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최하위 kt를 4연패의 궁지로 몰아 넣으며 연패에서 탈출했다.

이상군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7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11안타를 터트리며 4-1로 승리했다. 한화의 선발 김재영은 5이닝 5피안타2탈삼진1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챙겼고 5회 솔로 홈런을 터트린 정근우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한화는 다소 불안한 선발진에 비해 불펜진은 비교적 안정된 편이다. 특히 마무리 정우람과 좌완 셋업맨 권혁, 그리고 마당쇠 송창식으로 이어지는 불펜3인방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시즌이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금, 한화가 자랑하는 불펜 3인방에 한 선수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포함시켜도 될 거 같다. 최근 4경기에서 7.1이닝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대기만성 투수 이동걸이 그 주인공이다.

성적보다 빈볼 시비로 더 유명했던 프로 10년 차의 무명투수

서울 출신의 이동걸은 휘문고 시절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끝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동국대로 진학했다. 동국대 시절 1년 휴학하면서 동기들보다 최소 1년, 최대 5년 늦게 프로 무대에 도전한 이동걸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전체52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됐다.

프로 입단 후 주로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던 이동걸은 2008년 1군에서 한 경기만 뛰고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병역의무를 마친 이동걸이 2011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했을 때 삼성은 평범한 강 팀이 아닌 KBO리그를 지배하는 왕조를 만들고 있었다. 당시 삼성의 불펜엔 '끝판대장'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비롯해 정현욱,권혁,안지만,권오준 같은 쟁쟁한 투수들이 즐비했다.

결국 이동걸은 전역 후 3년 동안 1군에서 13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고 2013 시즌이 끝나고 시행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전체 2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이적하자마자 한화의 투수조 조장을 맡게 된 이동걸은 3경기에서 1패 13.5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채 2군으로 내려갔다. 이동걸은 그 해 퓨처스리그에서 10승무패4.00의 성적으로 다승왕에 올랐지만 30세를 넘긴 이동걸이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한 시간이 더 길었던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이동걸은 2015년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32경기에 등판해 4월25일 SK와이번스전에서 9년 만에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리는 등 2승4.47로 롱릴리프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동걸이 유명해진 계기는 성적이 아닌 4월1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과의 빈볼사건 때문이었다. 2015 시즌 초반을 떠들썩하게 했던 빈볼 사건의 당사자였던 이동걸은 5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고 시즌 종료 후에는 결혼이라는 개인적 경사까지 있었지만 이동걸은 2015 시즌이 끝난 후 팀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됐다.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2016년 전반기까지 복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육성 선수로 전환된 이동걸은 6월 다시 정식 선수로 돌아왔지만 1군에서 5경기만 던지고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15경기 평균자책점 3.12, 한화 불펜의 믿음직한 롱맨

2007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동걸도 어느덧 11년 차의 고참 선수가 됐다. 이동걸의 동갑내기 선수 중에는 최형우(KIA 타이거즈)처럼 100억 원의 FA 대박계약을 한 선수도 있다. 하지만 이동걸의 올 시즌 연봉은 KBO리그 평균연봉(1억2656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000만원에 불과하다. 사실 냉정한 프로무대에서 통산 2승1패1홀드에 불과한 무명 투수에게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동걸은 올 시즌에도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가 개막 한 달 만에 1군에 등록됐다. 그리고 시즌 3번째 등판이었던 5월 5일 kt전에서 3이닝 무실점 투구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화가 13-1로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불펜 소모를 줄이기 위한 롱릴리프의 전형적인 3이닝 세이브였지만 이동걸에게는 의미 있는 프로 데뷔 첫 세이브였다.

올 시즌 이동걸의 보직은 여전히 롱릴리프다. 이동걸은 26일까지14경기에 등판해 24.2이닝을 던졌지만 어린이날에 기록한 세이브 하나를 제외하면 승리나 패배, 홀드 기록은 하나도 쌓지 못했다. 승부를 걸어야 할 상황에서는 언제나 송창식이나 권혁이 중용됐고 이동걸은 주로 선발이 일찍 무너졌거나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등판하곤 했다. 그럼에도 최근 3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게 묵묵히 한화 마운드에서 궂은 일을 담당하던 이동걸은 27일 kt전에서 '드디어' 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다. 4-1로 앞서 있던 6회 2사 1루에서 이충호를 구원한 이동걸은 첫 타자 박경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5번 유한준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가볍게 이닝을 끝냈다. 이동걸은 7회에도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8회 권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시즌 성적 1세이브1홀드가 된 이동걸은 평균자책점도 3.12까지 끌어내렸다.

최근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 작업을 하고 있는 한화는 베테랑 투수 이재우와 송신영을 차례로 방출했다. 이미 작년 시즌에 육성 선수로 전환되는 수모(?)를 겪었던 이동걸도 올 시즌 이렇다 할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선배들과 같은 운명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동걸은 어쩌면 마지막일 지 모르는 기회를 살려 한화 불펜에서 자신의 입지를 점점 넓히고 있다. 35세의 이동걸에게 드디어 선수 생활의 첫 번째 전성기가 찾아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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