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얼>의 관련사진.

영화 <리얼>의 포스터. 김수현이 "20대를 장식하는 마지막 작품"이라 말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 CJ엔터테인먼트


개봉을 하루 앞둔 영화 <리얼>은 화려한 영상미만큼 패기와 자신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미덕을 꼽자면 딱 거기까지다. 청춘스타 김수현과 탄탄한 내공의 성동일, 이성민, 조우진 등이 전면에 나서 제 역할을 해내지만, 작품 자체가 지닌 한계로 모든 공이 가려진다.

조폭과 중국 건달들 사이에서 굴지의 카지노 사업권을 따내려는 장태영(김수현 분)에게 의문의 한 남자가 접근한다. 비슷한 체격과 외모, 이름마저 똑같다. 한 사람은 철저히 의도를 갖고 다른 한 사람의 모든 걸 파괴하려는 가짜다. <리얼>의 주요 골격은 바로 가짜와 진짜의 만남과 어느 한쪽이 무너지는 과정에 있다.

허공에 떠도는 질문들  

메가폰을 잡은 이사랑 감독은 "진짜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지난 26일 언론 시사회에서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영화는 해리성 장애, 혹 이인증이라는 정신병리 증상을 소재로 장태영의 상태와 주변 상황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마치 그에게 벌어지는 일이 꿈인지 환상인지 관객으로 하여금 헷갈리게 하는 게 <리얼>의 첫 번째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실패했다. 서로 다른 두 인격이 한 몸에 있기에 괴로워하는 장태영은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완전히 다른 인격이지만 자신을 닮으려 하는 장태영을 만난다. 즉,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자 외부에서 위기가 온 셈인데 그 과정의 묘사가 치밀하지 못하다. 그를 치료하던 정신과 의사 최진기(이성민)와 그의 연인이자 간호사 송유화(최진리)를 주변에 두면서 일종의 반전을 암시하는데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흐름으로 두 캐릭터가 기능한다.

 영화 <리얼>의 관련사진.

영화 <리얼>의 관련 사진. 배우 김수현의 소모가 크다. ⓒ CJ엔터테인먼트


본래 간단한 질문이었다. 자아 분열과 외부 요인으로 고통받는 캐릭터를 통해 감독은 아마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토론 거리를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보는 게 진짜인지, 또 다른 진짜가 존재하는 건 아닌지 등 말이다. 그 질문은 참 간단했지만 동시에 구체적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존재의 의미와 이유를 묻는 인류의 역사는 유구하다. 철학과 종교, 문학 등에서 숱하게 파고든 이 문제를 <리얼>은 너무도 쉽게 떼어내 이미지화시켜버렸다.

자아 분열 현상을 화려한 화면으로 제시하면, 게다가 거기에 그럴싸한 액션과 음악을 넣으면 고상한 질문이 될 수 있을까. 영화적으로 그럴싸해 보일지언정 관객은 그렇게 만만한 이들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리얼>은 누군가에겐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치기 어린 몸부림 정도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모된 배우들

앞서 언급한 대로 <리얼>엔 관객들이 좋아해 마지않은 기성 배우들이 대거 나온다. 연기력으로 충분히 검증됐고, 작품마다 제 역할을 꾸준히 해온 배우들이다. 그런 좋은 배우들마저도 영화 자체가 부실하니 마치 고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짜 장태성을 보좌하는 변호사 사도진 역의 조우진은 안정감 있는 발성과 연기를 하지만 차라리 지금보다 분량이 훨씬 적었던 <내부자들> 조 상무 역이 더욱 빛났다. 영혼 없이 자기 할 일만 해내는 피고용인이라는 점은 사도진과 조 상무의 공통점이지만 전자는 부실한 이야기 속에 갇혔고, 후자는 그나마 이야기를 맛깔나게 꾸며주는 캐릭터로 기능했다.

같은 맥락으로 이경영의 경우는 더 처참하다. 설정상 과거 장태영과 현재의 장태영을 잇는 캐릭터로 보이는데 그가 맡은 노염이라는 형사는 <리얼>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불분명하다. 감독이 인정했듯 상당 분량이 편집됐기 때문이다.    

 영화 <리얼> 속 최진리의 모습.

영화 <리얼> 속 최진리의 모습. 관능적 이미지가 부각됐으나, 그게 다 였다. ⓒ CJ엔터테인먼트


마지막으로 파격 노출 장면으로 이미 회자한 설리(최진리) 역시 영화 속에서 소모되고 마는 데 그쳤다. 진짜 장태성과 가짜 장태성 사이에서 방황하며 일종의 뮤즈 역할을 할 수도 있었는데 역시 설정의 모호함 때문인지 관능적 이미지만 잔뜩 부각하고 말았다. 이는 여성 캐릭터를 상당히 게으르고 전형적으로 구축하는 한국 영화의 고질적 문제기도 하다.

정리하면 <리얼>은 이미지 구축에는 매우 부지런했지만, 본질은 놓치고 말았다. 여러 매체에서 나오는 '이미지 과잉'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타당하다. 이 작품을 조롱하거나 비난하고 싶진 않다. 다만 제작 과정에서 기존 감독이 하차했고, 제작사 대표가 대신 메가폰을 잡으면서 보다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매만졌어야 했다는 사실은 지적하고 싶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일반론에 동의하지만 동시에 많게는 수백 명의 스태프와 배우들의 노고가 깃든 집단의 예술이기도 하다. 보다 책임감이 있어야 했다.

참고로 영화엔 아이유, 다솜, 수지 등이 깜짝 출현했다. 이들 모습이 매우 빠르게 지나가니 영화를 볼 때 염두에 둬도 좋겠다.

한 줄 평: 이야기와 캐릭터 모두 영화 안에서 증발돼 버리다
평점: ★(1/5) 

영화 <리얼> 관련 정보
감독: 이사랑
출연: 김수현, 성동일, 이성민, 최진리, 조우진 등
제공 및 제작: 코브픽쳐스
배급: CJ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137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크랭크인: 2016년 1월 3일
크랭크업: 2016년 6월 30일
개봉: 201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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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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