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뮤지의 말에 따르면 유세윤의 발언은 장애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분위기를 재밌게 만들기 위해 의도하고 한 말이라는 것이다.

'병신' 뭐가 문제냐고요?

병신 [명사] 1.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기형이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 또는 그런 사람. 2.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주로 남을 욕할 때 쓴다. 3. 어느 부분을 갖추지 못한 물건. (국립국어원)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콘서트 현장이 장애인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장소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유세윤의 발언을 통해 상처를 입었다. 또한 해당 장소에 장애인이 없더라도 공적인 장소에서의 말은 사적인 대화보다 신중해야 했음이 옳다. 여기에 뮤지 또한 해당 퍼포먼스가 계획된 '무모한 콘셉트'의 일부라는 말로 이것이 그저 단순한 실수가 아님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왜 발언을 한 유세윤 본인이 직접 나서서 말하지 않는 것일까? 10일 코엔스타즈는 <오마이뉴스>에 "유세윤씨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취합해 공식 입장으로 나갔다"며 "일단 회사 입장으로 사과를 했지만 본인의 의사가 담겨있다"고 했다. 또 "과거에 이미 직접 사과를 했던 적이 있는데 진정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돼 회사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게 좀 더 무게감이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말실수에서 진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좀 더 세심한 발언을 통해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문제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방법밖에는 없다. 유세윤씨는 무엇보다 말을 통해 대중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말'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올랐다.

옹달샘 유세윤, "침통" 개그 트리오 옹달샘(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의 유세윤이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삼풍백화점 생존자 비하', '여성 비하 발언' 등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발표하며 침통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옹달샘 유세윤, "침통" 개그 트리오 옹달샘(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의 유세윤이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삼풍백화점 생존자 비하', '여성 비하 발언' 등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발표하며 침통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과거 인터넷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 당시 "여자들은 멍청해서 안 된다"는 등의 여성 혐오적인 발언을 했고 이 때문에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연 그다. 그는 당시에도 "웃음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취했다. 하지만 유세윤씨는 이번에도 비슷한 사과를 반복하고 다시 실수도 반복하는 일을 거듭 하고 있다.

그렇기에 유세윤씨가 이번에 직면한 비난은 단순히 '병신'이 장애인 비하 논란이라는 것 말고도 그동안 그의 부적절한 발언이 쌓여서 터진 것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사회는 점차 변하고 있다. '병신' 이전에도 장애인 비하 표현으로 무분별하게 쓰인 '애자' 같은 단어들은 점차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게 되고 '병신' 역시 장애인 비하 표현으로 간주돼 그 연장선상에 있는 단어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비하적 표현은 늘 이런 방식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 그리고 '모르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 속에서 용인되어진다.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여전히 있지만 많은 이들이 표현을 불편해하고, 무엇보다 상처받는 대상이 있다면 폐기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유세윤씨 논란이 그 계기를 마련하게 되기를 바란다.

유세윤 병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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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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