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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진료' 묵인 혐의(의료법 위반 방조)로 불구속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이 28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1심 선고 받는 이영선 전 경호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진료' 묵인 혐의(의료법 위반 방조)로 불구속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이 28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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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과 발'이었던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28일 법원에서 선고받은 형량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의 의미는 행정관 한 명의 유죄에 그치지 않는다. 최순실씨가 단순히 박 전 대통령의 '의상 담당'이나 '연설문 조언자'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고 이는 뇌물죄 입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이영선 전 행정관의 의료법위반방조, 위증,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판단하면서 이 전 행정관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한 증언,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 등의 거짓을 낱낱이 밝혀냈다.

박근혜는 최순실에 옷값을 주지 않았다

그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의상 제작자들에게 옷값을 줬다'는 이 전 행정관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판단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의상대금을 준 걸로 안다', '대통령이 돈이 들어 있는 서류봉투를 주어 의상실에서 최순실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는 이 전 행정관의 말과 배치되는 증거들을 나열하며 이 전 행정관의 탄핵심판 증언을 위증으로 판단했다.

우선 이 전 행정관 스스로 진술을 뒤집었다. 이 전 행정관은 지난해 10월 말 검찰 조사에선 '의상을 넘겨받을 때 최순실이나 다른 사람에게 옷값을 지불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이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대통령이 옷을 가져오라고 지시를 할 때 최순실에게 옷값으로 건네주라고 대금을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의상을 제작했던 홍아무개씨, 임아무개씨, 김아무개 부부, 강아무개씨 등도 법정에 나와 '대통령 또는 이영선 행정관으로부터 의상제작에 드는 돈을 받아본 적이 없고, 최순실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그 돈의 출처가 대통령 또는 청와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모두 일관되게 진술했다.

최순실씨는 탄핵심판 증인신문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의상비를 받은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증인신문에서 최씨가 국회 측 대리인의 질문에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음에도 유독 의상대금과 관련한 질문에만 의상비를 받았다고 진술한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본인(최순실)이 대통령의 의상대금을 지급했다고 하면 그 사실이 대통령의 탄핵사건에서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고, 자칫 본인의 뇌물공여 및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도 있음을 우려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행정관이 진술을 뒤집은 데 대해 "검찰 조사 당시에는 미처 피고인의 진술에 따른 대통령의 탄핵 사건 및 형사사건에서의 불이익을 따져보지 못한 채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이후 최순실이 대통령의 의상대금까지 계속 지급해왔다는 점이 문제가 될 소지가 생기자 대통령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술을 번복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박근혜-최순실 공모관계 입증에 유리한 고지 선점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가운데, 오른쪽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앉아 있다. 가운데는 최순실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
▲ 법정에 출석한 박근혜-최순실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가운데, 오른쪽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앉아 있다. 가운데는 최순실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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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이 입는 고가의 맞춤의상을 최순실씨가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는데,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옷값을 준 적이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옷을 공짜로 받았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박근혜-최순실 사이의 공모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인정받기 위한 첫 단추가 제대로 꿰어졌다는 의의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관계는 가족이 아니고, 두 사람에게서 뇌물수수를 공모했다고 인정한 자백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입증이 까다롭다. 하지만 사실상 생계를 같이 한다든지 어느 한 쪽의 재산상 이득이 곧 다른 쪽의 이득이 되는 등 특수한 관계로 인정된다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된다.

이날 법원은 최씨가 평소 박 전 대통령의 옷값을 대신 지불해왔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이 전 행정관이 차명폰 51대를 개통한 일이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의 연락은 물론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등 박 전 대통령 최측근들과도 은밀히 연락하기 위한 목적이지, 이 전 행정관 주장대로 '업무 보안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근혜-최순실 사이가 매우 밀접했다는 정황이 법원에 의해 하나하나 사실관계로 확정되고 있는 것이다.

특검측도 이번 판결에 "큰 의미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이번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판결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차명폰으로 최서원과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고 박 전 대통령의 의상대금을 전적으로 최서원이 대납하는 등 공사(公私) 영역에서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이 공모하여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뇌물을 요구한 사실 ▲ 최순실이 받은 경제적 이익은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과 법적으로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판부에서 인정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태그:#이영선, #박근혜, #최순실, #옷값, #차명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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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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